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올 해의 첫 진로교육은 [MBTI 유형에 따른 학습법]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종업식을 치르기 위해 이번 주 고등학생들이 2~3일 짧은 개학을 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여 수업 진도가 마쳐진 학교에서는 온라인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을 알차게 보내고픈 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진로교육으로 [MBTI 유형에 따른 학습법]을 신청하셔서 두 달간 연수도 받고 수업 준비를 하였습니다.
외부 강사로 학교에 강의를 가는 거라 [신속항원검사] 결과지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검사지의 효력이 24시간이라 수업 전날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로 향했습니다. 9시 검사소 시작시간에 맞추어 8시 30분에 검사소에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일찍 나서면 줄을 덜 설 수도 있을 듯하여 부지런을 부려보았지만 더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코로나 만 2년 동안 한 번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지 않아 만반의 준비 없이 보건소를 찾은 저는 30분도 채 기다리지 못하고 동네 의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줄어들지 않는 줄이 3시간은 족히 걸릴듯했습니다. 이러다가는 기다리다 감기에 걸려 다음 날 있을 강의에 불참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결국 동네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신속항원검사] 결과지를 받았습니다. (검사소에 갈 때는? 추운 날씨를 대비하여 모자, 귀마개, 장갑, 목도리, 롱 패딩, 털부츠, 핫팩, 따뜻한 물 필수!)
사진 출처 : 뉴스 1 코리아
올해 첫 고등학교 수업이고, [MBTI 유형에 따른 학습법] 수업은 처음이라 늦은 밤까지 강의 준비를 했습니다. 결국 세 시간도 채 잠을 자지 못한 채 이른 새벽 일어났습니다. 오전 7시 50분까지 출근하기 위해 5시 반에 일어나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해 두고 6시 5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새벽 출근은 10년 만입니다. 20년 가까이 매일 새벽 6시 출근을 했던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새벽 출근했던 습관이 사라진 지 오래라 부족한 잠으로 반쯤 내려앉은 눈꺼풀을 치켜뜨며 차에 올랐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 매일 새벽 출근을 했었을까요?
a.m. 06:50 동트기 전 / a.m. 07:30 동이 튼 후 / 오랜만의 출근 기념 컷
오랜만의 출근이라 전날 미리 티맵을 켜고 모의주행을 해 보았습니다. 내부순환로가 막힐 것을 예상하고 새로 뚫린 서울 문산 간 고속도로로 출근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톨게이트를 지나며 티켓을 뽑는 것을 깜박 잊었습니다. (하이패스가 장착된 차인 것도 잊고 현금 출구로 지나갔습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입구에서 요금을 정산하려는데 티켓을 뽑지 않고 요금소에 들어선 바람에 요금소 직원이 차량 조회를 하고 요금을 지불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내비게이션 음성을 듣지 못한 저는 직진을 해야 하는데 우회전을 하여 다시 고양으로 되돌아 식사동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아풀싸!!' 집에서 일찍 나섰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습니다. 아이들의 1교시 수업이 8시 20분에 시작되는데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되다니요... 그때부터 등줄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내비게이션 시간이 늘어나고 도착 예정시간이 8시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을 해야 합니다. 도착 시간을 5분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집중해서 운전을 해 봅니다. 다행히 7시 55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새벽 출근이 주는 쫀득쫀득한 긴장감이 싫지 않습니다. 새벽을 깨우는 기운이 어제, 오늘 나태했던 제 삶에 활력을 주었습니다. 삶의 경험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덧.
내비게이션이 설명해 주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탓에 길을 놓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되자 당혹스러워 순간의 판단력이 흐려졌습니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잘하려고 애쓴 일에서 삐걱거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에서 놀라운 성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계획하고 예측했던 대로 풀려나간다면 너무 좋겠지만 삶 속에서 다양한 변수가 나타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좌절될 때 딛고 설 힘이 있다면 그깟 좌절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이들 육아를 이유로 20년 이상 쉼 없이 해왔던 일을 과감히 내려놓고 육아에만 집중했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스스로 자기 할 일을 찾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저만 제자리걸음도 아닌 퇴보된 느낌이 들어 갈등이 생겼습니다. 자존감도 낮아지고, 애써 쌓아 왔던 경력과 자격증도 무용지물인 듯해서 '어쩌다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발이 묶여 집에 머무르니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탑을 쌓듯 마음에 차곡차곡 채워져 어느 순간 '정말 나는 이렇게 나이만 먹는 걸까?' 싶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이 가득 채워졌을 때 브런치가 다가왔고, 브런치에 정착할 즈음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선생님으로 살았던 그때가 제일 좋았던 제게 시간도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진로교육 강사는 맞춤옷 같았습니다. 강의 내용도 학교마다 달라서 배우기 좋아하는 제 성향에 잘 맞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만나고, 만남의 장소가 학교여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틀에 걸친 출근이 새벽잠을 깨우고, 밤잠을 줄여 공부하게 했지만 마음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동글이가 조금 더 자랄 때까지 형편에 맞추어 출강 횟수를 조절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게 숨구멍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공부할 수 있고, 제가 만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흥미로운 미소가 번져나가는 것을 마주하게 된 어제와 오늘... 살아 숨 쉬는 이 느낌이 참 행복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꿈을 꾸며 나아가니 길이 열리는 모습을 본 앵글이가 엄마에게 멋있다고 엄지 척 올려줍니다.
"엄마, 나는 엄마를 보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어. 경력단절이 되었다고 한숨 쉬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그 안에서 성과를 내는 엄마가 멋있어. 나는 엄마가 브런치도 몇 달 하고 말 줄 알았거든? 그런데 누적 조회수가 200만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 끊임없이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엄마 나이에도 취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엄마보다 잘 살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돼!"
아이의 말 한마디에 뭉클해졌습니다. 엄마로 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라고 칭찬받는 사람이 되어서 더욱 기쁜 오늘입니다. 그리고 동글이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동글이가 태어나 스스로 엄마를 위해 선물을 구입하고 전해준 그 기쁨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나누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에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