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Dec 22. 2022

"엄마, 내가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야!"

동글이는 아기 때부터 버터가 들어간 빵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케이크도 즐기지 않게 되었죠. 그 맛있는 카스텔라도 안 먹고, 크림도 먹지 않으니 케이크를 먹을리가요... 아기 동글이는 바게트, 호밀빵, 치아바타 같은 식사용 빵을 좋아했습니다. 단단하고 거친 빵을 통째로 들고 뜯어먹는 걸 즐겼어요. 동네 이모들은 그런 동글이를 신기해했죠.


금번 크리스마스는 그다지 연말 느낌이 나지 않았는데 동글이가 케이크를 만들어주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이 한층 느껴집니다. 동글이의 자상함으로 탄생한 케이크에는 천진한 아이의 성격이 그대로 보이는 듯했어요.

 


"엄마, 내가 만든 케이크 어때?"

"엄청 잘 만들었네... 알록달록 예쁜걸?"

"내가 크림을 좋아하지 않잖아. 그래서 크림을 얇게 발랐어. 엄마, 같이 먹어볼까?"

"사진 몇 장 찍어서 아빠한테 보내주고 먹자."

"좋아~"


찰칵, 찰칵! 사진 몇 장을 남겼습니다.


"동글아~ 그런데 촛불을 안 켜?"

"괜찮아. 엄마가 사진 찍어줬으니까 그냥 먹어도 돼. 내가 잘라볼까?"


만든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동글이의 케이크는 두 동강이 났습니다.


"동글아~ 이거 엄청 맛있어."

"그렇지? 거봐... 나도 잘 만든다니까? 누나, 누나도 먹어볼래?"


엄마 한 입, 누나 한 입~ 입에 넣어주는 자상함까지 보이는 동글이, 뭔가 기대하는 것이 있는 것 같죠?


"동글아, 크림이 조금 들어가서 그런지 달지 않고 맛있어."

"오~ 동글~ 생각보다 맛있는데?"

"앵글아~ 생각보다 맛있다는 건 칭찬이야?"

"ㅎㅎㅎㅎㅎ 좀 그랬나? 동글아, 엄청 맛있어."


동글이의 얼굴은 보름달보다 환해졌고, 어깨는 하늘로 우쭈쭈 승천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동글이는 가족들의 폭풍 칭찬을 듣고 싶었겠죠?


"엄마, 예수님은 좋겠다."

"왜?"

"예수님 생일에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축하해 주잖아."

"그러네? ㅎㅎ"

"그런데 엄마, 왜 예수님 생일에는 집집마다 케이크를 먹을까?"

"그러게... ㅎㅎ"


설날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가 떠오릅니다. 크리스마스에 팔리는 케이크가 제과점의 연매출을 좌지우지한다고 하는 걸 보면 이 기간에 케이크가 많이 팔리기는 하나 봅니다. 며칠 전 동네 제과점에 식빵을 구매하러 들렀더니 케이크 예약 주문서가 벽면 가득 붙어있었습니다.


왜 크리스마스가 되면 너도나도 케이크를 먹을까?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 왜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을까?  

서양에선 특별한 날 케이크를 먹는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는 와인이 잘 숙성되기를 기원하며, 로마에선 달의 여신 루나에게 아기를 잘 낳아 기르게 해달라고 빌며 케이크를 바쳤다. 당시 케이크는 빵에다 꿀을 바르고 건포도 호두 등 견과를 올려 먹는 형태였다.

가톨릭에서는 성탄절이 아니라 주현절(主顯節)에 케이크를 올렸다. 주현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 1월 6일이다. 아기예수가 탄생한 성탄절부터 다음 달 6일까지 12일간은 유럽에서 축제 기간이다. 주현절에 올리던 케이크를 점차 성탄절에도 먹게 됐다.

국내에서는 1980년 말부터 서민들도 케이크를 먹었다. 설탕, 우유, 버터의 보급이 본격화한 시기다. 버터로 만든 상온보관용 케이크가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가정용 냉장고가 보급되자 트렌드가 바뀌었다. 파리바게뜨가 냉장보관용 생크림 케이크를 처음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요즈음 독일 전통 발효빵 ‘슈톨렌’이 유행이다. 슈톨렌은 말린 과일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 빵이다. 여기에 슈가파우더를 입혀 새하얗게 장식해 마치 눈이 쌓인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독일인들은 12월 초부터 슈톨렌을 먹으며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린다.

[출처 : 한국 경제 뉴스]


어느덧 우리나라도 설날, 추석처럼 크리스마스가 온 국민이 즐기는 기념일이 된 것 같습니다. 나라마다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한 해를 보내면서 열심히 살아 낸 1년을 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을 도닥이고 응원하는 식탁에 달달한 케이크가 잘 어울리지 않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초4 아들이 '자기야 사랑해' 편지를 받았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