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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나요?

10월 2주 "책"

by 로운

"여행"을 떠올리면 두근두근 기대가 됩니다. 수학여행, MT, 신혼여행, 가족여행, 패키지여행, 자유여행... 그 이름들도 다양합니다. 여행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감을 전해줍니다. 막상 여행을 떠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역시 집이 최고야!'를 외치게 되지만 돌아오면 또다시 다음 여행을 기리며 계획을 세웁니다. 생각해보니 여행 그 자체보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쩌면 여행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은 '기대감이 주는 축복'인 것 같습니다.


어릴 적 현충일 즈음이면 학교에서 [국군 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 쓰기]를 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국군 장병 아저씨께]라고 적어 썼던 편지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싶지만 그 시절 그 편지가 3년의 시간을 부대에서 보내는 군인들에게는 기다림과 기대를 안겨주었을지도 모릅니다.


1972년부터 1980년대까지 MBC와 KBS가 똑같은 내용을 방영하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던 [배달의 기수] 아시나요? 군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가 시청할 만큼 재미있는 내용도 아니었을 텐데 꼬박꼬박 챙겨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1978년 흑백 TV 단막극 배달의 기수(반공드라마)


혜남세아 작가의 '브런치 북'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


혜남세아 작가의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은 파병과 운명적 사랑의 기록입니다. 글에서 마음씀이 유순하고 따뜻한 작가의 성품이 그려집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어떤 로멘티스트보다 더 로맨틱한 혜남세아 작가를 '스윗가이'라 부르고 싶어 졌습니다. ('스윗가이'는 행동이 부드럽고 상냥하고 달달한 남성에게 사용하는 말로, 남성이 여성에게 매우 상냥하고 다정할 때 쓰는 말입니다.)


이 책은 제가 읽은 첫 번째 브런치 북입니다. 브런치 북 감상문의 포문을 열 뻔한 이 글이 작가의 서랍에 고이 담겨 있다가 이번 주 '보글보글' 주제에 맞물려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네요.


[사전적 의미]

군인 :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조직체계에 소속되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받고, 전시에는 직접 전투에 종사하는 사람.

파병 : 군대를 외국에 주둔하게 하거나 다른 나라 군대와 맞서 싸우게 하기 위해 해외로 내보냄


그럼 달달한 작가의 글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혜남세아 작가의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은 레바논 티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병되기 전 함께 교육을 받다가 평생의 반려를 만나 사랑을 꽃피우고 6개월의 파병을 마친 후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첫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우연이 여러 번 겹치면서 운명임을 느꼈고, 그 운명이 평생의 반려임을 직감하게 된 작가의 치밀하고 감동적인 이벤트가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둘만 아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여기서 작가의 섬세하고 계획적인 성품을 읽을 수 있다.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가며 의미를 부여하고 결혼 후 수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사랑을 담은 프러포즈를 거듭하는 작가는 아내 사랑이 넘치고 넘쳐 그 마음에 홍수가 날 지경이다.


브런치북 목차


파병 중 사랑이 움터 중도 귀국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혜로운 선남선녀는 그 조차도 미리 생각한다. 그들은 치밀한(?) 계획하에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사랑 역시 지켜가며 전쟁터에서의 6개월을 보내게 된다. 이미 파병 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총책임자에게만 넌지시 귀띔하고 지혜롭게 파병 일정을 완수한다. 여기서의 관전 포인트는 사랑을 표현하는 작가의 '완벽한 계획'이다. 치밀하고 달달한 그 계획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어쩌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른다. 작가는 군인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었다.


혜남세아 작가의 [레바논, 전쟁터에서 피어난 사랑]을 읽으며 2016년 방영됐던 [태양의 후예]가 떠올랐습니다. 드라마 속 이야기 같은 만남과 사랑을 한 작가의 삶이 신기하고 반갑습니다. 하물며 주인공들과 비슷한 군인과 간호장교의 사랑이야기라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작가의 글을 매일 한 편 한 편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KBS2 [태양의 후예] 2016년 방영


서로가 익숙해질 법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처음 사랑을 기억하는 작가의 모습을 엿보고 있습니다. 그간 발행된 200여 편의 글 속에 담긴 이야기에서도 작가의 생각과 삶이 보입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 담임선생님께서 질문하십니다.
"여러분,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될까요?"
너도 나도 '저요! 저요!'를 외칩니다. 그리고 답합니다.
"물이요!!"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답변 뒤로 한 아이가 번쩍 든 손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학생에게 기회를 주십니다.
"봄이 됩니다."
주위에서 학생들이 깔깔 웃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죠. 하지만 한 단계 더 생각해보면 '봄'이 오는 것도 맞습니다."


살아 숨 쉬는 많은 생명체 중 인간만 유일하게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반려 동물이 '내일 주인이 밥을 안 주면 어떡하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걱정'은 '가장 쓸데없고' '나약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신기한 것은 '걱정'이라는 것이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온 것은 후회를 가져다주고, 나아갈 것은 걱정을 물어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릅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앞서 '걱정'하는 것보다 그 빈자리를 '기대'로 채워가는 것은 어떨까요?


2022년 10월 2주 "책"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되는 혜남세아 작가의 브런치 북 감상문으로 한 주를 열어봅니다. 가을비가 걷힌 후 기온이 낮아졌습니다.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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