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는 라디오를 즐겨 듣습니다. 운전할 때, 집안일 할 때, 산책할 때... 주로 듣는 채널이 정해져 있지만 오래도록 들어서인지 진행자는 저를 모르겠지만 제 관점에서는 오랜 친구 같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듣기만 하던 청취자였습니다. 가끔 문자를 보내기도 했지만 사연을 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었죠.
그날은 오후 강의라 느지막이 준비를 하고 현관을 나서는데 문자가 띠리링~ 들어왔어요. '어? 당첨?'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손안에 쏙 들어왔네요? 제가 듣지 않았던 날 사연이 소개되었나 봐요. 종일 들뜬 마음으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3주 전쯤 방송이 되었더라고요. 상품 신청을 하고 도착할 때까지 두 달이 걸렸어요.
로고가 찍힌 수건이 마음에 쏙 들어요. 수건이 먼저 도착해서 한 달 정도 되었는데도 박스에 얌전히 담겨있어요. 아까워서요. 팬심 같은 건가 봐요. 언제쯤 사용하게 될지 모르지만 한 동안은 고이 담겨 보관되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구두 상품권과 백화점 상품권이 함께 왔어요. 봉투를 열어보자마자 '남편한테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보? 라디오에 당첨돼서 구두 상품권이 왔는데 선물해 줄까?"
"정말? 당신이 최고네. 나한테 밥 사주고, 용돈 주는 사람이 없어서 당신이 이럴 때 정말 좋더라. ㅎㅎ"
"이거 명품 구두 상품권이야. 당신 퇴근하고 갈까?"
"명품이라며... 그럼 깔끔하게 차려입고 가야지."
"구두 사러 가는데 뭘 차려입어?"
"그래도 후줄근하게 입고 가면 좀 그렇잖아. 주말에 같이 가자."
차림이 어떻든 손님이면 당연히 공정한 서비스를 받아야 함에도 외모가 주는 대가는 냉정합니다. 예전에 운동하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심부름을 시키셔서 그 차림 그대로 백화점에 갔던 적이 있어요. 귀한 분께 선물하신다며 50만 원 상당의 물건이었는데 그것을 찾으니 점원이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거, 꽤 비싼 건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했죠. 차림새만 보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인지, 간만 보는 사람인지 판단받은 것 같아 불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가기 전 미리 아이쇼핑을 했어요. 실용성 있는 스니커즈를 선물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궁금해서요. 사실 백화점에서 신발을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주말 오후, 남편과 함께 매장에 갔어요. 미리 봐 둔 덕분에 마치 늘 백화점에서 신발을 사 신는 듯 소개해줄 수 있었죠. 다행히 제가 골라 둔 스니커즈가 남편 마음도 마음에 쏙 든다고 해요.
"여보, 10만 원 넘는 신발 처음 신어봐. 그런데 다르긴 다르네. 엄청 편해."
"그래?"
"당신도 하나 사줄까?"
"아니? 난 괜찮아."
남편이 신고 왔다 갔다 걸어봅니다. 꽤 맵씨가 나네요. 순간 하나 더 사서 커플로 신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꾹 참았어요.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현장이 집에서 가까울 때 같이 가자고 할 때가 있거든요. 자기 일에 열심인 남자는 참 멋있어요. 한 분야를 30년 이상 했으니 이쯤 되면 장인 아닐까요? 계단을 오르내리며, 철근조 위를 아슬아슬 왔다 갔다 할 때 편안한 신발을 신고 일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남편의 발이 우리 가족을 든든히 책임져 주고 있으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