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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엄마, 귤 먹을래요?

by Miracle Park



엄마가 떠났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떠나지 않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말, 살아보니 정말 그렇다. 엄마는 이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지만, 여전히 내 하루 곳곳에서 말을 걸어온다.


“밥은 먹었니?”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너라면 잘할 거야.”


그런 말들이 공기처럼 떠다니고, 나는 그 말들을 마시며 살아간다.

엄마는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엄마와 함께 산다. 마트에서 세일하는 귤을 보면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는 귤을 좋아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 먹으려고 했던 엄마. 손이 시려도 껍질을 까서 먼저 내 손에 쥐여주던 엄마. 나는 이제 귤을 먹을 때마다 엄마와 함께 먹는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흘러나올 때도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는 설거지를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멜로디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는 ‘라라라~’ 하며 대충 넘겼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웠다.


이제는 내가 엄마처럼 노래를 흥얼거린다. 엄마의 멜로디가 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일까.

가끔은 습관적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 뻔한다. ‘엄마한테 물어봐야겠다’ 하고 핸드폰을 찾다가 멈춰 선다. 엄마는 더 이상 전화를 받을 수 없는데, 나는 아직도 엄마에게 기대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곧 깨닫는다. 엄마는 여전히 내 안에 있다고. 내가 힘들 때면 속삭여 줄 거라고.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슬픔이 옅어진다고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슬픔은 흐려지는 게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된다. 엄마의 빈자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너무 커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내 마음 한쪽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그곳에서 엄마는 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내 편이고,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있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엄마를 다시 만나는 날이 오면 이렇게 말할 거다.

“엄마, 귤 먹을래요?”
“엄마, 이번엔 내가 불러줄게요. 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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