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성교육과 부모와의 대화 편.
교육부가 제작해서 각 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표준안(2015년)에 담긴 내용 중 몇 가지만 함께 살펴볼까요?
초등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중학교 성교육 표준안
(생식기의 관리) 남성은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말고 여성은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초등 14차시)
‘생식기를 깨끗하게 하지 않는다면? 정자와 난자가 아파요’(초등 중 15차시)
‘미혼 남녀의 배우자 선택 요건’에서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
Q. ‘왜 남자의 성기는 볼록하고, 여자의 성기는 오목한 모양인 것일까요?
A. 남자의 경우 정자를 잘 만들려면 온도가 낮아야 하니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좋고, 여자의 경우는 아기를 안전하게 키워야 하니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성교육 시 ‘야동’이나 ‘야설’ 그리고 ‘자위’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단둘이 여행 가면 안 되고, ‘여자는 무드에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거나, 피임을 가르치면서 고작 체외 사정을 강조하는 성교육.
초·중·고교 성교육자료와 교사용 지도서에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피해자 유발론’과 ‘미혼모·미혼부 폄하’ 내용으로 채워진 성교육자료들 뿐입니다.
예를 들면, 미혼모가 홀로 아이를 낳아 탯줄도 정리하지 못한 채 검은 봉지에 시신을 유기한 내용의 뉴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조금 더 가깝게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나의 몸을 왜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여야 하는지, 10대의 임신과 출산, 부작용,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를 낳았을 경우 감당해 내야 할 책임 등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기를 부여해 줍니다.
D고등학교는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학교가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는 동은 인기가 좋습니다. 창 밖을 내려다보면 자녀의 등, 하교 모습이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하교시간에 맞춰 거실 창으로 내려다봅니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서 내 아이는 개미만 하게 보여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교문을 나서는 자녀를 보며 엄마가 소리칩니다.
"앵글아~ 안녕~~~~"
메아리처럼 울려도 상관없습니다. 내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는데 창피함 따위는 감수할 만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 즈음.
이불을 털기 위해 거실 창을 열고 내려다보는데... 학교 옥상 구조물 옆에서 수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 어? 어?...'
엄마는 당황했습니다. 남, 녀 고등학생 둘이 학교 옥상 위에서 성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어떻게 해야 할까? 스치듯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정신 차리고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저는 D고등학교 옆 H아파트 주민입니다. 학교 옥상 위에서 학생들이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네요. 바로 출동 가능하십니까?"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직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이니까요.
학교에서 돌아온 앵글이(당시 중1)에게 그날의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앵글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게 뭐하는 짓이야? 더러워!"
"더러워? 뭐가?"
"그 연놈들 말이야. 아주 개 더러워!"
"더럽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없어?"
"난, 안 그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 얘기가 아니고, 왜 옥상에서 그랬을까?"
"하고 싶었나 부지."
"하고 싶다고 아무데서나 해서는 안되지."
"정말 멍청하지 않아? 아파트가 주변에 둘러 쌓여있는데 보일 거란 생각을 못해?"
"그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해도 괜찮을까?"
"아니지. 학생이잖아."
"학생은 하면 안 돼?"
"성관계를 하면 아기를 낳을 수도 있는 거잖아. 학생이 애를 어떻게 키워? 학교는 또 어떡하고... 자퇴 해? 그럼 여자만 손해 아니야?"
저는 앵글이 와 "내 몸을 소중히 하기"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앵글아, 성관계가 책에서 읽는 것처럼 그렇게 달콤하지 않아. 특히 첫 관계는 불편하고 아플 수도 있어. 여성의 질 입구에 얇은 막이 있는데 처녀막이라고도 부르거든? 첫 관계 시 이 막이 파열되면서 피가 나기도 해."
"정말?"
"그리고, 보통의 경우 여자가 밑에 눕고 남자가 위에 올라가는 체위가 많잖니? 처음 관계하는 남자가 그것도 학교 옥상에서 하면서 여자를 배려해 줬을까?"
"아니지."
"그렇지. 어쩌면 여자의 몸이 준비가 되기도 전에 남자가 제 욕구를 해결했을 수도 있어. 그럼 상상을 해봐. 폭신한 침대 매트리스였으면 위에서 눌러도 괜찮았을 텐데 학교 옥상 바닥은 시멘트 바닥이잖아. 여자아이 등이 어떻게 됐을까?"
"헐... 다 까졌겠네."
"그렇지? 그럼 여자아이 입장에서 그 성관계가 즐거웠을까? 아팠을까?"
"엄청 아팠겠는걸? 그 새끼 정말 나쁜 놈이네."
"엄마는 네가 네 몸을 소중히 아껴주는 사람과 첫 경험을 하길 바라. 네가 첫 관계를 갖는 장소가 시멘트 바닥이면 안되잖아. 냄새나는 여관이어도 안될 거고,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누가 올까 봐 쫓기듯 해치워서도 안 되겠지?"
"안되지. 난 호텔 스위트룸에서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