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공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Feb 22. 2022

"앞으로 나란히"가 뭐예요?

자유 학년제 그리고 입시

※ 앞으로나란히 (출처  : 다음 사전)
팔을 앞으로 뻗어 앞사람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지런히 줄을 맞추어 정렬하는 동작

※ 사진출처 : sk텔레콤 광고


체육시간이 되면 선생님의 선창에 운동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헤쳐 모여!"


삼삼오오 모여있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호령에 우루르 몰려왔다. 지켜보고 계시던 선생님은,


"이열 종대!"


아이들은 절도 있게 두 줄로 길게 늘어섰다.


"앞으로~~~ 나란히!!"

"바로!!"

출처 : 樂soccer | 좌향 앞으로 가 - Daum 카페


"제자리걸음 시~~ 작!!"

"앞으로~~~~ 가!!" (억양에 리듬감을 실어서)

"뒤로 돌아~~~~ 가!!"

"좌향 앞으로~~~~ 가!!"

"우향 앞으로~~~~ 가!!"

"제자리에~~~ 섯!!"

"(다 같이) 하낫! 둘!!"


선생님의 구령에 맞추어 움직이다 보니 이열 횡대로 대열이 맞춰졌다.


"양팔~~ 간격! 좌우로 나란히!!"

"(다 같이) 하낫! 둘!!"

"바로!!"

"다 같이 국민체조 시작!"



체육시간 45분 중 줄 서고, 열 맞추고, 국민체조까지 마치면 30분이 어느새 휙~ 지나간다. 도대체 체육을 하는 건지 얼차려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좌향 앞으로, 우향 앞으로는 왜 시험까지 보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수시로 바뀌는 구령에 한 사람이라도 삑사리가 나면 그날은 팔 벌려 뛰기와 제자리 뛰기로 정신교육을 받아야 했다. 군대를 가는 남학생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학생들은 열 맞출 일이 뭐가 있다고 배우고 행군까지 해야 하는지 불만이 가득했던 학창 시절의 모습을 한 번 되뇌어 보았다.


뜬금없이 학창 시절 체육시간이 생각났다. 그래서,


"앵글아~ 국민체조 알아?"

"알긴 알지. 그런데 우린 국민체조 안 했어."

"그래? 그럼 뭐했는데?"

"새천년 체조했지."

"그래? 국민체조 이제 학교에서 없어졌나?"

"그게 국민체조가 일제의 ‘황국신민 체조’를 본뜬 것이라서 안 하게 된 지 오래됐어. 우리 또래는 아마 아무도 국민체조 안 해봤을걸?"

"그렇구나... 몰랐네..."



“국민체조 시~작!”
과거 1970~80년대 학교를 다녔던 중·장년층이나 알 만한 국민체조가 인천시교육청에서는 아직도 매일 아침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가 1990년대 후반부터 국민체조가 일제의 ‘황국신민 체조’를 본뜬 것이라며 시행을 금지하고, 시교육청에서도 일선 학교에 이 같은 지침을 내리고서도 정작 자신들은 직원 건강을 챙긴다는 명목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새천년 건강체조’는 딱딱한 국민체조와 달리 우리 가락에 맞춰 태권도·탈춤 등의 동작을 체조 동작으로 응용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출처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http://www.kihoilbo.co.kr)

"동글아, 너도 국민 체조해 본 적 없어?"

"국민체조가 뭐야?"

"그럼, 앞으로 나란히는 알아?"

"그게 뭔데?"


사진을 보여줬더니,


"아, 이거 1학년 때 한 번 해본 적 있어."

"그래? 그럼, 2학년, 3학년 때는 안 해봤어?"

"안 해봤는데?"

"엄마, 동글이가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거의 못 갔잖아. 체육활동이 거의 없었을걸?"

"아... 그렇구나... 그럼, 앵글아, 좌향 앞으로 가! 우향 앞으로 가! 이런 것도 해본 적 없어?"

"그런 걸 왜 해?"


정말 세대차이가 많이 느껴집니다. 갑작스러운 궁금증에 아이들과 함께 나눴던 체육시간 풍경이었지만 결국 저만 알고 있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입시 위주의 중고등학교 수업에서 예체능 교과의 비중이 낮아지고, 예체능 교과 이론 시험도 없습니다. 학교 교육의 변화는 아이들을 예체능 교과에 대한 상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입시에 들어가는 교과만 공부하고, 교양 교과와 예체능 교과는 사실상 중간, 기말고사 교과에서 제외된 지 오래입니다. 시험이 주는 단점도 있지만, 학창 시절에 배우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접하기 어려운 교과 수업이 약화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따로 음악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면 악보는 보며 노래를 부를 수는 있을까요?


이과 지망을 한 앵글이는 사회탐구(1. 경제 2. 세계사 3. 법과 정치 4. 동아시아 5. 세계지리 6. 한국지리

7. 윤리와 사상 8. 생활과 윤리 9. 사회 문화) 과목을 배우지 않습니다. 가끔 한국지리, 세계지리, 세계사, 윤리 등의 교과에서 배울법한 질문을 하면 뜬구름 잡는 대답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일반 상식을 배울 수 있는 학창 시절에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치중되다 보니 어쩌면 학생들의 지적 범위는 과거의 학생들에 비해 현저히 좁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가, 입시가 아이들의 학업 역량을 '공부 편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세태가 아쉽습니다. 배워야 할 것들은 약화되고, 우열을 나누기 위한 가시적인 학습에 편향된 요즘 교육은 찍어내듯 아이들에게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주입식 교육을 펼칩니다.


자유 학년제 도입으로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시험을 없애고, 다양한 활동 위주의 체험 교육으로 전환된 후 5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는 혼란스러웠고, 정착이 될 만큼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유 학년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물음표입니다. 오히려 초등학교 과정이 6년에서 7년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자유 학년제 [自由學年制]
중학교 과정 중 1학년 1, 2학기 동안 중간ㆍ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토론ㆍ실습 위주의 참여형 수업과 직장 체험 활동 같은 진로 탐색 교육을 받도록 하는 제도 (출처 : 다음 국어사전)


우리의 아이들은 입시를 치를 학생들이고, 1년 시험이 없고 체험활동으로 돌린다 해도 아이들이 겪어내야 할 미래가 변화된 것은 아닙니다. 시험이 없는 1년 동안, 불안이 가중되어 사교육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선진국의 제도를 들여와 적용할 때 선행되어야 것은,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맞춘 고민입니다. 시행 전 더 깊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며, 시범 사업으로 운영해 보았을 때 오류가 있다면 과감히 접는 것도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교육 과정을 만들고 이끄는 분들이 학교 현장에 계신 분들이어야 하며, 현장을 모르고 연구하고 공부만 하는 분들이 체제를 바꾸려 하는 것은 단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법안을 만들고 행정을 이끄는 이가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며, 현장에 발 딛고 있는 이들이어야 하지 을까요? 특히 교육에 관한 것이라면 겪어내야 할 학생들의 입장에서 체제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은 오늘도 매년 바뀌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에 휘둘리며 힘겨운 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도록 바꾸겠다고 시행한 방법들이 아이들을 점점 더 좁은 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조차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해마다 바뀌는 제도 때문에 우리의 자녀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갈팡질팡 헤매고 있습니다. 누구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고, 나의 일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고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오늘을 만들고 싶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로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TV가 깨졌다는데 잘 됐다고 하는 남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