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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Nov 15. 2021

고2 앵글이의 화이자 2차 접종

앵글이의 코로나19 화이자 2차 접종일

오늘은 앵글이의 코로나19 화이자 2차 접종일입니다. 10시로 예약되어 있지만 1교시 쌍방향 수업이라 수업 듣고 이동하느라 예약시간보다 늦게 집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추울까 염려가 되었지만 함께 산책할 것까지 생각하고 옷을 가볍게 입고 집을 나서봅니다.


병원 앞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갑자기 곁에 딸아이가 있는 것이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앵글아, 수능 마치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겠지? 네가 크니 친구 없어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 좋아."

"그렇지? 내가 맨날 같이 놀아줄게. 나도 엄마랑 놀면 좋지. 돈도 안 들고..."

ㅋㅋㅋㅋㅋ 역시 앵글이 다운 대답입니다.

"남자 친구 생겼다고 안 놀아주는 건 아니고?"

"그럼 셋이 놀지 뭐."

"눈치 없이 엄마가 낀다고 타박이나 하지 말지?"

"그럴 리가... 난 엄마랑 같이 다니는 거 좋아."



이번 주 목요일은 수능시험일입니다.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들은 학교 전체 방역과 책걸상, 교실 벽면 등에 쓰여있는 낙서 지우기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은 온라인 클래스로 전환되어 가정학습 기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침 가정학습 기간에 코로나19 2차 접종일이 겹쳐서 예약된 시간에 맞춰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청소년이라고 병원에서 살뜰히 준비해 준 막대사탕과 접종 완료 버튼을 받았습니다. 통감이 둔한 앵글이는 첫 번째 접종에도 주사약 들어가는 느낌이 없었다고 하더니 오늘도 역시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지도 못 느꼈다며 호들갑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오늘,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기에도 좋을 만큼 바람이 솔솔 불어 모처럼 앵글이와 아침 산책을 나섰습니다. 접종으로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떻겠는지 물었지만 남들 다 학교 갈 시간에 이렇게 나와 본 것이 언제인가 싶다며 산책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나란히 동네 산책길에 나서봅니다.


티끌 하나 없던 오늘 아침의 하늘


갑자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애국가 3절이 생각났습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

"엄마, 겨울이거든?"


아... 낭만 없는 고등학생은 찬물을 끼얹습니다. 역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앵글이 답네요.


"하늘이 그렇다고... 어쩜 오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니?"

"걷기 딱 좋은 날씨야. 이 시간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 봐봐. 다 고등학생뿐이지?"


고개를 돌려 보니 2차 접종을 맞으러 온 아이들이 둘씩 짝지어 병원 쪽으로 걸어옵니다. 접종기간이 거의 같아서 3주 전 오늘 맞았던 아이들은 모두 오늘이 2차 접종일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앵글이가,


"엄마, 맛있는 거 먹고 갈까?"

"어떤 게 맛있는데? 먹고 싶은 거 말해!"

"난 잘 모르지. 엄마가 골라줘."

"그럼, 엄마가 좋아하는 곳으로 갈까? 너도 아마 가보면 좋아할 거야."

"그래! 좋아!!"


운정 맛집 '브런치 빈'입니다. 맛도 맛이지만 쥔장의 넉넉한 인심으로 접시에 음식이 쏟아질 만큼 가득 담아주어 마음까지 든든한 맛집입니다. 자리가 없을 수 있는 시간이라 걱정했는데 마침 한 테이블이 남아있어 함께 아점을 먹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빈에서의 아점


"엄마, 나 주사 맞아서 맛있는 거 사주는 거야?"

"응. 먹고 열나지 말라고..."

"여기 정말 좋아. 대박~"
"맛있을 거야. 친구들이랑 왔는데 다들 좋아하더라."

"딱 내 스타일이야. 김치볶음밥이 신의 한 수네~"

"여기서 와플 디저트를 먹고 싶은데 계속 못 먹고 있어."

"이거 먹고 시키면 되지."

"먹어보고 얘기해. 아마 못 먹을 걸? 보기보다 양이 많아."


다음을 기약하게 된 과일 아이스크림 와플


"엄마, 진짜 와플까지는 못 먹겠어. 엄청 배불러. 저녁도 못 먹겠는걸?"

"내가 그럴 거라고 했잖아. 다음에는 와플만 먹으러 오자."

"좋아~ 이번 주에 한 번 더 올까?"

"그러지 뭐... 너 열만 안 오르면..."

"내가 매일 운동하잖아. 이 정도 병균쯤은 넉근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KFC에 들러서 비스킷 포장해갈까?"

"좋아~ 그런데 집에 가서 먹을 수 있을까?"

"걸어갈 건데 뭘... 집에 가면 또 먹게 될걸?"

"일단 포장하러 가자!"


집에 도착하자마자 개봉 된 비스켓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던 앵글이는 도착하자마자 딸기잼 듬뿍 발라 비스킷 두 개를 뚝딱 먹고 방으로 갔습니다. 주사도 맞고, 밥도 먹고, 산책도 했으니 이제는 쉬어야겠다네요. 네~ 그러셔야겠죠? 열이 나면 큰일이니까요...


쌍방향 수업이 오늘은 1교시에만 있어서 쌍방향 수업 마친 후 병원에 갔었습니다. 한 숨 자고 일어나 나머지 수업을 들었죠. 이번 주가 2차 접종 주간이라 선생님들께서 배려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시험장 준비로 학교도 분주하고, 아이들도 마침 이 주간에 2차 접종을 마치게 되니 다음 주에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 듯합니다.


저녁이 되니 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다며 과일만 먹고 타이레놀을 복용했습니다. 오늘 저녁 별다른 증상 없이 무사히 넘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해 봅니다. 수험생도, 2차 접종을 맞은 학생들도 모두 건강한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만큼 자라는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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