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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Aug 16. 2021

고등학생이 묻는다. "결혼이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서 절대다수가 되는 것

앵글이가 물었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결혼이 주는 의미는?


"엄마는 결혼 왜 했어?"

ㅡ 어느 날 보니까 같이 살고 있더라? 결혼은 뭐에 홀린 듯하는 거라고 하더라고... 헤어지기 싫어서 했나 봐. 연애할 땐 헤어지는 게 엄청 힘든 일이거든.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밤이 되면 각자 집으로 가야 되잖아. 각자 집으로 기 싫어서 같이 살았지.



"꼭 해야 하나?"

ㅡ 꼭 해야 하는 건 아닌데, 안 하고 혼자 살려면 좀 멋지게 나이 먹어야 할 것 같아. 30대까지는 괜찮은데 40이 넘어가면 많이 버는 거랑 상관없이 외로워 보이더라... 멋지게 혼자 사는 김혜수나 엄정화를 봐도 부럽지 않더라고... 네 인생이니까 네가 결정할 일이긴 해.



"결혼은 안 해도 애는 낳고 싶더라.
슈돌 보면 윌리엄, 벤틀리 너무 귀엽잖아. 내가 나중에 애만 낳는다고 하면 엄마는 어떻게 할 거야?"

ㅡ 그것도 네가 결정할 일이지. 사유리가 정자 기증을 받아서 아이를 낳았잖아.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자주 보는 모습이 아니어서 낯설긴 하지만 불법은 아니잖니? 결혼 대상은 못 찾았는데 엄마는 되고 싶을 수도 있지. 근데 혼자 아이 키우는 게 쉽지는 않을 거야. 편견 때문만은 아니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홀로 아이 키우는 게 보통일은 아니거든. 자식은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도 있잖니?



"결혼해서 엄마는 행복해?"

ㅡ 행복하지. 물론 힘들고 외롭기도 해. 하지만 90% 힘들어도 10% 기쁨이 90%의 힘듦을 잊게 해 주는 게 결혼인 것 같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어려움도 이기게 해 주니까 O, X로 묻는다면 결혼하라고 하고 싶어.



"결혼이 엄마한테 플러스야 마이너스야?"

ㅡ 어려운 질문이네. 결혼을 통해서 사랑하는 남자를 얻어서 플러스 하나, 너희 둘을 낳아서 플러스 둘셋, 삶이 안정이 됐으니 플러스 넷, 그런데 나의 일은 버렸으니까 마이너스 하나,... 마이너스는 하나니까 플러스가 더 많네? 그래도 가끔은 잘 다져놓은 사회적 커리어를 다 버린 건 좀 속상하고 아쉬워. 너희들에게 좀 신경을 덜 써도 될 때 다시 나를 찾아가려고 해. 그게 어떤 모습이든 말이야.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나를 성장시키는 한 과정이라 생각해. 끊임없이 무언가 도전하는 멋진 엄마기 되고 싶어.


"대학 졸업하고 바로 결혼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ㅡ솔직히 좀 아깝지. 12년 공부해서 대학에 가는 거잖아. 전공을 하고 싶던 과로 잘 선택한다면 대학 공부는 어려워도 엄청 재밌을 거야. 드디어 하고 싶은 공부를 내 선택으로 하게 되는 거니까... 열심히 4년, 혹 석박사까지 한다면 9년 정도 공부를 하고 바로 결혼을 하면 공부 한 걸 펼쳐볼 짬 없이 결혼을 하는 거잖니? 사회생활에서도 배울 점이 많고 사회생활에서 배운 경험이 인생살이에 방향 제시를 해 줄 거야. 그래도 네가 하고 싶어서 해야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왕이면 남들 누리는 것 다 해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



"결혼이 엄마의 커리어를 다 버리고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어?"


ㅡ 가치 있는 일이었지. 하루만 살다 죽어도 좋을 것 같은 남자를 얻었잖아. 수동적으로 다가오길 기다렸으면 이루어지지 않을 첫사랑으로 끝났을 텐데 난 멋지게 먼저 대시했잖니? 멋지지 않아? 고백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 너도 나중에 멋진 남자가 짠 나타나면 망설이지 말고 꽉 잡으렴. 자존심을 지키는 건 얻어낸 자만 누리는 것 같아. 잃고 나서 무슨 자존심? 일단은 내 사랑을 지키는 게 먼저지. 남녀 상관없이 좀 더 사랑한 사람이 다가가면 된다고 생각해.

 너희를 낳지 않았으면 계속 일을 했겠지. 그래도 일보다 너희를 챙기는 지금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해. 과거로 다시 돌아가서 선택하라고 해도 너희를 돌보는 걸 선택할 거야. 아이가 자라는 모습은 딱! 그때밖에 못 보는 거니까... 너희가 자라면서 준 기쁨으로 너희가 나에게 해줄 효도는 이미 다 했어. 앞으로는 네 인생을 잘 걷도록 도와주는 일만 남았지.



"내가 결혼하길 바라?"

ㅡ 엄마처럼 첫눈에 뿅 반하는 남자가 생길지 아니? 사랑은 맘대로 안되더라.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 얘기도 안 들리는 게 사랑이야. 그러니까 콩깍지라고 하지. 엄마가 바라는 건 안 중요해. 사랑에 빠지면 엄마 생각은 들리지도 않을걸? 그때 가서 혹시 의견이 궁금하면 물어보렴.



"결혼을 한 게 행복해? 안 한 게 행복해?"

한 게 더 행복하지. 사랑을 안 해봐서 자꾸 의문이 들고 미덥지가 않은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세상의 별도 달도 따주고 싶어 져.



"결혼을 하게 되면 아기는 낳지 말까?
 여자가 너무 잃는 게 많은 것 같아."

ㅡ 안 낳는 거랑 못 낳는 거는 다르니까 해 보고 결정하렴. 그런데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싶어 질 거야. 사랑의 완성 같은 생각이 들어. 너무 사랑하니까 서로를 닮은 2세가 궁금해지고 기다려지는 거지. 조물주가 창조할 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고 하셨거든. 아이를 낳는 것은 본능이라서 네 맘대로 안될 수도 있어. 여자가 손해인 것 같아도 아이 자라는 걸 오롯이 함께 하잖니? 남자들은 자는 것만 보잖아. 주말에도 거의 쉼이 필요할 때가 많고... 너희도 그래서 엄마랑 더 친하잖니? 무슨 일만 생겨도 아빠보다 엄마기 먼저 떠오르잖아. 여자가 사회적 일에서는 멀어진 듯 하지만 평생 함께 할 친구를 얻은 거니까 남자들보다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해.



"주변을 보면 결혼 한 사람들의
좋은 예 보다 나쁜 예가 더 많은 것 같아."

ㅡ 사는 모습이 제각각이고 기준이 달라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그들은 그들 기준으로 볼 때 잘 살고 있는 거고 행복할걸? 우리 집 기준으로 다른 집을 견주어 볼 필요는 없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으니까...



"확률적으로 여자가 손해인 경우가 훨씬 많아. J네 집은 2주마다 시부모님이 2박 3일 다녀가시고, H의 엄마는 SNS에 행복한 모습을 잔뜩 올리는데 정작 자기 아들이 우울한 걸 모르는 것 같고, D엄마는 아들 자랑 늘어지고 매일 고상하게 책 읽으며 지식인인 양 구는데 정작 외로워서 산 만한 강아지를 자식이라고 하고, Y 이모는 남편 시집살이에 아이들한테 절절매느라 맨날 울기만 하고... 난 주변 사람들만 봐도 결혼은 여자에게 마이너스가 더 큰 것 같이 생각돼. 그냥 안 하는 게 나은 거 아니야?"

ㅡ 네가 단면만 봐서 그런 거야. 소문으로 들려오는 것이 결혼의 전부는 아니거든. 그게 행복을 잊게 하는 10%라고 생각해봐. 그것 빼면 90%의 행복이 있을 수도 있잖아. 10% 때문에 90%를 포기하긴 너무 아깝지. 그리고 네가 본 그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거든 네가 결혼해서 만들 가정은 그만큼을 걷어내고 살아가면 돼.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이 늘 꽃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지뢰밭도 아니야. 행복할 때가 훨씬 더 많단다. 봐봐. 너도 아주 잘 크고 있잖아. 엄마랑 이런 속 얘기도 나누면서... 다른 사람 비교할 것 없이 우리의 행복을 지켜가며 살면 돼.




그늘과 쉼이 되는 집이 되어 줄께.


결혼은 쉽다.

하지만,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그 어려운 것을 우리는 해내며 살아간다.


아이를 얻는 것은 대체로 쉽다.

하지만,

아이가 자식이 되는 것은 어렵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워내는 데에는 살을 에이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가능하다.

그 어려운 것을 우리는 묵묵히 해내며 같이 걷는다.


가정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가정만 이루고는 행복하지 않다.

가정 안에 가족이 채워져야 웃음꽃이 피어난다.


나를 내려놓고

너와 함께 할 때

가족이 가정 안에서 평안하다.


나의 기준을 버리고

개개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모두가 함께 웃고

마음을 활짝 열어

비로소 가족이 되어 간다.


한번 보고 지나칠 사람에게는

웃는 낯으로 과한 친절을 베풀면서

나와 평생을 함께 할 가족에게

편하다는 이유로

공기 같은 존재감으로

상처 내며 살아가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내가 선택해서

나와 일생을 함께 걷는 가족에게

보다 친절하고 보다 마음을 쓰며

귀하게 아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며 살고 싶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더라.

나는 자식에게

떳떳한 앞모습도 보여주며 살고 싶다.

먼 훗날 내 자녀가

우리 엄마, 우리 아빠같이

살고픈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어려운 것을 우리는 오늘도 묵묵히 해내며  걷고 있다.




내용 중 사진 출처 : 로운과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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