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Oct 01. 2021

딸아이가 드디어 어른이 되어갑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립니다.

"누구세요?"

"우체국입니다."


'우체국? 등기 올 것이 있었나??' 생각하며 나가보니 집배원께서 봉투 하나는 내미십니다. 그러더니 전자기기를 내 보이며,

"여기에 이름을 적어주세요."

아무 말 없이 이름을 적었더니,

"어머니시죠?"

"네."

별생각 없이 대답하고 우편물을 들고 들어와 무언지 살펴보니...



"꺄~~~~~~~"

앵글이의 [주민등록증 발급 통지서]였습니다. 우리 앵글이가 어른이 되려나 봐요. 드디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증표를 주신다고 하네요?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뭐랄까요? 느낌이... 아직 받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마치 영장 받은 느낌이랄까... 그런 야릇한 기분이 들었어요. 주민등록증은 만 18세에 만드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만 17세에 통지서가 오네요? '그럼 내년 대선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건가?' 하고 잠시 생각했었답니다. 이런 엉뚱한 엄마가 또 있을까요? 주민등록증이 생겼다고 선거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착각을 순식간에 하다니... (선거는 만 19세부터 할 수 있습니다.)


'두근두근'

일반 우편물이었으면 손으로 쫘~악~~~~ 찢었을 거예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조심조심 뜯어야 할 것만 같은 그 느낌적인 느낌... 이랄까요? 그래서 커터칼로 아주~ 섬세하게 개봉 박두!! 두둥~~~




주민 등록증 [住民登錄證]
주민 등록법의 규정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내에 주소지를 둔 거주민임을 밝히는 증명서



이게 뭐라고 이렇게 감동적일까요? 흑흑~~~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벌렁벌렁~ '앵글아~ 다 컸구나... 드디어 네가 홀로 설 수 있는 때가 다가왔다!'라고 소리치고 싶어 져요. 벌써 자녀가 장성해서 이 시기를 거치신 작가님들이 이 글을 보시면 '피식~' 웃음이 나오실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18살 아이를 키우는 게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로워요. 동글이에게 같은 일이 생기면 지금 이런 감동은 없을까요? 아~ 동글이에게는 '영장'이라는 어마어마한 등기가 오겠네요.




오후 5:30

'띠띠띠띠' '뚜루루~~~'

앵글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네요. 호들갑스러운 엄마가 앵글이 맞이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시죠? 버선발로 뛰어가서...

"앵글아~ 오늘 뭐가 왔는지 알아?"

"아~ 우편물 왔어?"

'엥?? 어떻게 알았지? 뭐가 이리 싱거워?' 앵글이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제 속에 들어갔다 나왔을까요??

"어떻게 알았어? 말도 안 했는데?"

"응~ 그냥... 친구들이 많이 받았어. 왠지 그럴 것 같더라."

이런 시크한 딸내미 봤나... 엄마의 이 감격에 찬물을 끼얹다니...

"근데, 앵글아~ 기분이 이상했어. 영장 받은 것 같이..."

"그치? 친구들이 다 그 소리 하더라?"

"그랬어?"

"응... 중간고사 끝나고 같이 사진 찍으러 가기로 했어."

"예쁘게 찍어주는 사진관에 가서 찍어."

"응. 애들이 알아봐 놨대."

고이고이 뜯어서 꺼냈던 봉투를 내밀었더니 정작 당사자는 본둥만둥 합니다. 그리고는 시크하게 휙~ 챙겨서 제방으로 건너가네요... 힝~ 맨날 저만 동동거리는 엄마입니다. '칫~ 너도 커서 18살 키워봐라. 얼마나 신기한지...'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께서도 이렇게 하나하나 신기한 경험을 쌓아가며 키우셨겠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움을 접하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18살은 처음 키워보니 18살만큼, 큰 아이가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면 저도 스물, 서른 만큼 자라겠지요. 아이를 키워 깨닫는 깨달음만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치면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끝내 모르는 부모님의 마음이 있을 겁니다.


부모는 한없이 주고, 또 주고,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데도 자식에게 아낌이 없습니다. 그런데 키우면서 행복하다고 말씀하시지요. 저는 부모님께 받고, 받고, 또 받았는데 부모님께 아낌없이 주신덕에 행복했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식을 낳고 제 자식에게 내 부모처럼 주고, 주고, 또 주면서 행복합니다.


행복은 주는 것보다 받을 때 더 행복할 것 같았는데 살아보니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삶 속에서 자녀들은 부모의 무한한 감동과 격려로, 그 박수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박수를 받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면서 힘을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주고 또 주는 것 또한 자녀들이 자라면서 주는 감동이 그 값을 다 했기에 대가가 없어도 무한정 주고 싶고, 내 모든 것을 주면서도 행복하다 생각하게 되는 마법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요?



한 단계 제 인생의 걸음을 힘껏 내딛는 딸아이를 보며 흐뭇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한 뼘씩 자라도록 양분을 더해 준 제게도 격려를 해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야겠죠. 그 오름 뒤에 장애물도 있고 거친 비바람도 있을 겁니다. 그 모든 난관을 헤치고 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멀지 않은 시간 뒤에 어깨동무하며 벗이 되어 나란히 걸어갈 딸아이를 위해 오늘도 공부하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한 뼘 자란 딸아이를 자랑스러워하는 로운입니다.










사진출처 : 로운과 픽사 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가 뭐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