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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l 12. 2022

엄마, 코가 막혔을 때는...

#1.

날이 습하니 비염이 기승을 부립니다.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코가 막혀 답답합니다.


'킁킁 컥컥 흠~~~'


한쪽 콧구멍을 누르고 숨을 들이켜봅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동글이가,


"엄마, 코 막혔어?"

"응."

"그럴 때는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안 그래도 그러려고..."

"엄마, 돌아누우면 막혔던 코가 뻥~ 뚫리거든? 그때 재빨리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쉬었다 하면서 코를 뚫으면 돼."

"그래?"

"내가 10년 동안 코가 막혀봤잖아? 내가 많이 해봤어. 엄마도 해봐."


아데노이드 비대증으로 코막힘을 달고 살던 아들이 비법을 전수합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아들의 비법을 들으며 마음이 짠합니다. 비장하게 비법이라며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를 걱정하는 아들의 마음에 감동이 밀려옵니다.


"엄마, 해봤어?"

"응. 정말 뚫리는데?"

"거봐. 내가 많이 해봤다니까... 막힌 쪽으로 계속 누워있으면 숨쉬기 힘들어. 자주 바꿔줘야 해."

"동글아, 내내 이런 방법으로 숨을 쉬었던 거니?"

"응."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힘들었지..."

"지금은 괜찮아?"

"응. 괜찮아. 가끔 막히는데 이젠 문제없어!"

"다행이다..."

"엄마, 코가 막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게."

"응. 고마워."


침대 맡에서 아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에 정이 넘칩니다. 어쩜 이리 이쁜 말만 골라할까요? '동글이에게 사춘기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라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어내는 과정이지만 아직 아이티를 벗지 못한 동글이가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거든요. 좀 늦출 수 있으면 최대한 늦추고픈 마음이 드는 건,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서인 것 같습니다.


#2.

훌쩍 자란 앵글이가 올해 지나면 스물이 됩니다. 스무 살 앵글이는 도통 그려지지 않습니다. 마땅히 제 몫을 할 나이가 되어 우뚝 독립할 앵글이를 생각하면 시큰하고 울컥 서럽기도 합니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품에 머물러 있을 때 마음을 더 많이 나눠보고 싶습니다.


주말마다 앵글이와 함께 카페 나들이를 합니다. 첫 주에는 함께 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엄마가 혼자 카페에서 동글이를 기다리기 외롭고 심심하니 같이 가지 않을래?' 하고 말이죠. 평소 동네 산책에 자주 동반해주던 앵글이라 흔쾌히 함께 해 주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나들이하는 것을 좋아해 주는 앵글이가 마냥 고맙습니다.


일요일 오전마다 카페 첫 손님이 되고 있는 '아티 카페'에서 케이크를 좋아하는 앵글이에게 종류별로 케이크를 선물합니다. 그러다 지난주부터 입맛에 딱 맞다고 선택한 쵸코 케이크는 그 맛이 일품입니다.



앵글이는 공부하고, 엄마는 글을 쓰려고 함께 한 시간 내내 앵글이는 수다 삼매경입니다. 대체로 앵글이의 수다를 들어주느라 글은 거의 못씁니다. 주중에 분주하여 댓글에 답글을 못 쓸 때가 많아서 카페에 앉아 답글도 쓰고, 주간 계획도 짜고, 주중에 올릴 글의 주제 구상을 하려고 할애한 두 시간이지만 앵글이의 수다를 듣다 보면 그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열아홉이 되어도 엄마에게 할 말이 많은 앵글이가 고맙습니다. 이 시간이 귀하고, 분주한 고3에게 숨구멍이 되어주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흡족합니다.


앵글이에게 숙제를 주었습니다. 다음 주 보글보글 주제 인 [우리 엄마를 폭로한다!]에 글쓰기입니다. 2주 전에 숙제를 주었지만 '뭘 쓰지?'를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엄마, 뭘 쓰지?"

"앵글아~ 19년을 엄마랑 살았는데 쓸 말이 그렇게 없어?"

"아니,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지... 많은데... 좀 특이한 거 없나?"

"사는 게 거기서 거긴데 특이한 건 무슨..."

"엄마, 그런데 분량은 얼마큼으로 해야 해?"

"음... 네 마음이지."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딱 정해줘야지."

"A4 한 장에서 두 장 정도?"

"음... 알았어... 그런데 뭘 쓰지?"

"ㅋㅋㅋㅋ 무한 반복이야..."


며칠 전부터 앵글이는 매일 저녁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 이거... 엄청 부담되네. 선례가 없으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

"월요일이라 좀 그렇지?"

"보통일이 아니었네... 엄마 쫌 대단한데?"


글쓰기 주제 덕분에 엄마의 삶 속에 앵글이도 들어왔습니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주제가 생긴 것은 참 좋습니다. 그 때문에 대화의 소재가 생기고, 나눌 이야기들이 많아졌습니다. 앵글이의 조각난 시간 속에 함께 나눴던 일상들을 찾고, 예전의 사진들을 훑어보며 추억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들도 추억이 되겠죠? 브런치에 오래도록 앵글이가 써 준 글이 남아 함께 추억할 거리가 되어줄 것이 참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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