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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10. 2021

브런치! 글을 쓰다!

"엄마가 좋아" , "나도 엄마라서 다행이야."

책 읽는 시간...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그래서 좋은 시간...




우연히 JTBC에서 [해방 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방송을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자의 때(?)에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뤄 아이를 낳고 여성은 안해로, 남성은 남편으로 이름 옷을 갈아입니다. 혼자일 때는 해 보지 않던 가사노동과 예측하지 못했던 각자의 역할이 생긴다. 출산을 하고 엄마, 아빠의 이름으로 마주한 세상은 24시간 항시 대기 태세로 전환되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해 내야 할 역할이 더 커진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야 비로소 자유로운 외출도 가능하게 되지만 그 역시도 아이의 일상에 방해되지 않는 범주 안에서 주어진 것이니 주체가 '내'가 될 수는 없다.


방송에서는 오롯이 자기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의 사적인 공간을 부여받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가 시작되고,... 등등의 이유로 잠조차 맘 편히 잘 수 없는 엄마로 주부로 살아가는 것이 어느새 너무 자연스러워져서 일상이 부당하다 정당하다 말할 틈도 없이 10~20여 년의 시간을 보낸 삶이 그려진다.


해방 타운에 들어서는 그들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온다. 꿈결 같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말끔하게 차려진 자기만의 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의 표정은 설렘이 가득했다. 언제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숙면을 취했었는지 기억에 없다, 홀로 거리를 걸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야 쇼핑을 한 적도 없고, 가족이 모두 고루 좋아하는 것들로 상차림을 하다 보니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은 포기했었고, 급히 돌아가야 할 것을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다 보니 시계추처럼 시간을 챙기며 불안한 마음으로 친구를 만나다가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시간을 부여받으니 자유로움에 가슴이 벅찬 표정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며칠 전 10살 동글이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있는데 동글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엄마~ 나는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80까지 살면 되나?"

"80 정도면 오래 사는 거야?"

"그럼... 100살은 어때?"

"엄마가 100살까지 살면 힘이 없어서 동글이가 엄마를 많이 챙겨줘야 할 텐데 괜찮겠어?"

"그럼... 지금은 엄마가 날 돌봐주잖아. 그러니까 내가 크면 엄마 내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2억짜리 벤츠도 사줄게."

"우와~ 녹음해둬야겠다... ^^ 근데 동글아~ 동글이는 왜 엄마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응~ 엄마가 나 맨날맨날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주잖아. 엄마 죽으면 내 밥은 누가 해줘?"

(헉~ ㅠ.ㅠ 밥 때문에 엄마가 필요한 거니....@.@)

"엄마가 밥을 해줘서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응~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거 많이 많이 만들어주고 나한테 친절하니깐 난 엄마가 좋아."


10살의 어린 동글이는 밥 주는 이의 파워를 아는 듯하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세상 모든 동물들은 밥 주는 이에게 복종한다. 그런 개념에서 보면 10살 동글이는 줄타기를 잘하고 있는 셈이다. 내용은 엉뚱하지만 어쨌든 엄마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이고, 엄마가 해 준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이야기를 함축한 내용이니 다소 철없음도 귀여운 애교로 받아넘길만하다.




20여 년을 유치원 원장으로 쉴 새 없이 일하다 큰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선택적 전업주부가 되었다. 유치원 일과 가사 일은 다소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아서 주부의 일로 전환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일을 함으로 부여되는 사회적 가치, 즉 급여 부분이 사라졌고,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능력의 가치보다는 당연한 가사 노동이 되었다. 같은 시간을 들여 같은 사람이 움직이는데 밖에서 일을 하면 일 이상으로 인정받고 능력 있다 칭찬받는데 가사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안 하면 너무나 티가 나는, 하면 할수록 할 일이 무수히 쏟아지는 이상한 업무가 연속된다. 돌아서면 일거리가 즐비하게 나를 기다리고 아침 6시에 눈을 떠 밤 12시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는데도 오늘은 화장실 청소도 못하고 청소기만 돌렸을 뿐 걸레질은 못한 날이 되어있어서 잠이 드는 순간에도 무언가 찜찜하고 숙제를 덜 끝낸 기분이 든다.


육아가 시작되면 일거리가 두 배가 아닌 3배, 5배는 늘어난다. 아무리 자상한 남편을 만나도 엄마로 해야 하는 역할을 하루가 갈수록 더해지고 엄마가 된 나는 몸도 마음도 지치고 아픈 곳이 늘어간다. 정수기 옆을 가득 메운 약봉지와 영양제들... 챙겨 먹으면 그마저도 다행이지만 분주한 일상 속에 알약 한 두 개 집어먹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잊고 지나가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이름으로 성실히 살아가는 나는 엄마 이전의 삶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것을 보면 이 또한 아이러니다......






요즘은 기록하는 일을 시작했다. 우연히 만난 브런치의 공간은 내게 꿈결 같은 소중한 공간으로 내 안을 조금씩 메워가고 있다. 글감을 찾으려 애쓰며 무언가 그럴싸한 글을 써서 출판사의 눈의 띄어 책을 내고 싶은 꿈... 을 꾸며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며 느끼고 경험했던 깨달음, 본받고 싶은 사람들의 삶,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주는 가르침,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소한 추억들을 기록하며 그 기록 속에 살아있는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브런치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일기장 속 글들은 나만이 글로 저장되고 묻히지만 브런치는 나눔을 선물해준다. 지금의 삶이 흥미롭고 새로워서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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