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할 만큼 운동부족인지라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 방전입니다. 최근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 그러려니 했는데 '갑상선 기능 저하' 때문이라고 하네요. '땀이 흠씬 날 만큼의 매일 30분 이상씩 운동하라'라고 처방해 주셨는데 다이어트보다 어려운 일이 매일 운동하기 같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 맞아요.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집안일을 하면서도 스쿼트, 스트레칭, 제자리 걷기 등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홈 트레이닝을 5년째 하고 있는 앵글이를 따라 같이 움직이기만 해도 충분히 운동이 될 텐데 늘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습니다.
'청소를 했더니 몸이 무거워. 소파에 잠시 누워야겠어.'
'오늘 수업 다녀왔더니 체력 방전이야.'
'내일 오전에 동글이 학교 보내고 공원 산책할게'
마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와 비슷해요. 운동도 항상 '내일부터 하자'고 생각하니 말이에요. 그 내일은 과연 올까요?
따듯하고 포근한 날씨가 걷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두 아이와 함께 호수공원을 걸었어요. 초겨울에 들어서 있는 11월 하순, 목련에 꽃몽우리가 소담스레 올라왔어요.
가늠할 수 없는 날씨 때문에 자연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거슬거슬 메마른 땅을 뚫고 쑥, 냉이, 토끼풀을 품은 잔디가 초록으로 채웠고, 겨울을 뚫고 나와야 할 꽃몽우리가 계절을 잃은 채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자연을 헷갈리게 했을까요? 뚜렷한 사계절이 매력이라고 자랑하던 한반도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이른 추위로 옷깃을 여미게 한 며칠이 지난 후 봄맞이 날씨가 찾아오니 자연도 갈피를 잃고 새순을 밀어내고 있네요.
이러다가 추위가 찾아오면 애써 맺은 꽃몽우리는 꽃피우지 못한 채 떨어지고 내년 봄 목련은 꽃을 피우지 못할 거예요. 봄이 되어도 탐스러운 꽃을 피워내지 못할 목련 나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가 순리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하나둘씩 깨어지고 바뀌어요. 바뀌어가는 것이 계절만은 아니겠지만 바뀌어가는 것이 반갑지 않네요.
숨찰 만큼의 운동을 하려면 경보와 같이 빠른 걸음으로 1시간 이상 걸어야 해요. 천천히 뚜벅뚜벅 달리기 30분 이상 정도는 해야 숨도 차오르고 땀도 나죠. 집에서 나설 때는 '운동답게 운동을 하자' 마음을 먹지만 막상 현관 앞에 발을 디디면 하늘에 나무에 풀에 흙에 취해 천천히 더 천천히 걷게 됩니다. 거리로는 6킬로 이상, 시간으로는 2시간 훌쩍 넘는 시간을 걸었지만 땀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오늘의 산책은 운동이 되었을까요?
언젠가 '다이어트를 하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트레이너에게 물으니, '다이어트를 하는데 먹을 생각을 하시면 안 되죠. 운동 만으로는 살을 뺄 수가 없어요.'라고 했어요. 그러고 보니, 살을 빼려고 샐러드 식단으로 바꾸며 배부르게 야채를 먹고, 간헐식 다이어트를 한다며 공복 후 과식을 하는 진기 현상을 벌이기도 했어요.
5년째 매일 두 시간 이상 홈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앵글이와 12월부터는 매일 운동을 하자고 당차게 손가락 꼭꼭 걸었어요. 혼자만의 약속으로는 게으름을 이길 장사가 없더라고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아니지만, 좀 더 건강하고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강제성을 띌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왜 앵글이와 함께냐고요? 앵글이가 좀 무서워요. 잔소리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아마도 매일 앵글이와 운동길에 나서야 할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