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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Aug 03. 2021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듣기만 해도 울컥하는 그 이름 "엄마!"

"엄마" 그 이름의 무게,

듣기만 해도 울컥하는 그 이름 "엄마!"



엄마의 삶은
 희생하는 게 아니라
그저 때에 맞춰 최선을 다해 사는 것



40년대에 태어나 유년기에 6.25를 겪고 치열하게 청소년기를 보낸 보통의 사람들... 가진이들은 폐허 속에서도 잘 먹고 잘 배웠겠지만 정작 이 나라를 일으킨 역군들은 보통의 우리네 부모들이었다. 폐허가 된 나라를 일으키며 새마을 운동(1970~1990)으로 새벽잠을 깨우고 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20년을 밤낮없이 살아 낸 내 부모의 세대... 먹고살기 바빠서 한 끼 밥에 목숨 걸던 그때 그 마음을 반백년 가까이 살아온 나도 잘 모른다.


새마을운동 정신 : 근면, 자조, 협동


새마을의 노래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바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들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들세

서로서로 도와서 땀 을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 부자마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들세

우리 모두 굳세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서 새 조국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들세



전쟁으로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아 불타버린 땅을 일궈 지금의 호사스러운 삶을 이뤄 낸 대단하신 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세상이 사람의 가치마저 바꿔놓아 산업 역군으로 애쓴 그들을 '꼰대'로 치부하여, 윗사람 섬기느라 자존감을 내려놓고, 아랫사람 눈치 보느라 자존심을 내어버린 내 부모님 세대... 나 역시 권위적이고 무뚝뚝했던 부모 아래 자라서 부모의 사랑을 느끼기보다는 엄격했던 부모를 먼저 떠올리지만 그 세대의 수고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코 시국이 2년째 이어지고 70세 이상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신 내 부모님들은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깝다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좋은 세상을 니들이 아냐? 아이쿠야 이 복 받은 것들아... 지금 이만큼 살려고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해서 이뤄낸 것인데 감사를 몰라..."


갈수록 좋아지는 세상, 어쩔 땐 나도 신문물에 놀라며 좀 더 오래 살아야겠다는 자각이 일곤 한다. 신기하게도 공상영화 속 말도 안 될 것 같은 미래가 지금 펼쳐지고 있다.



1984(조지 오웰)의 책에 기술된 일들이 현실에 이미 다 있다. 1984는 1950년에 사망한 조지 오웰의 마지막 작품으로 1984년 미래의 가상세계를 풍자한 작품이다. 그는 천재다.



퍽퍽한 살림살이에도 자식들 가르치는데 아낌없이 쓰신 것은 '좀 더 잘 가르치면 내 자식이 적어도 나보다는 더 잘 살겠거니...' 하는 마음이셨다. 그 시절 부모님들은 온몸과 마음을 바쳐 자식에게 헌신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씩,


"누구 때문에 내가 그 고생은 하고 살았는데..."


라는 말씀을 듣고 자랐다.





70년대에 태어나 부모가 된 나는 자식에게 내 인생을 몰빵 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엄마의 삶은 나를 버리고 자식을 위해 내 인생 전부를 털어 희생하는 게 아니라 (자식이 자라 가는 데 필요한 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밑천 생각나지 않을 딱 그만큼) 그저 때에 맞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자식이 부담되지 않게, 부모를 위해 더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지 않게, 제 인생이니 제 나름대로 펼쳐볼 수 있게, 나도 자식도 마음이 편할 만큼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요즘 고2  딸아이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엄마는 중간이 없어!"


이다. 장을 한 번 보더라도 끝장나게 본다.

o 남편과 아이들의 기호에 맞춰 각각 맞춤형으로 냉장고에 꽉 꽉!

o 취미생활을 하더라도 끝이 없는 것처럼 열심히!

o 사람 관계에서도 한번 맺은 인연은 평생 갈 것처럼 상대에게 맞추고,

o 물건 하나를 사도 질리지 않고 오래오래...

o 하다못해 핸드폰 게임도 카카오 게임의 등장과 함께 설치 후 10년 넘게 같은 게임을 하고,

o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휴대폰도 5년이 넘었는데 아직 쓸만해서 그냥 쓴다.


사람도 물건도 취미도 하물며 가족 챙기기도 질리는 법이 없다 보니 집에 살림살이가 취미 하나 늘 때마다 늘어간다. 다행히 글쓰기는 노트북 하나면 장땡이다. 아니구나... 덕분에 책 사는 권수가 늘었으니 우리 집 책장이 고생이다.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식과 함께 걸으며 내가 하고픈 것도 하고, 자식이 원할 때 부모 역할을 해 주면서 살고 싶다. 누구도 내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나는 '나'이고 내 인생은 '내 거'니까...


하마터면 오늘도 열심히 살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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