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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Nov 28. 2022

공부가 문제야? 월드컵인데??

보글보글 11월 4주 차 "월드컵"

축구...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실기시험용 드리블, 패스 정도 익힌 것이 아는 것의 전부였다. 축구를 좋아하거나, 축구 선수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월드컵 개최국이 되고 연일 매스컴에서 홍보를 하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관심이 갔다. 그렇게 맞은 2002년은 20년이 지난 오늘까지 생생히 남을 추억 하나를 선물해 주었다.


2002 FIFA 월드컵 개막전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오픈 행사로 있을 때 축구를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관람했었다. 직접 경기에 참여하며 붉은 악마와 함께 응원을 해 보니 TV를 통해 경기를 보는 것과 천지차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맛에 축구를 보는 거구나.' 싶었고 이후 축구만은 꼭 챙겨보고픈 스포츠가 됐다.


경기장에서 관람하니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몸은 들썩이고 슈팅을 날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전후반 40분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고 승점이 나지 못하면 함께 아쉬워했다. 전후반을 내달리는 동안 마치 운동장에서 함께 뛴 듯 등줄기에 땀이 흥건해졌다. 그렇게 축구팬이 되면서부터 월드컵과 하나가 되었다.


2002년, 중요한 시험이 있어 고시원 생활을 던 남자 친구와 광화문과 강남 일대를 순회하며 모든 경기를 관람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응원의 물결이 흐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길이 이끄는 대로 함께했다. 시험이 코 앞이라도 월드컵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때는 축구가 뭔지도 모를 때였지만 군중 심리에 이끌려 수많은 인파와 함께 어우러져 '대-한-민-국!!'을 외쳤다.


16강, 8강, 4강!

꿈같은 기적을 이뤄내며 온 나라를 붉게 물들였던 그때, 우리의 사랑도 함께 물들었다.

'공부! 뭣이 중한디!'

월드컵 앞에 고시 따위는 아랑곳없었다.

'공부는 원래 평소에 하는 것 아닌가?'

억지스럽지만 응원을 하기 위해 어떤 이유든 갖다 붙여야 할 때였다.

'응원하며 목청을 높이다 보면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공부할 때 능률도 오르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열렸다. 3년 가까이 우리를 옭아매던 코로나를 한 방에 날려 줄 월드컵은 참 반가운 손님이다. 경험에 의하면 축구는 여럿이 봐야 재미지다. 그래서 위아래층이 뭉쳤다. 장소는 아래층 동생집으로 정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모아 보면, 하나는 아래층 동생네 아이들이 어리고, 더 중요한 하나는 TV가 85인치다.


우리는 저녁 8시에 모이기로 했다. 축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은 치맥이니, 치느님을 모시기 위해 오후 5시부터 예약 전화를 했다. 다행히 우리는 두 마리를 득템 했다. 닭강정도 주문하고 싶었지만 이미 판매 종료였다. 전 국민이 축구를 시청하고, 치킨을 주문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으면서도 주문에 성공했다는 사실 하나로 나라를 구한 듯 기뻤다.



각자 저녁을 먹고, 8시에 모였다. 아이들은 신이 났고, 어른들은 기승전 축구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스위스:카메룬 경기를 관람했다.


9시가 되자 우리 선수들의 입장 화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갑자기 맹숭하게 축구를 보는 것보다 응원의 열기를 더해보는 것은 어떠냐며 의기투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뺀 앵글이 포함 다섯 명이 각자 1만 원씩 걸고, 이긴 사람 몰아주기로 내기를 다.


"이거 판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이러면 스포츠 tt 되겠는데요?"

"아무도 못 맞추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무도 못 맞추면 다음 경기로 이월되는 거죠."

"세 번째 경기까지 아무도 못 맞추면 어떻게 되죠?"


우리들의 의견이 분분할 때 아래층 동생이 시원하게 정리해줬다.


"아무도 못 맞추고 세 번째 경기까지 끝나면 15만 원으로 회식합시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스코어를 불렀다.

남편은 '무승부'를 외치며 0:0을 제일 먼저 적었다. 우리 모두 스코어를 적은 후 아래층 동생은,


"한 번 변경할 기회를 줄게요."


기회를 얻은 후 남편은 갈등했고, 혼자만 1:1로 스코어를 변경했다.


[우루과이:대한민국] 예상스코어
전반전 경기 시작


축구는 역시 큰 화면에 봐야 제맛이다. 손흥민 선수의 부상이 안타까웠지만 우리 선수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볼 점유율과 패스 정확도만 봐도 얼마나 많은 연습으로 호흡을 맞춰왔을지 그간의 노력이 보이는 듯했다. 함께 응원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내기에 이기려면 대한민국이 져야 하는데 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이거, 지더라도 내기는 이기는 쪽으로 해야겠어. 뭔가 미묘하게 헷갈리네..."

"엄마도 그래? 나도 그래."


여러 번의 슈팅이 있었지만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앗!! 고치지 말걸. 지완 엄마 말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내가 이기는 건데..."


남편의 말에 우리는 낙장불입을 외치며 다음 경기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이번 경기배판이 되어 10만 원이 걸렸다.


11월 28일 [대한민국:가나] 예상 스코어


가나전까지 관람하고 글을 썼다면 우리의 내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단 한 번의 외침으로 기록 한 예상 스코어에서는 '낙장불입' 원칙에 따라 수정 따위는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두구두구두구둥~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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