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여전히 살아있다.
엄마가 떠난 날,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자동차는 신호에 맞춰 멈추고, 사람들은 커피를 손에 들고 분주히 걸어갔다. 그런데 나만 멈춰 있었다. 엄마 없는 세상에서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시간이 약이야." 다들 그렇게 말하지만, 그 말은 상처에 붙이는 밴드 같은 거다. 상처를 가려줄 수는 있어도 아물게 하진 못한다. 엄마가 없는 시간은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버티는 것이다.
엄마가 떠난 후에야 알았다. 엄마의 존재는 공기 같았다는 걸. 있을 땐 당연해서 몰랐고, 사라지니 온몸이 텅 빈 듯 허전했다. 따뜻한 밥 냄새, 잔소리 섞인 전화 한 통, 팔짱을 끼고 걷던 거리. 이제는 손 닿을 수 없는 기억들이 되었다.
가끔은 거울을 보다가 엄마의 얼굴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내 웃음 속에, 내 손길 속에, 엄마가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엄마의 손맛을 닮은 요리를 할 때, 그리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 때,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 한 줄에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운 날들은 문득 찾아온다. 벚꽃이 흩날릴 때, 첫눈이 내릴 때, 습관처럼 전화를 걸려다 멈출 때. 엄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사소한 순간에도 마음이 저릿하다. 그리움은 눈물로 흘러가기도 하고, 미소로 남기도 한다.
누군가는 잊으라고 말하지만, 그리움은 잊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미소로 엄마를 기억하며, 내 삶 속에 엄마를 새겨 넣는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엄마가 내게 남겨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유산이라는 걸. 사랑으로 가득 찬 기억들, 위로가 되는 목소리, 그리고 그리움마저도. 엄마의 사랑은 나의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살아간다. 그리운 날들을 품고, 엄마의 사랑을 품고. 그리움 속에서 나는 더 단단해지고, 더 따뜻해진다. 엄마의 부재가 나를 슬프게 하지만, 그 슬픔이 나를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