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Mar 15. 2022

반려동물을 키우고픈 11살 아들에게...

[아토피성피부염] 참을 수 없는 가려움.

오후 5:30 앵글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앵글이는 코로나 확진으로 결석한 친구들이 5명, 담임 선생님께서도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급식을 먹지 않은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앵글이의 수다를 30분쯤 들어준 후,


"앵글아, 동글이 담임 선생님께서 주말마다 글쓰기 숙제를 내주셔."

"오~ 좋은 선생님이시네..."

"이번 주 주제는 '어떤 동물을 키우고 싶나요?' 였는데 동글이가 글을 잘 썼더라?"

"그래? 어떻게 썼는데?"


주말과제 글쓰기 "어떤 동물을 키우고 싶나요?"
▷ 나는 동물을 키우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막내였기 때문에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고 동생을 보고 싶다. 반려동물들은 우리가 아무리 사랑해도 동물들은 지 자신보다 주인을 더 좋아해서다.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알레르기가 있어 동물은 키우지 못한다. 나는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내 몸이 안 따라줘서 섭섭하다.

"엄마, 동글이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은 것  아니야?"

"왜? 너무 잘 쓰지 않았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전달하고픈 내용이 잘 들어있긴 하네."

"그렇지...? 기특해서 사진을 찍어뒀다니까?"

"그런데 그 내용이 열 줄이 돼? 한 세 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세어봤는데 딱 열 줄이야. 기가 막히지??"

"ㅎㅎㅎㅎ진짜? 세 줄 정도 분량인데...?"

"글씨가 좀 커."

"그게 뭐야...ㅎㅎㅎㅎ 너무 웃겨..."


동글이에게...


동글아, 안녕?

동글이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엄마야. 편지를 쓰는 건 참 오랜만이지? 엄마가 써준 편지 읽기를 좋아하는 동글이에게 요즘은 편지를 쓰지 못했구나. 글쓰기를 매일 하고 있어서 잊고 있었나 봐. 앞으로는 자주 편지를 써 줄게.


지난 주말 글쓰기 "어떤 동물을 키우고 싶나요?"의 주제에 맞춰 숙제해 놓은 공책을 보았어. 동글이의 마음이 잘 담겨있더라.


동글이는 아기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었지. 엄마의 천식과 동글이의 아토피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던 '반려동물 키우기'였는데, 글을 읽고 나니 엄마에게도 동글이의 섭섭한 마음이 잘 느껴졌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이유가 주인을 무조건 좋아하고 따르는 모습 때문이라니 깜짝 놀랐어. 동글이가 이렇게 깊은 생각으로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단다.


막내 인 동글이에게 사랑을 많이 줬다고 생각했지만 막내여서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몰랐어. 가끔 네가


"엄마가 동생을 낳아줄 수 없으면 입양을 하면 어때?"


라고 물었지만 그 또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단다.


"누나 친구의 엄마들과는 친하게 지내면서 왜 내 친구의 엄마랑은 친구 안 해?"


라고 묻는 네게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잖니..."


라고 대답했지만 '어쩌면 그것도 핑계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은 엄마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동글이 친구들의 엄마들을 사귀기가 좀 어려웠어. 하지만 앞으로는 노력해볼게. 코로나로 학교에도 못 가고, 여럿이 모일 수 없었잖아. 혹시 이 집 저 집 품앗이를 하다가 우리 가족이 친구의 가족에게 감염원이 될 수도 있기에 조심하려 했었어. 하지만 그 결정의 중심에 친구와 함께 어울려 놓고 싶은 동글이가 빠졌다는 것을 네가 쓴 글을 읽고야 깨달을 수 있었단다.


아빠, 엄마, 누나가 동글이를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지만 매일 부대끼며 놀 수 있는 동생과 다르고, 또래 친구와도 달랐을 거야.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서 놀이터에도 자주 나갈 수 없었고, 친구를 초대해서 어울려 놀 수도 없었지. 그러고 보니, 동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한 번쯤 해 보고 싶다는 친구와 함께 '생일파티', '파자마 파티'도 할 수 없었구나.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마음껏 뛰놀 수 없었던 동글이의 초등학교 1, 2, 3학년 시절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동글이에게 있었고, 그 마음을 표현해 주어서 고마워.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있으니, 앞으로는 동글이와 함께 많이 놀아줄게. 마음속 이야기도 나누면서 행복한 기억들을 만들어가자. 동글이가 엄마의 아들이어서 엄마는 참 행복해. 동글이도 행복했으면 좋겠구나. 매일매일 더 많이 사랑할게.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안녕.


동글이가 키우고 싶어하는 비숑 (픽사베이)

동글이는 분유를 먹지 았았습니다. 모유만 찾던 동글이는 엄마의 모유량이 부족해서 매일 배가 고팠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여쭈었더니 미음으로 대체하라고 하셨습니다. 동글이는 생후 100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미음을 먹고 자랐습니다. 이유 시기가 되기 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이른 이유식'으로 아토피가 심해졌고, 이후 지금까지 아토피로 인해 제한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토피 아이들은 수시로 보습제를 발라주어야 합니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수분 공급을 해주지 않으면 가려움으로 인해 무의식 중에도 피부를 긁어댑니다. 그러면 긁힌 상처가 덧나고 아토피는 더 심해집니다. 아토피 약을 복용하면 비염이 심해지고, 비염 약을 먹으면 아토피가 심해집니다. 함께 복용할 수 없는 약의 성질 때문에 한 가지를 복용하면 그 부작용으로 다른 증상은 나빠지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학령전에는 비염약과 아토피약을 번갈아가며 365일 중 280일 정도 복용하며 자랐습니다.  


동글이는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습니다. 주변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친구 집이 있지만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놀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조르면 이마트 애견 샾으로 강아지 구경을 갔습니다. 한 시간 가량 유리장 안에 갇힌 강아지를 보며 대리 만족을 했던 것이죠.


동글이의 '반려 동물에 대한 생각'을 읽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하지만 생명이 있는 존재(동물, 식물, 곤충 등)와 충동적으로 가족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병이 났을 때, 그리고 죽음까지도 책임질 마음이어야 '반려'라고 이름할 수 있겠지요. 그 책임을 스스로 감내할 수 있을 때 동글이는 '반려 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동글이에게,


"동글아, 엄마가 오늘 동글이에게 편지를 썼어. 읽어줄게. 들어봐~"


동글이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있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감동한 척, 웃음을 참는 척 장난하는 줄 알았습니다. 절반쯤 읽었을 때, 흐느끼던 소리가 통곡으로 변했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동글아~ 왜 그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울음을 그치지 않는 동글이 곁에서 잠시 기다려주었습니다.


"동글아~ 엄마 편지가 슬펐어?"


동글이는 흐느끼며 고개만 끄덕입니다. 30분 정도 지난 후 동글이의 울음이 잦아들고,


"엄마가 이제 편지 써주지 말아야겠네. 동글이가 슬퍼져서..."

"아니야."

"그럼 계속 써줬으면 좋겠어?"

"응."

"또 눈물 나면 어떡해?"

"엄마가 읽어줄 때 감동적으로 읽어주지 말고 AI처럼 읽어주면 돼지."

"아~ 읽어줄 때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난 거야?"

"응."


예상치 못한 변수였습니다. 제가 구연동화하듯이 읽어준 것이 문제였습니다. 뭉클한 감동과 기쁨을 전하고픈 마음이 너무 과하게 전달되었네요.


아이가 써 놓은 10줄의 글을 읽고 생각을 모았습니다.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아이가 몸이 자라는 만큼 마음도 자라고 있음을 느껴봅니다. 시간의 흐름 따라 계절만 변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도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건강한 마음으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주어 참 고마운 오후입니다.


아이와 함께 크는 로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4학년이 된 아들 "엄마! 나 대의원 됐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