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자녀와의 성(性)스러운 대화

학교의 성교육과 부모와의 대화 편.

by 로운


2015년. 교육부가 ‘학생건강정보센터’ 성 교육 자료실에 게시 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


교육부가 제작해서 각 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표준안(2015년)에 담긴 내용 중 몇 가지만 함께 살펴볼까요?

초등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중학교 성교육 표준안
(생식기의 관리) 남성은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말고 여성은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초등 14차시)
‘생식기를 깨끗하게 하지 않는다면? 정자와 난자가 아파요’(초등 중 15차시)
‘미혼 남녀의 배우자 선택 요건’에서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

Q. ‘왜 남자의 성기는 볼록하고, 여자의 성기는 오목한 모양인 것일까요?
A. 남자의 경우 정자를 잘 만들려면 온도가 낮아야 하니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좋고, 여자의 경우는 아기를 안전하게 키워야 하니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성교육 시 ‘야동’이나 ‘야설’ 그리고 ‘자위’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단둘이 여행 가면 안 되고, ‘여자는 무드에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거나, 피임을 가르치면서 고작 체외 사정을 강조하는 성교육.

초·중·고교 성교육자료와 교사용 지도서에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피해자 유발론’과 ‘미혼모·미혼부 폄하’ 내용으로 채워진 성교육자료들 뿐입니다.




공교육에서의 성교육이 성에 대한 청소년의 실제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것을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현실적 교육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성범죄 예방’과 같은 제한적인 내용을 가르치려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보통의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대부분의 청소년은 성범죄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궁금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 12~18세 청소년들은 사춘기 증후, 즉 몸의 변화가 생기면서 마음의 성장도 함께 겪게 됩니다. 이성교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청소년들은 얕은 교제부터 조금 진지한 교제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이성교제를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다양한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이성 친구가 생겼을 때 데이트 비용 부담, 데이트의 적절한 횟수와 같은 소소한 궁금증부터 스킨십의 범위, 성관계는 언제부터 가능하며 어떻게 하는지, 성평등, 성적 지향성, 임신과 피임 등 자신들에게 인접한 내용에 관한 교육을 받기 원합니다. 하지만 학교의 성교육은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교육이 아닙니다. 사실상 실제적이고 체계적인 강의를 학교 안에서 듣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의 교육은 꽤 많이 보수적이고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학교는 학생이 궁금해하지 않는 내용으로 형식적인 횟수 채우기에 급급한 성교육을 하고 있을까요?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은 유치원 연령의 어린이부터 직장인까지 연간 O회의 기준에 맞춰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 교육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정한 횟수 채우기에 머물러있습니다. 듣는 이의 태도 또한 그저 자리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입니다. 그렇게 형식적인 교육으로 이루어진 성교육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보다 나으니 계속 유지되어야 할까요?


학교에서 성교육 강사가 “바나나를 이용해 콘돔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하였습니다. 학부모로부터 엄청난 민원이 발생했었습니다. 성교육을 하면서 “과일을 이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 , “한동안 자녀가 바나나를 못 먹었다”는 내용이 뉴스에 보도된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럼 남성의 성기 모형을 들고 와서 콘돔 사용법을 가르쳤으면 문제시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더 큰 민원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서울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남학교, 여학교보다 남녀공학 중, 고등학교가 더 많습니다. 청소년들은 남, 녀 함께 성교육을 받게 됩니다. 피임교육을 남, 녀가 함께 받으니 모형이나 바나나를 사용하는 것이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고, 물의를 빚게 되는 걸까요?


미디어의 발달로 청소년은 성에 대한 지식을 제 나름의 방법으로 빠르게 습득하고 있는데 반해 학교와 부모가 된 우리는 아직도 성교육을 음성적인 내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세대가 청소년이었을 때 형식적인 교육을 받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 지금 우리의 자녀 세대도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연스레 생기는 궁금증을 쉬쉬하며 알아가야 할까요? 차라리 학교가 아니라면 부모라도 제대로 짚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몇십 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성(性)'에 대해서 저는 함께 고민하며 나눠보고 싶습니다.


[쎈 엄마 찐 성교육]의 2회 차 "더 이상 나 홀로 성은 없다' 편에서의 여러 제안을 받고 자녀와 함께 나누는 성(性)스러운 대화에 대한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psa0508/160


Q1. 어른의 시각에서 성교육을 '해주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입장에서 허심탄회하게 물어볼 주제로 성교육이 이루어지거나, 그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이라는 타이틀로 어쩔 수 없이 꼰대의 훈육 기질이 작용할 거라면, 처음부터 반대편에 서있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관심사를 알아보고 싶다는 뜻입니다. (진우 작가님)


A. 저는 주로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고 아이의 반대 입장보다는 같은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속에서는 꼰대 기질이 올라올 수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같은 18세가 되는 거죠. 교육이 아니라 대화로, 엄마의 의견보다는 들어주는 입장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더 개방적이고 자유롭습니다. 궁금해하는 내용도 생각보다 현실적인 것들이죠. 직접적인 성행위 방법, 피임법, 사후 피임, 성관계 이후의 대처방안, 10대의 임신이 주는 부작용, 성관계는 몇 살 정도부터 가능한가? 등. 부모세대가 성교육 또는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자라지 았았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놀랄 만한 궁금증을 이야기합니다. 자녀 세대의 성의식 자체가 변했고 다양한 성이 존재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폐쇄적인 성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쉽게 풀어놓은 성교육 책은 많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푸른 아우성]이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에서 출간된 책들은 만화책으로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로운의 집에도 만화로 출판된 책들이 여러 권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읽고 궁금해하는 내용들은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달라서 책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책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가깝다는 생각을 덜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로운은 뉴스에 보도된 기사들을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미혼모가 홀로 아이를 낳아 탯줄도 정리하지 못한 채 검은 봉지에 시신을 유기한 내용의 뉴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조금 더 가깝게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나의 몸을 왜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여야 하는지, 10대의 임신과 출산, 부작용,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를 낳았을 경우 감당해 내야 할 책임 등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기를 부여해 줍니다.




제3편. [내 자녀와의 성(性)스러운 대화]에서는 '나와 너의 몸은 소중해'의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단순하게 ‘성지식을 전달하는' 식의 교육은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녀들이 부모인 우리보다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성교육이 아니라 [성을 주제로 한 대화]를 나누고자 하며, '자녀와 나누는 성'스러운 대화의 기초는 열린 마음입니다. 자녀 스스로 나의 몸을 아끼고,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부모가 염려하는 성폭력에서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D고등학교는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학교가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는 동은 인기가 좋습니다. 창 밖을 내려다보면 자녀의 등, 하교 모습이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하교시간에 맞춰 거실 창으로 내려다봅니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서 내 아이는 개미만 하게 보여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교문을 나서는 자녀를 보며 엄마가 소리칩니다.
"앵글아~ 안녕~~~~"
메아리처럼 울려도 상관없습니다. 내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는데 창피함 따위는 감수할 만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 즈음.
이불을 털기 위해 거실 창을 열고 내려다보는데... 학교 옥상 구조물 옆에서 수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 어? 어?...'
엄마는 당황했습니다. 남, 녀 고등학생 둘이 학교 옥상 위에서 성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어떻게 해야 할까? 스치듯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정신 차리고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저는 D고등학교 옆 H아파트 주민입니다. 학교 옥상 위에서 학생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네요. 바로 출동 가능하십니까?"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직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이니까요.


위의 일화는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중. 고등학교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학교 옥상이 아니더라도, 학교 강당, 탈의실, 과학실 등 빈 교실이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라면 아이들이 위와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앵글이(당시 중1)에게 그날의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앵글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게 뭐하는 짓이야? 더러워!"
"더러워? 뭐가?"
"그 연놈들 말이야. 아주 개 더러워!"
"더럽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없어?"
"난, 안 그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 얘기가 아니고, 왜 옥상에서 그랬을까?"
"하고 싶었나 부지."
"하고 싶다고 아무데서나 해서는 안되지."
"정말 멍청하지 않아? 아파트가 주변에 둘러 쌓여있는데 보일 거란 생각을 못해?"
"그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해도 괜찮을까?"
"아니지. 학생이잖아."
"학생은 하면 안 돼?"
"성관계를 하면 아기를 낳을 수도 있는 거잖아. 학생이 애를 어떻게 키워? 학교는 또 어떡하고... 자퇴 해? 그럼 여자만 손해 아니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스런 대화를 나눴던 앵글이는 나름 생각이 잘 정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화를 나누고 싶으신가요?


저는 앵글이 와 "내 몸을 소중히 하기"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앵글아, 성관계가 책에서 읽는 것처럼 그렇게 달콤하지 않아. 특히 첫 관계는 불편하고 아플 수도 있어. 여성의 질 입구에 얇은 막이 있는데 처녀막이라고도 부르거든? 첫 관계 시 이 막이 파열되면서 피가 나기도 해."
"정말?"
"그리고, 보통의 경우 여자가 밑에 눕고 남자가 위에 올라가는 체위가 많잖니? 처음 관계하는 남자가 그것도 학교 옥상에서 하면서 여자를 배려해 줬을까?"
"아니지."
"그렇지. 어쩌면 여자의 몸이 준비가 되기도 전에 남자가 제 욕구를 해결했을 수도 있어. 그럼 상상을 해봐. 폭신한 침대 매트리스였으면 위에서 눌러도 괜찮았을 텐데 학교 옥상 바닥은 시멘트 바닥이잖아. 여자아이 등이 어떻게 됐을까?"
"헐... 다 까졌겠네."
"그렇지? 그럼 여자아이 입장에서 그 성관계가 즐거웠을까? 아팠을까?"
"엄청 아팠겠는걸? 그 새끼 정말 나쁜 놈이네."
"엄마는 네가 네 몸을 소중히 아껴주는 사람과 첫 경험을 하길 바라. 네가 첫 관계를 갖는 장소가 시멘트 바닥이면 안되잖아. 냄새나는 여관이어도 안될 거고,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누가 올까 봐 쫓기듯 해치워서도 안 되겠지?"
"안되지. 난 호텔 스위트룸에서 할 거야."

긴긴 대화를 나누고 이성 교제 시 서로에 대한 에티켓에 대해서 나눴습니다. 만약 넘치는 호르몬에 이끌려 참지 못할 상황이 된다면 둘이 손잡고 "콘돔"을 사러 올리브 O에 가라고 해줬습니다.


콘돔을 사러 함께 가는 동안 순간 올라왔던 감정도 정리가 될 테고, 콘돔을 고르러 가 보면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뭘 고를지 다른 사람들 눈치까지 봐 가며 고민하게 될 테죠. 어쩌면 못 사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정을 거치며 순간의 이끌림에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읽으시면서 깜짝 놀라셨나요? 10대의 자녀에게 이런 내용까지 대화를 나눠야 할까 고민이 되십니까? 로운과 이후에 나눌 이야기는 조금 더 깊어질 예정입니다. 독자님들의 생각과 의견도 댓글창에 적어주세요. 조금 더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나눔의 글을 써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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