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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Dec 16. 2021

초3 아들의 담임 선생님

아들의 선생님, 엄마의 선생님 "참 감사합니다."

동글이는 학교에 가는 것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사람 좋아하는 동글이에게 코로나는 너무 야박한 바이러스입니다. 동글이는 아기 때부터 낯을 가리지 않아서 식당에 가면 옆 테이블에 가서 밥을 먹을 정도였습니다. 놀이터에 가도 아무나 따라가는 아이라 늘 시선을 아이에게 두어야 했죠. 온 세상이 아군뿐인 동글이는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에게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인 양 인사를 합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반갑게 인사하는 동글이는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속상해합니다. 그런 동글이의 마음이 예쁘고 흐뭇하면서도 늘 상처 받을까 염려가 되곤 했습니다.


코로나로 학교에 50일도 채 가지 못했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을 맞이하며 동글이는 매일 묻고 또 물었습니다. 3학년 때는 학교에 갈 수 있는지 말이죠. 3월, 4월에도 여전히 학교를 거의 가지 못했던 동글이는 5월이 되며 격주 등교가 시작되고 학교 가는 주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동글이를 맞아주신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제가 큰아이를 키우며 만났던 11분의 담임 선생님과 동글이를 키우며 만났던 3분의 선생님들 중 단연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시는 인생 선생님이십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워서 글을 적어봅니다.


마음이 여린 동글이는 친구들의 거친 말과 행동에도 자주 상처를 받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일임에도 동글이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런 동글이에게 지원군인 담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동글이가 말로, 행동으로 상처를 받을 때마다 아이들 하교를 시키신 후 전화를 주십니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시고, 아이와 대화 나눈 내용과 다독여주신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동글이를 어떻게 양육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조언도 아끼지 않으십니다. 앵글이를 키우며, 동글이를 1, 2학년을 보내며 경험해 보지 못한 담임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은 늦둥이 아이를 키우는 나이 많은 엄마를 감동시켜주십니다.


격주 등교로 아이를 몇 번 만나지 못했음에도 그 짧은 시간에 아이의 성격과 성향, 심성을 파악하시고 아이를 다독여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학교에 보내는 마음이 늘 감사로 넘칩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전면 등교가 되었습니다. 해맑은 동글이는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매일 아침 신이 납니다. 그러던 10월의 중순, 선생님께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아이가 나눗셈을 어려워해서 하교 후 지도해줘도 되겠는지 묻는 문자였습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답문을 보냈는데 한 10분쯤 지나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동글이 어머니, 동글이가 나눗셈을 못해서 보충 공부를 시키려는 것이 아니니 동글이를 나무라지 말아 주세요. 나눗셈 개념이 원래 좀 어렵습니다. 동글이와 줌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옆에 앉혀두고 설명해주면 금방 알아듣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문자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문자에 오해를 하거나 속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의 부족함을 아시고 챙겨주심에 감사한 마음이었죠. 그런데 덜렁 문자만 읽고서 아이를 다그칠까 염려가 되셨던 모양입니다. 애써 다시 전화 주셔서 상황 설명해 주시고, 동글이에게 격려해 주기를 거듭 당부하시는 선생님의 전화 내용을 듣고 마음 깊이 감사가 올라왔습니다.


전화를 끊고 동글이와 보충 공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동글아, 선생님께서 동글이의 나눗셈 공부를 봐주시겠다고 수업 마친 후 1시간 정도 학교에 더 머물러야 한다고 연락이 왔어."

"그래?"

"친구들은 다 집에 가고 동글이는 학교에 남아서 선생님이랑 나눗셈 공부를 하는 거야. 괜찮니?"

"엄마 생각은 어떤데?"

"엄마는 선생님께서 동글이 공부를 봐주시는 게 너무 고맙고 감사해. 선생님이 안 봐주시면 학원에 다녀야 하는데 동글이는 학원 다니는 걸 싫어하잖아. 담임 선생님은 동글이를 잘 아시고, 동글이도 선생님을 좋아하니까 어려움이 없지만, 학원을 다니게 되면 새로운 선생님과 친해져야 하는 시간이 걸리잖니? 그래서 엄마는 좋다고 생각해."

"그래? 그럼 나도 괜찮아."

"뭐가 괜찮아?"

"엄마가 선생님이랑 공부하는 거 좋다며... 나도 선생님이랑 공부하는 거 좋으니까 수업 끝나고 남는 거 괜찮다고..."


동글이에게 '친구들은 가고 남는 것이 혹시 부끄럽니?'라고 묻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동글이의 생각을 듣고 싶어 에둘러 이야기했는데 아마도 알아듣고 답하는 것 같습니다. 동글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다시 전화를 주셨습니다.


"동글이 어머님, 제가 생각해 보니, 동글이 공부를 도와주기로 했으니 동글이가 나눗셈을 완전히 이해할 동안 계속 봐주는 것은 어떨까 싶어서 다시 전화드렸어요. 처음에는 한두 번 정도 봐주려고 했는데, 나눗셈을 이해하는 데 한 두 번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왕 시작한 거니까 동글이가 이해하고 혼자 공부할 수 있을 때까지 보충 공부를 지도해 드릴게요. 괜찮을까요?"

"선생님께서 시간을 내셔서 동글이를 봐주시는 건데 너무 감사하죠.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아이를 지도하시며 부족한 부분까지 살펴주시는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갖고 동글이를 지도해 주신다니 이렇게 고마운 일이 있을까요?


그리고 일요일.

선생님께 또 한 번의 문자가 왔습니다.



휴일까지 동글이 지도를 위해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 수업기간이라 혹시 잊을까 봐 시간을 알려주시려 문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배려가 너무나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첫 보충학습이 있었습니다. 동글이는 온라인 수업을 마친 후 학교에 갔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죠.



첫 수업을 한 후 수업 방향에 대해 동글이와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공부한 후 문자를 주셨습니다. 혹여 엄마 마음이 분주할까 염려가 되어 안심하도록 안내를 해 주신 거라 생각되니 더 고마운 선생님이십니다. 동글이는 2주 동안 보충학습을 4번 다녀왔고, 선생님께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지도해주신 덕분에 나눗셈을 정말 정복할 수 있었습니다.


청렴학교로 학부모가 선생님께 커피 한 잔도 사다 드릴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전화로, 문자로 밖에 마음을 전할 수 없음이 못내 아쉽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향긋한 커피와 달달한 케이크를 사들고 선생님과 마주 앉아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동글이의 수업 준비와 숙제를 챙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담임선생님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매일 오후 전화를 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어떤 숙제가 있었고, 동글이가 남아서 숙제를 한 후 검사를 받고 귀가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격려해 주시고 아이를 챙겨주셨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방과 후에 아이를 따로 챙겨주시고 하교시켜주신 담임선생님이 계셔서 입원과 수술하며 병원에 있는 기간 동안 동글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학년이 바뀌는 신학기가 되면 올 한 해 좋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동글이가 만난 1, 2, 3학년 선생님 모두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좋은 선생님들이셨습니다. 저도 동글이도 참 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중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정말 정말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분이십니다. 매일 아침 새벽 명상을 하며 기도를 합니다. 내 가족과,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과 제가 구독한 100분 글벗, 그리고 앵글이, 동글이의 담임 선생님... 한 분, 한 분 너무나 소중한 인연입니다.


학년말이 되어 겨울방학이 되면 이제 새 선생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지요. 헤어짐이 아쉽고, 그동안 받은 사랑에 벅차 코끝이 찡하게 울려옵니다. 여리고 섬세한 아들을 두어 늘 걱정이 많은 아이 엄마를 다독여주시고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올 한 해 동글이를 맡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게도 인생 선생님이 되실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픈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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