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이 세 들어 사는 섬, 그 안의 사라진 목소리들
“이 집이요? 우리 할아버지가 돌 하나하나 쌓아 올린 집이에요.
근데 지금은 매달 월세를 내요.
내가 주인인 줄 알았는데, 이젠 세입자처럼 눈치 보며 살아요.”
제주시 구좌읍에서 태어나 자란 36세 고 모 씨는
다락방의 먼지를 털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릴 적에는 마당에 고사리를 말리고, 이웃집에서 감자 몇 알 얻어먹던 동네였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그 마당은 '펜션 주차장'이 되었고,
이웃집은 감자 대신 이국적인 라테를 파는 브런치 카페가 되었다.
# 땅값은 10년 사이 5배, 삶터는 절반으로 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시 토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최근 10년간 약 500%에 달했다.
2023년 기준, 제주 평균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특히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는 무려 8배 가까이 상승한 곳도 있다.
관광객이 몰려오고, 외지 자본이 들어오며 땅값은 솟구쳤지만
정작 그 땅 위에서 살아가는 도민들의 삶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전세는 매물조차 귀하고, 월세는 서울 수준을 웃도는 지역도 생겼다.
“관광지 근처 집은 보증금 500에 월세 80만 원이 기본이에요.
이게 제 고향인데, 제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돼요.”
– 제주시 애월읍 주민 박 모 씨(29세, 보육교사)
# 에어비앤비 1만 건 돌파, 사라지는 ‘이웃’의 이름들
제주도 내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는 2024년 기준 1만 2천 건을 넘어섰다.
이는 서울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그만큼 ‘살 집’이 ‘잘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도심 외곽의 조용한 마을들까지 상업화되면서
주민들은 잠도, 명절도, 고요도 빼앗기고 있다.
“설날인데 집 앞 골목이 렌터카로 꽉 찼어요.
명절 음식 냄새는 안 나고, 캐리어 끄는 소리만 들리더라고요.
우리 마을인데, 우리가 손님이 된 기분이었어요.”
– 서귀포 동홍동 주민 양 모 씨(65세)
#고향은 ‘투자처’가 되고, 관광객은‘추억’이 된다
이제 고향은 누군가에겐 ‘부동산 수익 모델’이고,
누군가에겐 ‘인스타 핫플’ 일뿐이다.
그 과정에서 진짜 사람이 빠져나갔다.
공동체가 붕괴되고, 이웃은 사라지고,
마을엔 낯선 얼굴의 열쇠보관함만 남았다.
이것은 단지 집값 문제만이 아니다.
삶의 리듬이 무너지고, 정서적 근거지가 붕괴되는 일이다.
‘관광객이 먹고, 도민이 버틴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그 안엔 매일 이사 갈까 고민하는 가족,
노부모를 두고 외지로 떠나는 청년,
그마저도 포기하고 남아버린 이들이 있다.
# 제주를 ‘보존’한다는 말이, 누구를 위한 건가요
제주도정은 연일 ‘제주의 자연과 가치를 지키겠다’고 말하지만,
그 말의 끝엔 사람이 빠져 있다.
해안 절경은 보호되지만,
그 풍경 곁에 살던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
어떤 가치가 진짜 보존되어야 할까?
이 글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다.
고향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록하고,
사라지는 공동체를 애도하는 기록이다.
아름다운 풍경 뒤에 가려진 삶의 무게를 드러내는 일.
그 무게를 알고 나면, 당신이 보는 제주도 조금은 달라 보일 것이다.
# 고향이 관광지가 되는 그날,
사람은 풍경이 되고, 이야기는 침묵한다.
그리고 씁쓸한 기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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