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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04. 2021

행복은 마음에서 나온다

행복의 부피는 가늠할 수 없는 것

1970초 가리봉동

다닥다닥 판잣집들이 벽간 사이도 없이 붙어있는 동네였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동네 모습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해지는 걸 보면 나이를 먹고 있나 보다.


우리 집은 [의상실]이었다. 미서기 문을 밀고 들어서면 서너 평 남짓 되는 작업 공간이 여실히 펼쳐진다.


들어서는 오른쪽에는 미싱 다이, 왼쪽에는 다림질 다이 높이가 성인 허리만큼 이다. 가운데 공간을 두고 양쪽 벽으로 마주 보며 붙어 있었다. 


다림질 다이 맞은편 천정 쪽에는 16인치 흑백 TV가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 평 남짓 되는 사람 하나 겨우 설 법한 좁은 공간에 허접하기 그지없는 주방이 있고, 무릎 높이의 나무 문짝을 열면 어른 둘 간신히 누울 방 하나, 안쪽 벽에는 나무 장롱이 두 칸 나뉘어 아래쪽에는 이불 칸, 위쪽은 비어 있는데 이것 용도가 참 구차하다.




좁디좁은 그곳에 부모님과 4살 터울의 오빠, 그리고 나와 미싱 시다 겸 어린 나를 챙기고 놀아주는 언니까지 다섯 식구가 살았다.


밤이 되면 부모님은 두 사람 겨우 누울 방에 나란히 눕고, 오빠는 비어있던 장롱 위칸에서 잠을 잤다. 언니와 나는 의상실 미싱 다이에서 잠을 잤는데, 누가 봐도 우스꽝스럽고 서글픈 풍경이 그려지지만 어린 나는 그때 그 시절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비록 방에서 자는 건 아니지만 미싱 다이에는 특별한 혜택이 있었다. 바로 맞은편 천정에 얹어진 TV가 있다는 것. 그 시절은 집집마다 TV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동네 사람들이 TV를 보러 저녁마다 마실을 오기도 했다.


그때,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가 한참 인기였는데 언니와 미싱 다이에 함께 앉아 귀신이 나올 때마다 '꺅~ 꺅~' 소리를 지르며 이불을 둘러 덮으며 숨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하면 6인용 식탁 정도 크기의 탁자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잠을 잤던 거다. 둘이 누워 자기에는 턱없이 좁은 공간이어서 가끔 자다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함께 살아가는 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크기도 넉넉하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어서 허풍을 좀 넣자면 아이 둘 키우기에 숨바꼭질을 해도 될 만한 집에 산다. 그래서 가끔은 끝 방 딸아이가 멀게 느껴진다. 아이가 조용하면 집에 있는지 없는지, 자는지 깼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다.


공간이 넓어지고 삶이 윤택해져 무엇하나 아쉬울 것 없는 지금과 그 옛날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때를 비교했을 때,


"과연 과거보다 현재, 지금이 더 행복한가?" 


하고 되물으면 딱히 그렇다, 아니다로 답하기에 무언가 아쉽다. 먹을 것 하나도 아쉬웠던 그때도, 무엇 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지금도 비슷한 행복감으로 살아가는 것 같으니 말이다.


행복감은 가진 것의 부피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누군가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은 스스로 느끼는 것이니 말이다.


모든 것에 아쉬움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의 삶이 퍽퍽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느 시점으로 가고 싶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지체 없이 No!!라고 하고 싶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현재를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 여한 없이 오늘을 살아간다.



 "행복이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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