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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02. 2021

코로나가 뭐라고...

중간고사가 미뤄질까 봐 두려웠습니다.

앵글이가 하교 후 집에 들어서며


"엄마, 머리가 너무 아파."

"열도 나니?"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머리 위 뚜껑 부위하고 관자놀이가 너무 아파."

"왜 그렇지? 언제부터 아팠어?"

"오늘 과학 실험을 세 시간 동안 했는데 시금치에서 엽록소 분리하는 실험을 했거든? 시약에서 냄새가 좀 심하게 났어. 그래서 그런가?"

"마스크를 썼는데도 머리가 아플 정도면 냄새가 많이 심했나 보네. 시국이 이러니 머리 아프다고 하는데도 겁이 덜컥 나."

"ㅎㅎㅎ 코로나는 아니야. 미각이 살아있어서 뭐든 너무 맛있어. ㅎㅎ"

"다행이네. 별일 없어야지. 열 좀 재볼까?"

"열은 없어. 그럼 오늘은 타이레놀 하나 먹고 그냥 일찍 잘게. 자고 일어나면 좀 낫겠지 뭐."


앵글이에게 타이레놀 하나를 챙겨주고 일찌감치 재웠습니다. 그러고 돌아서는데 헛웃음이 나네요...


순간적으로 '중간고사가 다가오는데 코로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쑥~ 올라왔지 뭐예요? 아이가 아프다는데 시험 걱정이 먼저 든 것은 지난 1학기 중간고사 때 시험 3일 앞두고 확진 학생이 생겨서 시험이 2주가 미뤄지는 바람에 아이들 원성이 어마어마했던 기억이 불쑥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모두들 예민한 시기라 공부에 집중은 안되면서 부담은 한 가득인 아이들의 표정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어요. 앵글이가 친구들의 원망 어린 눈총을 받게 될까 싶은 생각이 그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가며 아픈 아이 마음에 공감해 주는 포인트를 놓쳐버린 겁니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직전 같은 학년에서 확진자가 발생해서 2주간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중간고사 준비를 했던 아이들에게 시험이 2주 미뤄진 상태도 당황스러운데 기말고사 진도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니 혼란한 상황이 되었죠.


시험을 보고 마무리가 된 뒤 진도가 나가야 하는데 애써 공부했던 내용은 하나둘씩 잊히고 새 단원 진도가 나가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펄쩍 뛸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볼 친구들은 잘 보고 망친 친구들은 망친 시험을 경험한 뒤 아이들은 '시험 전에 제발 확진자만 나오지 말아 주라'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참, 슬픈 현실입니다. 어느 한쪽에서는 생사를 오가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어느 한쪽에서는 인생에서의 중요한 첫 관문을 걱정하며 마음을 졸이며 살아갑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아파도 맘 놓고 아플 수 없는 전염병의 늪에서 우리는 언제쯤 자유로워질까요?




옆 방에서 앵글이가 잠이 들었습니다. 잠들기 전 체온계를 머리맡에 놔주며 자다 깨면 수시로 열을 재라고 얘기했던 게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 공감받기를 원해놓고 정작 일주일 동안 수행평가로 매일 시험에 시달리고 과제에 치여 머리가 아픈 딸에게 나는 공감보다는 걱정의 말로 불편한 잠을 재운 에미가 된 거죠. 실상 당사자가 더 마음이 분주할 텐데도 말입니다.


일찍 잠이 들었으니 새벽녘이면 일어나 저녁에 못한 분량의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머리에 앉을 아이란 것을 압니다. 성격상 오늘 계획해 두었던 분량을 채우지 않아서 일찍 일어나겠죠. 연휴이니 그냥 쉬라고 이야기하고픈 마음이 울컥 올라오면서도 다가올 시험을 치를 이가 앵글이여서 못 본 척 간식 챙기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도 시험과 점수에 쫓기던 고등학교 3년을 보냈는데 왜 자녀의 현실이 더 각박하게 느껴질까요? 무한 줘도 아깝지 않은 자식이어서 그 힘듦까지 보듬고 싶은 마음일까요?


아이의 두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시기를 거쳤을 많은 선배님들... 자녀와 함께 걷던 그 걸음걸음 애쓰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고등학교 입학 후 2년 내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로 힘겹게 학창 시절을 보내는 우리의 자녀들이 잘 이겨내고 마음의 부담에서 자유로와졌으면 하는 기도를 해 봅니다.


아픈 아이를 보며 더 아픈 엄마, 로운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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