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어도 괜찮아.
엄마는 나에게 처음으로 세상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세상을 떠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난 아직 그 가르침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별 앞에서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별은 용기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가 사라진 세상은 방향을 잃은 나침반 같았고,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마치 중요한 문장을 잃어버린 책처럼, 이야기는 계속되지만 뭔가 빠진 기분이었다.
엄마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들은 사소한 일상 속에 숨어 있었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던 반찬이 없는 걸 보고서야 ‘아, 정말 없구나’ 하고 깨달았다.
빨래를 하다가도, 엄마가 남긴 마지막 옷을 섣불리 세탁기에 넣지 못했다. 그 온기가 사라질까 봐, 마지막 흔적마저 희미해질까 봐.
가끔은 전화를 걸 뻔하기도 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힘든 일이 있을 때,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그러다 수화기를 든 채로 멍해졌다. 이제는 받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선명해서.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 손을 꼭 잡고 했던 말이 있다.
"너라면 잘 해낼 거야. 엄마 없어도 괜찮아."
그때는 그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절대 괜찮을 리 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알 것 같다. 엄마의 사랑은 떠나는 순간까지 나를 감싸고 있었고, 그 사랑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엄마 없는 세상에서도, 엄마는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걸.
어느 날, 엄마의 손길이 닿았던 컵을 들었다. 따뜻했던 손길은 사라졌지만, 그 온기를 기억하는 건 내 몫이었다. 엄마가 남긴 말, 엄마가 지었던 표정, 엄마가 보여준 사랑. 그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엄마와의 이별이 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별은 엄마를 잊는 게 아니라, 엄마 없는 세상에서도 엄마를 기억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엄마, 나는 잘 지낼게."
말은 했지만, 사실 아직도 연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