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의 시는 개인적인 고통과 시련을 대지의 탄력으로 딛고 난 다음부터 줄곧 아프고 외로운 사람의 영혼 속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위안의 시를 지향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시인은 개인적인 고통을 넘어서서 비상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꿈꾸다가 어느새 위로하고, 아픈 영혼에서 혹은 남루하고 비참한 현실에서 광휘를 발견하는 시를 쓰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의 시를 읽으면서 위안의 힘을 발견하고, 자유의 숨결을 호흡할 수 있고 날아오를 수 있는 비상의 의지를 느끼게 된다. 아니 그의 시는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날아오르려는 우리의 등 뒤에서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모두 날자. 행복한 영혼들이여.
시인이 직접 그린 크로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2021-10-28/#015 [모닝 페이지] 새벽 필사
조금 늦은 듯한 단풍이 서서히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매 해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자연을 느끼는 나이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감성이 달라서,
때때마다 다른 감흥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이 풍경이 되는 때,
희끗희끗 백발의 노부부가 두 손을 맞잡고 서로의 발걸음에 맞춰 걷는 뒷모습.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기가 뒤뚱뒤뚱 걷는 걸음 뒤로 두 손을 벌려 혹 넘어질지 모를 아기를 붙잡아 줄 태세를 갖춘 엄마의 발걸음.
낙엽이 도로 갓길에 가득 쌓여 배수로를 막을까 위험을 무릅쓰고 빠른 비질을 하시는 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