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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Nov 14. 2021

'코로나로 바뀐 세상'

로봇이 전해준 음식

주말이 되었습니다. 앵글이와 함께 '소소한 사치'를 부리기 위해 외출에 나섰습니다. 캡슐이 떨어진 날... 좋아하는 앙빵을 사는 날입니다.


동글이의 온라인 클래스를 위한 무선 헤드폰을 사기 해 트레이더스를 먼저 들렸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앵글이와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국숫집에서 신박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테이블에서 직접 주문 / 서빙로봇


코로나로 바뀐 세상은 신기했습니다. 테이블에서 탭으로 직접 주문을 했습니다. 점원과 마주 보며 이야기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배식구 앞에만 점원이 있습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니 점원이 서빙 로봇 위에 음식을 올려줍니다. 버튼을 누르니 로봇이 다가옵니다. 테이블 앞에 정확히 서더니 음식을 내리고 확인 버튼을 누르라고 이야기합니다.


로봇의 음식 배달

손님이 직접 로봇 위에 차려진 음식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자리를 떠날 수 있도록 '확인'을 눌러달라고 말합니다. 친절하게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까지 남기고 쿨하게 돌아서는 로봇이 신기했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에서 만난 로봇을 보며 앵글이와 둘이 호들갑스럽도록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잔치국수와 비빔면 주문


사진을 찍기도 전에 앵글이가 비벼버린 국수들이지만 로봇을 소개하기 위해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둘 다 배가 고팠고,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를 때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곱빼기로 주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젓가락 국수를 덜어서 한 입 먹었는데 입맛이 떨어지며 헛배가 불러왔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앵글이도 그랬습니다. 결국 사진 속 보이는 국수는 서로 한 젓가락씩 들어낸 상태 그대로 남겨지고 우리는 돌아서서 나왔습니다.


국수의 맛이 달라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던 국숫집이고 여전히 같은 맛이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문도 배달도 컴퓨터와 로봇이 했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입니다.


이상합니다. 배가 고팠고, 맛이 바뀐 것도 아닌데 왜 맛이 없었을까요? 돌아서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코로나로 바뀐 시스템에 안심하며 좋아하는 고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씁쓸하고 외로운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친절하게 다가와 주문을 받아주고, 음식을 내려주며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던 사람 대신 그 자리를 로봇이 함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땅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정감'이 사라진 음식에서는 온기가 사라져 맛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미묘한 경험으로 4차 혁명 시대로 로봇이 대신하는 세상이 찾아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과연?'이라는 의문을 던져주었습니다.


음식은, 단지 맛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음식 안에 깃든 정성과 음식을 전해주는 사람의 온기가 빠진 음식은 같은 조리과정과 맛을 유지했어도 '맛이 없는' 그저, 배만 채우는 음식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둘이 서로,


"엄마. 분명 배가 너무 고팠는데 못 먹겠어."

"너도 그러니? 사실, 나도 그래. 그런데 이거 괜히 곱빼기로 시켰나 봐."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한 젓가락 먹고는 맛이 없어졌어. 그냥 배가 불러."

"나도 그래. 왜 그렇지? 맛은 있는 것 같은데 못 먹겠어. 그냥 나갈까?"

"응. 이제 여기 못 오겠다. 그렇지?"

"그러게..."


자리에서 일어나 동글이의 헤드폰을 사고 현대백화점으로 이동해 캡슐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식품매장으로 가서 먹고 싶은 것들을 주문하기 시작했죠. 둘 다 국수 한 젓가락씩 밖에 안 먹었으니까요. 100개의 캡슐과 앙빵, 왕만두 그리고 동글이와 남편을 위한 철판 볶음밥을 주문하며 기다리는 동안 커피도 두 잔.


보이시나요? 모두 먹거리 입니다.


돌아오는 길.


"엄마, 무슨 사치를 이렇게 해?"

"왜?"

"다 먹을 것만 샀잖아."

"그게 뭐 어때서?"

"먹을 것만 사놓고도 스트레스가 풀려?"

"응. 좋은데 난?"

"정말 신기한 엄마야. 사치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무슨 장을 보면서 사치를 했다고 하는지..."

"돌아가면 동글이랑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겠어. 동네에서 못 사는 거니까 나와서 사는 거지. 먹을 것만 사도 기분 좋아."

"오늘 산 먹거리 값으로 엄마 사고 싶은 거 사면 남는 거라도 있지. 이건 다 없어지는 거잖아."

"왜 없어져. 동글이 키가 커지겠지... ㅎㅎㅎ"


앵글이와의 데이트는 늘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도 행복한 세 시간을 보냈네요.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세상! 더 좋아지고, 놀라울 만큼 성장합니다. 그리고 간소화되고, 편리해집니다. 그래서 부를 얻는 사람도 있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변모하는 세상 가운데 빠진 것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사람의 온기"


사람과 사람 사이, 마주하며 오갈 때는 그 소중함을 못 느꼈던 사람 간의 '정情'과 따스한 '온기溫氣'가 사라져 가는 세상이 씁쓸하고 서운하게 느껴졌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마스크를 벗게 돼도 로봇이 대신했던 자리에 사람이 다시 일하게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기계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어느 순간 익숙해지겠지만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세상을 코로나로 조금 더 앞당긴 것 같아 아쉽습니다.


주거문화의 변화로 아파트화 되면서 사라진 이웃 간의 정, 기계화되어가는 세상에 발맞춰 주문받는 로봇, 서빙하는 로봇이 자리를 채우니 사람과 마주 보며 함께 대화하는 풍경도 점차 사라져 갑니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기계화되겠지요. 아이들이 '온기'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 정말 욕심이 되어버린 세상으로 바뀌어가는 것이 서글퍼지는 오후입니다.


따뜻한 온기를 가득 채우고픈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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