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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10. 2022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나요?

10월 2주 "책"

"여행"을 떠올리면 두근두근 기대가 됩니다. 수학여행, MT, 신혼여행, 가족여행, 패키지여행, 자유여행... 그 이름들도 다양합니다. 여행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감을 전해줍니다. 막상 여행을 떠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역시 집이 최고야!'를 외치게 되지만 돌아오면 또다시 다음 여행을 기리며 계획을 세웁니다. 생각해보니 여행 그 자체보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여행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은 '기대감이 주는 축복'인 것 같습니다.


어릴 적 현충일 즈음이면 학교에서 [국군 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 쓰기]를 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국군 장병 아저씨께]라고 적어 썼던 편지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싶지만 그 시절 그 편지가 3년의 시간을 부대에서 보내는 군인들에게는 기다림과 기대를 안겨주었을지도 모릅니다.


1972년부터 1980년대까지 MBC와 KBS가 똑같은 내용을 방영하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던 [배달의 기수] 아시나요? 군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가 시청할 만큼 재미있는 내용도 아니었을 텐데 꼬박꼬박 챙겨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1978년 흑백 TV 단막극 배달의 기수(반공드라마)


혜남세아 작가의 '브런치 북'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


혜남세아 작가의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은 파병과 운명적 사랑의 기록입니다. 글에서 마음씀이 유순하고 따뜻한 작가의 성품이 그려집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어떤 로멘티스트보다 더 로맨틱한 혜남세아 작가를 '스윗가이'라 부르고 싶어 졌습니다. ('스윗가이'는 행동이 부드럽고 상냥하고 달달한 남성에게 사용하는 말로, 남성이 여성에게 매우 상냥하고 다정할 때 쓰는 말입니다.) 


이 책은 제가 읽은 첫 번째 브런치 북입니다. 브런치 북 감상문의 포문을 열 뻔한 이 글이 작가의 서랍에 고이 담겨 있다가 이번 주 '보글보글' 주제에 맞물려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네요.


[사전적 의미]

군인 :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조직체계에 소속되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받고, 전시에는 직접 전투에 종사하는 사람.

파병 : 군대를 외국에 주둔하게 하거나 다른 나라 군대와 맞서 싸우게 하기 위해 해외로 내보냄


그럼 달달한 작가의 글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혜남세아 작가의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은 레바논 티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병되기 전 함께 교육을 받다가 평생의 반려를 만나 사랑을 꽃피우고 6개월의 파병을 마친 후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첫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우연이 여러 번 겹치면서 운명임을 느꼈고, 그 운명이 평생의 반려임을 직감하게 된 작가의 치밀하고 감동적인 이벤트가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둘만 아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여기서 작가의 섬세하고 계획적인 성품을 읽을 수 있다.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며 의미를 부여하고 결혼 후 수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사랑을 담은 프러포즈를 거듭하는 작가는 아내 사랑이 넘치고 넘쳐 그 마음에 홍수가 날 지경이다.


브런치북 목차


파병 사랑이 움터 중도 귀국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혜로운 선남선녀는 조차도 미리 생각한다. 그들은 치밀한(?) 계획하에 맡은 소임을 다하고, 사랑 역시 지켜가며 전쟁터에서의 6개월보내게 된다. 이미 파병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총책임자에게만 넌지시 귀띔하고 지혜롭파병 일정을 완수한다. 여기서의 관전 포인트는 사랑을 표현하는 작가의 '완벽한 계획'이다. 치밀하고 달달한 계획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어쩌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른다. 작가는 군인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었다.


혜남세아 작가의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을 읽으며 2016년 방영됐던 [태양의 후예]가 떠올랐습니다. 드라마 속 이야기 같은 만남과 사랑을 한 작가의 삶이 신기하고 반갑습니다. 하물며 주인공들과 비슷한 군인과 간호장교의 사랑이야기라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작가의 글을 매일 한 편 한 편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KBS2 [태양의 후예] 2016년 방영


서로가 익숙해질 법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처음 사랑을 기억하는 작가의 모습을 엿보고 있습니다. 그간 발행된 200여 편의 글 속에 담긴 이야기에서도 작가의 생각과 삶이 보입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 담임선생님께서 질문하십니다.
"여러분,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될까요?"
너도 나도 '저요! 저요!'를 외칩니다. 그리고 답합니다.
"물이요!!"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답변 뒤로 한 아이가 번쩍 든 손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학생에게 기회를 주십니다.
"봄이 됩니다."
주위에서 학생들이 깔깔 웃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죠. 하지만 한 단계 더 생각해보면 '봄'이 오는 것도 맞습니다."


살아 숨 쉬는 많은 생명체 중 인간만 유일하게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반려 동물이 '내일 주인이 밥을 안 주면 어떡하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걱정'은 '가장 쓸데없고' '나약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신기한 것은 '걱정'이라는 것이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온 것은 후회를 가져다주고, 나아갈 것은 걱정을 물어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릅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앞서 '걱정'하는 것보다 그 빈자리를 '기대'로 채워가는 것은 어떨까요?


2022년 10월 2주 "책"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되는 혜남세아 작가의 브런치 북 감상문으로 한 주를 열어봅니다. 가을비가 걷힌 후 기온이 낮아졌습니다.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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