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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외국인력 지형의 변화

by Miracle Park


#5위로 떠오른 우즈베키스탄

2024년 12월 말, 법무부가 발표한 체류외국인 통계는 한국 외국인력 지형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국내 체류외국인은 2,650,783명으로 전년 대비 5.2%(143,199명)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국적별 구성의 변화다.

법무부 '2024 체류외국인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적별로 중국이 958,959명(36.2%)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베트남 305,936명(11.5%), 태국 188,770명(7.1%), 미국 170,251명(6.4%), 우즈베키스탄 94,893명(3.6%) 순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이 체류외국인 국적별 5위를 차지한 것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10위권 밖이었던 우즈베키스탄이 급부상한 것은 한국 외국인력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숫자로 보는 극적인 변화

법무부 통계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취업자격 체류외국인의 변화다. 2024년 말 기준 취업자격 체류외국인은 566,961명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이 중 비전문취업(E-9) 비자는 337,279명(전년 대비 12.7%), 방문취업(H-2)은 93,302명(3.5%)을 차지했다.

통계청이 2024년 10월 발표한 '2024년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는 더욱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2024년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은 156만 1천 명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국적별로 베트남이 3만 3천 명, 한국계 중국이 2만 1천 명 증가했고, 중국은 1천 명 감소했다. 체류자격별로는 비전문취업이 3만 4천 명, 전문인력이 1만 9천 명 증가했으며, 방문취업은 4천 명 감소했다.


#중앙아시아의 부상

법무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재외동포(F-4) 체류자가 555,968명(21.0%)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비전문취업(E-9) 337,279명(12.7%), 영주(F-5) 202,968명(7.7%), 유학(D-2) 178,519명(6.7%), 방문취업(H-2) 93,302명(3.5%) 순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특정활동(E-7) 비자가 63,580명으로, 2021년 2만 명대를 넘어선 이후 해마다 2만 명씩 증가해 왔다는 점이다. 계절근로(E-8)는 2023년 14,143명에서 2024년 24,530명으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용허가제(E-9 비자) 선정국가는 현재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키르기스스탄, 동티모르, 라오스 등 16개국이며, 2025년부터는 타지키스탄이 추가될 예정이다.


#동남아 의존에서 벗어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하면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24년 12월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제조원(E7-3) 비자 도입이 가능한 국가에 2024년 11월부터 우즈베키스탄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출신만 가능했지만 정부의 관련 지침 개정을 통해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도입 가능 기업도 30인 이상 300인 미만에서 1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E7-3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금형, 성형, 용접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E-9 비자를 발급받는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보다 숙련된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무다.

자동차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자동차 부품사 중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는 20.7%에 불과했다. 그나마 규모가 큰 1차 협력사의 경우 37.9%가 채용 중이었지만 2차 협력사와 3차 협력사 비중은 각각 24.2%, 20.6%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왜 우즈베키스탄인가

동남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의 전환에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베트남의 인구 구조 변화다. 위키백과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인구는 2024년 약 1억 112만 명으로, 인구성장률은 1950-1955년 2.5%에서 1995-2000년 1.3%, 2015-2020년 1.0%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베트남 인구는 2044년에 1억 7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되어 2100년에는 7,200만 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역시 고령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한국 임금 경쟁력의 상대적 약화다. 외교부가 2024년 7월 발표한 '우즈베키스탄 경제·산업 동향'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해외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유입된 외화 송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65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송금이 43% 증가, 독일 64%, 한국 90%, 폴란드 93% 증가하는 등 한국으로부터의 외화 송금이 급증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우즈베키스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의 평균 월급은 579만 6,100숨(약 513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한국 최저임금(2025년 월 기준 약 216만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격차가 있지만, 타슈켄트 같은 대도시는 평균 월급이 약 666달러에 달한다.


셋째, 우즈베키스탄의 인구 구조다. CEIC 데이터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의 인구는 2023년 36.8백만 명으로,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평균 연령은 29세로 세계 평균인 30세보다 낮다. 이러한 젊은 인구 구조는 노동시장 확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인구는 약 3,391만 명에서 3,679만 명으로 증가했고, 경제활동인구도 1,479만 7천 명에서 1,509만 6천 명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취업자 수는 1,323만 6천 명에서 1,426만 명으로 증가한 반면, 실업자 수는 156만 1천 명에서 83만 6천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실업률은 10%에서 5%로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히 83만 6천 명의 실업자가 있고, 평균 임금이 월 513달러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국 취업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정책적 변화의 배경

한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중앙아시아 인력 유입에 기여했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E-9 비자 쿼터를 2024년 165,000명 대비 21.21% 줄인 130,000명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탄력배정분은 기존 20,000명에서 32,000명으로 늘려 업종 간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려 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쿼터가 6,000명에서 2,000명으로 대폭 축소되었지만, 제조업과 농축산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쿼터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근로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새로운 협력의 시작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관계는 단순한 노동력 송출-수용을 넘어서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1992년 1월 수교 이래 양국은 2019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공화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선언'을 통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2024년 6월 한국 정상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통해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하고 발전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

2024년 신고액 기준으로 한국의 대우즈베키스탄 투자는 1,772백만 달러에 달하며, 우즈베키스탄의 대한국 투자는 73.5백만 달러다. 양국 간 정부 간 협의체로는 경제부총리 회의, 무역경제공동위 및 워킹그룹회의, 정책협의회(차관보급) 등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는 고려인이 172,555명(2023년 기준)으로 단일국가 최대 규모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영주권자 통계가 말해주는 것

통계청 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국내 영주 체류자격 외국인 현황이다. 2024년 5월 기준 체류자격이 영주인 15세 이상 외국인은 14만 1천 명이고, 남자가 7만 2천 명, 여자는 7만 명이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순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이 영주권자 국적별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단순히 단기 취업을 위해 한국에 오는 것이 아니라, 장기 정착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 6만 1천 명, 서울 3만 5천 명 순이었고, 연령대별로는 50대, 40대 순으로 나타났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도 주목

우즈베키스탄만이 아니다. 중앙아시아 전체가 한국 외국인력 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이미 E-9 비자 도입 국가에 포함되어 있으며, 타지키스탄은 2025년부터 추가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가 2024년 10월 발표한 '2023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서도 중앙아시아를 별도 범주로 분류하며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명시하고 있다.


#변화의 의미

2024년 12월 한 제조업체 인사담당자의 말은 현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무가 고된 지방 사업장에 취직하려는 젊은이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인력이 부족한 조선업이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인 채용에 적극 나서면서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도 해외 인력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력 지형은 지금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동남아시아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앙아시아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는 단순한 노동력 공급처의 다변화가 아니라, 장기적 협력 관계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변화다.


다음 회에서는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를 깊이 들여다본다. 3,600만 인구의 젊은 국가는 어떤 곳이며, 왜 한국이 주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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