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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12. 2021

오늘도 장 볼 때 내가 좋아하는 건 안 샀다.

그렇지만 나만 이런 건 아니야!


나는 어떤 것을 원하는가?

어떨 때 행복한가?


결혼 후 엄마가 되어 막내가 대학에 가기까지 대체로  잊히는 것들...


통잠 자기

초저녁 잠 자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사적 공간

밤마실

친구와의 여행

나만 좋아하는 음식

.

.

.

,



어느 순간 아내가 된 나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사회 속 역할,

그 가운데 사회생활을 겸한 인간관계...

정말 다양한 역할 옷을 입는다.


그 역할이 두세 가지든 열몇 가지든

각기 역할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움직이고

산더미 같은 집안일까지 최선을 다해 꾸려간다...

남편이, 혹은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서 라기보다는 그게 내 할 일이니 해야 하니까 머리에 정리된 순서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는 표현이 더 가깝다.





새벽녘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남편과 두 아이 취향에 따라 세 가지의 밥상을 차려주고 남편의 점심 도시락을 챙긴다.


가족이 식사를 하는 동안 주방 정리와 각 방의 이부자리를 가지런히 한다.


순차에 따라 출근과 등교를 시키고,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 거리는 매일 해도 왜 이리 많은지,

각 방에 모아진 세탁물 색깔, 종류별로 분류해서 세탁기를 돌리고, 창은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 돌리면서 가구의 먼지를 닦으며 물품을 정리한다.

걸레질을 하고 나면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하는데 화장실 청소가 기다린다.


잠시 소파에 앉아 기운을 충전하며 오늘 저녁 찬거리와 주말 먹거리 장을 본다. 장바구니 가득 넣은 그 많은 물품 중에 내것은 거의 없다.

참으로 이상한 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 것 사는 것에 점점 더 인색해지는 나를 거의 매일 만난다.


아래층 동생은

"언니는 먹는 거엔 참 안 아껴~"


고등학생 딸내미는

"과일 사는 것만 줄여도 엄마 갖고 싶은 거 한 달에 하나는 충분히 사지 않을까?"


나도 안다.

그런데 오늘도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수시로 몸무게를 재는 남편의 샐러드 채소, 브로콜리, 샐러리, 양상추, 오이, 당근, 버섯, 고구마, 참외....


 탄수화물 절식하는 딸내미의 무지방 플레인 요거트, 수박(요즘 딸아이 아침, 저녁 주식), 토마토,  허니버터 아몬드, 곤약젤리...


10살 아들아이는 쑥쑥 커야 하니 고기랑 국거리, 냉동식품, 과자, 아이스크림...


그 외 생필품 들을 담고 나니 오늘도 예산 초과다.


장보기를 마치고(**프레시 기사님 감사합니다) 화장실 청소 마무리하고 나니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갔다.




아침도 안 먹고 11:30

오늘도 아점으로 한 끼 때워야겠다.

뭘 먹지?


참 이상하다.

냉장고 그득 찬거리가 쌓였는데 내 구미를 당기는 것은 딱히 없다. 왜 매일 이렇지? 생각해보니 오늘도 장 볼 때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것도 안 샀다.


무엇을 바라서일까?

그저...

네 덕분이야.

오늘도 수고 많았어.

당신 몸이 축 나도록 애쓰는 거 알면서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우리 엄마가 최고야...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면 오늘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진 않을까...




이 글을 함께 읽어 줄 글 벗님들에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가끔은 힘이 빠져도

서로 도닥이며

분주한 삶이지만,

아이들이 자라 제 길로 독립하기까지

딱 20년만 더

그래도 어지간히는 약속된 시간이 있으니

우리 같이 기운 나는 오늘을 함께 살아보자고...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고

하루하루 다르게 좋아지는 세상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하나 굴려보며 살고픈

소박한 꿈을 꾸며

오늘도 힘내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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