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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아녜스 Jan 14. 2019

이게 앞으로의 내 삶

마침내 많은 것들이 가라앉았을 때 감내해야 할 것

요즘 새로 이사 갈 집에 살림을 채울 고민을 하느라 바쁘다. 잠시라도 틈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계속 정신없이 고민하고 주문하고 그러고 있다.


그러는 중 문득문득 치고 올라오는 그리움은 얼굴이 울상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그만두려 아무리 애써도 그만둘 수가 없을 만큼 강하다. 잠자리에 들러 간 아빠가 엄마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거실로 나왔을 때, 내가 채울 수 없는 빈자리를 너무 당연히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힘 빠진 나도 덩달아 운다.


내게 너무 큰 존재와 이별할 때, 막상 그 당시에는 그 일 자체보다도 다른 것들이 너무 요동쳐서 나도 같이 휩쓸린다. 하지만 정리될만한 것들이 모두 가라앉고 그 자리에 나만 남았을 때 찾아오는 슬픔은 그 농도가 상대적으로 너무 짙어진 상태라, 나를, 우리 가족을 참 어렵게 만든다.


너무도 많은 종류의 삶이 있고, 그중 내 삶이 있다. 이건 어쨌거나 내가 살아야 할 삶이다. 이 그리움이 얼마나 어떻게 더 커질지 예상을 할 수가 없으나, 그저 또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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