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통역사의 고백
공장 현장의 진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많이 숨긴다
타슈켄트의 한 섬유 공장. 한국인 관리자가 우즈베크 노동자에게 소리를 높인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량률이 높습니까?"
통역사는 잠시 망설이다 우즈베크어로 전한다.
"품질 관리에 좀 더 신경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노동자의 답변은 더 복잡하다.
"기계가 낡았고, 에어컨도 없어서 40도가 넘는데 어떻게 집중하겠습니까?" 통역사는 한국어로 번역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것이 우즈베키스탄 현장에서 일하는 통역사들의 일상이다. 그들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무엇을 전하고 무엇을 숨길지 결정하는 문화적 중재자로서 살아간다.
번역 불가능한 문화적 간극
우즈베키스탄과 한국 사이에는 언어 이상의 깊은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통역학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는 문화적 맥락, 비언어적 신호, 암묵적 기대로 구성된다(Pöchhacker, 2016, Introducing Interpreting Studies).
우즈베키스탄 문화에서 직접적인 거절이나 비판은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타슈켄트 대학교 언어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우즈베크어에는 완곡한 표현이 한국어보다 3배 이상 많으며, 특히 상사나 손님에게 부정적 의견을 전할 때는 최소 2-3단계의 완곡어법을 거친다. 반면 한국 기업 문화는 "빨리빨리"와 직설적 의사소통을 요구한다.
나보이 자유경제구역에서 5년간 일한 김 모 통역사는 이렇게 증언한다. "한국 관리자가 '이건 안 됩니다'라고 하면, 그대로 번역하면 우즈베크 직원은 모욕감을 느낍니다. '이 부분을 개선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로 바꿔 전해야 합니다. 반대로 우즈베크 직원이 '인샬라(신의 뜻이라면)'라고 하면, 한국 관리자는 '내일까지 가능합니까?'라는 명확한 답을 원하죠.“
권력의 비대칭성 속에서
통역사는 단순한 언어 전달자가 아니라 권력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존재다. 비판적 통역학(Critical Interpreting Studies) 연구자 Inghilleri(2012)는 통역사가 "권력의 중개자"이자 동시에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한다.
우즈베키스탄 현장에서 이는 더욱 극명하다. 2023년 우즈베키스탄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에 고용된 현지 통역사의 92%가 현지인이며, 이들의 평균 급여는 월 800-1,200달러로 한국 본사 직원의 1/3 수준이다. 통역사는 고용주인 한국 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면서도, 같은 우즈베크인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이중적 압박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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