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너를 읽는 순간 / 진희 지음 / 푸른 책들

2021-10-29/#016 [새벽기상-모닝 페이지]

by 로운
새벽기상 04:58


[서평] 너를 읽는 순간 / 진희 지음 / 푸른 책들



<너를 읽는 순간>은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주인공 '영서'의 이야기가 담담히 적힌 소설입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기댈 곳 없이 홀로 살아가는 중학생 소녀 ‘영서’의 이야기가 주인공 ‘영서’를 스쳐 간 다섯 인물들의 시점으로 바뀌어 안타까운 사연들이 소개됩니다. 이들은 영서를 마주하며 연민, 동정,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 속에서 ‘영서’가 처한 비극적 현실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전달합니다. 영서를 소개하고 있지만 스쳐가는 다섯 인물들의 내면이 더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자신에게 처한 현실이 너무 비참해서 억지로 철들게 된 주인공 '영서'는 참고 견디는 게 더 익숙한 아이입니다. 중학생 소녀가 견디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현실이었지만, 영서는 자신을 버린 부모도, 자신을 둘러싼 차가운 현실도 원망하지 않고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소녀였습니다.





책 속의 인물 : 고종사촌 이연아, 영서의 이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진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 같은 학교 친구 소란


주인공 시점이 아닌 관찰자 시점으로, 한 사람의 시점이 아닌 다섯 사람의 시점으로 전개한 책은 다채롭습니다. 주변 인물의 상황에 따라 시선이 변화되며 각자의 입장에서 영서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영서를 도울 수 없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이해가 될 법한 나름의 사정들이 있습니다.


비극적인 듯하면서도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지은 책은, 읽는 이의 생각에 따라 비극일 수도 희극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나는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적극적으로 영서를 도울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세상의 수많은 영서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네 주변의 사람들이 모질거나 냉정해서 너를 외면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처지와 사연과 애환이 있을 거라고. 그러니 너무 많이 상처 받지 말기를. 지레 좌절하고 포기해 버리지 말기를. 네 곁의 누군가가 무심한 걸음을 멈추고 너를 돌아볼 때, 너라는 한 존재를 찬찬히 읽는 그 순간에, 너의 시간에서 외로움은 한 움큼 덜어질 거라고. 내일을 꿈꾸며 너는 오늘을 씩씩하게 살아 낼 힘을 얻게 될 거라고.”


책을 읽고 난 저의 느낌은 비극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아프고 아렸습니다. 부디 비극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비극일 것만 같아서 아팠습니다. 스산한 가을과 닮은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2021-10-29/#016 [모닝 페이지] 새벽 필사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이 무르익었습니다.

풍요를 전해주고,

찬란한 색으로 인사를 합니다.

자연이 건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소근소근

내년을 기약하는 인사가 들리시나요?

자연과 함께 오늘도

찬란한 하루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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