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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Apr 27. 2022

우와~ 너는 명품이라 좋겠다.

동글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부터 '태권도를 배워보자'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동글이는 '사람을 때리는 운동은 하고 싶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거부했습니다. 태권도는 '사람을 때리는 운동'이 아니라 기초체력을 기르고, 자기 방어를 하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한번 싫다고 거부하더니 어떤 감언이설에도 현혹되지 않는 지조 있는 동글이였습니다. 그러던 동글이가 작년에


"엄마, 내가 4학년이 되면 합기도를 배울 거야."

"정말? 사람을 때리는 운동은 안 배우겠다더니?"

"응. 친구들 보니까 합기도는 좀 멋있는 것 같아. 합기도는 할 수 있겠어."


드디어 4학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3월 동글이에게,


"4학년이 되었는데 합기도에 다닐 거야?"

"아니, 내가 아직 생각을 조금 더 해야 해. 5학년이 되면 다녀볼까?"


동글이의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아이 마음이 바뀌는데 설명이 필요할까요? 싫다면 그것이 이유이겠죠. 한 달여 시간이 흐르고 동글이와 등하굣길을 함께 걷는 쌍둥이 친구가 합기도를 동글이와 같이 배우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동글이에게 이 소식을 전했더니,


"정말? 걔네들이 나랑 같이 하고 싶대?"

"응. 네가 하면 같이 하고, 네가 안 하면 안 할 거래."

"그럼, 해야지."


생각은 길게, 결정은 빠르게 내리는 동글이입니다. 아이 셋을 데리고 합기도장을 방문했습니다. 넓은 도장에 폭신폭신 안전매트가 깔려있고, 벽면에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전시되어있었습니다. 관장님과 상담할 동안 아이 셋은 너른 도장을 뛰며 신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정신이 팔린 새 우리는 등록을 마치고 당일부터 수업에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오늘부터 수업할 수 있다는데 괜찮아?"

"그럼. 여기 꽤 멋진 것 같아."

"그럼, 운동하고 셋이 같이 집으로 와. 데리러 안 와도 되지?"

"그럼. 우리 4학년이거든?"


아주 씩씩하게 바이 바이 인사를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장으로 들어간 세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엄마 둘은 총총 도장에서 나왔습니다.  



저녁이 되니 다리 근육이 당긴다, 목 뒤가 뻐근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하며 근육통을 호소합니다.


"동글아,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래. 매일 운동하다 보면 차차 나아질 거야."

"엄마, 운동 시작하기 전 5분 동안 다리 찢기를 하거든? 나 이만큼이나 벌어진다?"

"우와~ 많이 유연해졌네?"

"엄마, 전방낙법, 후방낙법 알아?"

"아니?"

"내가 보여줄게. 잘 봐."


하루 운동하고 돌아온 동글이의 시범을 보며 그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니 근육이 당긴다며 침대와 한 몸이 되었습니다.


"엄마, 어떡하지? 몸을 못 일으키겠어."

"엄마가 잡아줄게. 오늘 운동하고 나면 내일은 좀 나아질 거야. 한 일주일쯤 지나면 거뜬해질걸?"


아이를 어르고 달래 학교를 보냈습니다. 하교 후 책가방을 두러 집에 온 동글이는 합기도를 간다며 우렁차게 외치고 다시 도장으로 향했습니다. 이후 동글이는 합기도장에서 기초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초급반 기초훈련 특강이 있어 오전 시간 두 시간을 합기도장에서 보내고, 친구와 종일 흠씬 놀고 난 후 들어온 동글이는 샤워 후 바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일요일 오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아침 먹고 놀이터에 나간 동글이에게서 집으로 들어오겠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여보, 아이들 데리고 고기 먹으러 갈까?"

"난 좀 귀찮은데?"

"내가 쏠게. 가자."

"당신이 쏘는 거야? 음... 생각을 좀 해보고..."

"앵글이는 고3이라 영양보충 좀 하고, 동글이도 운동한다고 매일 뛰는데 남의 살을 좀 먹여야지. 좋아. 기분이다. 내가 운전도 할게."

"아빠, 엄마가 저 정도로 얘기하면 이건 나가야 해. 빼박인 듯..."
"당신이 밥값도 내고 운전도 해준다는데 가야지 뭐..."


마지못해 움직이는 듯했지만 은근히 좋은 기색입니다. 1층에서 내려 놀이터로 동글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동글아~'를 목청껏 부르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 부르느냐는 듯 바라봅니다.


"동글아, 엄마가 밥 먹으러 가쟤. 얼른 와."


네 식구 주말 나들이가 시작됐습니다. 일 이주에 한 번, 고기 외식이 있는 날입니다.


식사 후 식당 앞 정원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 우리 디저트로 빙수 어때?"

"아빠는 빙수보다 아이스크림이 더 좋은데?"

"난, 둘 다 좋아."

"그럼, 아이스크림은 아빠가 사는 거야?"

"그러지 뭐."


서른여섯 개 아이스크림점에 들러 각각 쿼터 하나씩 고릅니다. 네 식구가 아이스크림 취향도 각각 달아서 한 통을 사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합니다. 아빠 꺼, 앵글이 꺼, 동글이 꺼 세 통을 샀습니다. 저는 깍두기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동글이 것을 조금 얻어먹는 것으로 대체하는 편입니다. 남편은 늘 민트 초콜릿 칩이 있어야 하고, 앵글이는 치즈 범벅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그나마 동글이와 제 취향이 비슷하여 봉봉과 쿠엔크를 나눠 먹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승강기에 올랐습니다. 동글이를 바라보던 남편이 뜬금없이,


"동글아, 지금 보니 동글이 명품 티를 입었네? 좋겠다."

"어디? 아빠 지금 뉴발란스 보고 명품이라고 하는 거야?"

"아빠, 이건 명품 아니지. 아디다스 정도는 돼야 명품이지."

"동글아, 그것도 명품 아니야. 뭐야... 너무 부끄러워. 어디 가서 명품 입었다고 하지 마!"


셋이 난리가 났습니다.


"아빠, 요즘 누가 뉴발이랑 아디다스를 명품이라고 해."

"왜~ 아빠 반바지 봐봐. 아디다스 그려져 있지?"

"이건 명품이 아니라 브랜드라고 해야지. 그래도 동글이껀 좀 나아. 엄마가 정품으로 사주잖아. ㅎㅎ"

"앵글아, 브랜드는 명품 아니야?"


덤 앤 더머가 따로 없습니다. 넷이 깔깔 웃으며 승강기에서 한바탕 명품과 브랜드 사이를 오가며 흥이 가득한 입씨름을 했습니다. 집으로 들어와 아이스크림을 식탁에 올린 후 각자 자기 몫으로 사 온 아이스크림을 담느라 좀 전의 실랑이를 다 잊었습니다. 달달한 아이스크림 한 입 가득 넣으며 내 거가 맛있네, 네 거가 맛있네 수다 삼매경입니다. 든든하게 고기로 배를 채우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으로 입 안 가득 달콤하게 채웠으니 오늘도 이상 무!


옷이 명품이 아니면 어때요. 마음은 이미 명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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