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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30. 2022

나만의 월드컵 관전 포인트

2022년 11월 4주 보글보글 글놀이 < 월드컵 >

2022 월드컵 조별 예선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이번에도 경우의 수를 처절하게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여유롭게, 늘 그랬듯이 조 1위로 당당히 16강에 진출하는 날'도 언젠가 올 테지만 이번에도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우리만의 싸움을 치러야 한다.


사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4년에 한 번씩만 씩씩거리며 응원하는 것이 전부인 나다. 그러니 월드컵을 즐기려면 축구 외에 즐거워할 것도 있어야 한다. 나만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 2002년의 관전 포인트

이때는 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구나 무조건 붉은 악마가 되었던 해다. 특별한 관전 포인트가 끼어들 틈이 없었지만 내게는 앙증맞은 'Be the Reds' 티셔츠를 입은 돌쟁이 아들만 눈에 들어왔다. '대~~~ 한민국!'에 이어 정확한 박자로 '짠! 짠! 짠! 짠! 짠!' 박수를 치는 아기가 얼마나 신통방통하던지... 천재임이 분명하다고 흥분을 했다. 당시 광화문에 회사가 있던 남편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집이 있던 독립문까지 걸어와야 했다. 땀에 절어 집에 오면 절대 박자감을 타고난 아들이 기다리고 있던, 20년 전의 월드컵 이야기다.


* 2006년의 관전 포인트

같은 아파트에 국가대표인 김영철 선수가 살고 있었다. 입주자 대표위원회에서는 6월 13일 밤 9시 토고전 때 아파트 내 중앙광장에 대형 TV를 설치하고 주민 응원 행사를 마련했다. 경기는 9시인데 이미 낮부터 동네는 축제 분위기였다. 낮부터 뛰어놀던 아이들이 정작 밤에는 자는 바람에 일찍 들어와야 했지만 광장 응원전의 묘미를 즐길 수 있었다.


* 2022년의 관전 포인트

이번 월드컵의 관전 포인트는...

(아... 이걸 말해도 되나? 말아야 하나? 내 친구 순자가 알면 한소리 할 테지만....)

'조규성'이다.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인데 무슨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나에게, 내 친구 순자와 동네 친구들에게 그는 특별한 존재다. 이미 올해 초 U-23 경기 때부터 그를 눈여겨보고 열렬히 응원했던 우리다. 순자가 친한  측근 몇 명에게만 알린 사실이 있는데,

순자는 조규성의 친이모다.

즉, 조규성이 내 친구 순자의 조카라는 말이며 내가 조규성 이모의 친구라는 뜻이다.

순자의 언니네 식구이자 조규성 선수의 엄마, 아빠, 누나들이 카타르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보며 우리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번 월드컵의 특별한 재미다. 그의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 온 적도 있다는 이야기부터 엄마를 닮아 키가 크다는 이야기까지. 아마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조규성의 인기만큼이나 순자의 인기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1월 27일 경기 조규성 골~~~~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남편의 월드컵 식탐이다.

"가나전 볼 때 심심하니까 생굴 좀 사갈까? 집에 배추랑 김장 속 남은 거 있지?"

전날 일본과 코스타리카의 경기 때는 치킨을 사 왔던 남편이 우리나라와 가나 경기 때는 '생굴'을 사 오겠다고 했다.

"경기 시작이 10시인데, 내가 볼 때 당신은 저녁으로 소주에 생굴을 먹고 정작 경기할 때는 잠들 것 같은데? 굴이 먹고 싶으면 그냥 사 오쇼~  굴이며 치킨이며 월드컵 핑계 대며 사드시지 말고~"  

축구와 생굴의 부조화 때문이었을까, 우리나라는 3대 2로 아쉽고 아까운 패배를 했다.


포르투갈 전에서는 어떤 음식을 떠올릴지 궁금하다. 제발, 치킨만큼이나 월드컵과 어울리는 음식을 사 오기를...  

금요일 밤 12시. 우리 대표팀이 포르투갈을 당당히 꺾고 16강에 진출하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게 되기를....


16강 갈 수 있다!!!!!!!!



* 매거진의 이전 글, 김장훈 작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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