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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an 04. 2023

깜짝 놀랄 만큼 기발한 일이...

가끔 생각지 못한 일을 벌이는 아기의 모습에 무릎이 '탁' 쳐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리라고 예상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어랏!' 전혀 다른 발상의 행동을 할 때면 '역시... 내 아이는 천재였어!'라는 생각이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 올라옵니다. 엉뚱하고 기발한 (몸이나 몸의 일부를 놀려 움직이는 행동이나 행위를 나타내는 말)을 잘하는 동글이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옹알이를 일찍 시작해서 앵글이처럼 말문이 일찍 트이려나 싶던 기대를 완전히 깨버리고 두 돌이 지나도록 '엄마'와 '누나'를 불러주지 않던 동글이입니다. 11개월에 단어 트기 시작해서 13개월에는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앵글이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지나고 보니 동글이의 성격은 신중한 유형이라 마음속에서 문장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깜짝 놀라게 해줬던 것이었지만 엄마, 누나 소리를 듣고픈 우리 모녀는 동글이와 눈만 마주쳐도 '엄마, 해봐!', '누나, 해봐!'를 연발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것은 우리 세 식구 모두를 '아빠!'라고 불렀던 거였어요. 처음에는 아빠의 반응이 제일 좋으니 '아빠!'를 불렀다가, 어느 정도 지난 후에는 일부러 '엄마'와 '누나'를 불러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기 때부터 집중력이 좋던 동글이는 블록 만들기, 로봇 변신시키기 등을 좋아했어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서너 시간쯤은 너끈히 앉아있을 정도였죠. 말 배우기 시작할 때 아기들은 책 읽기에 열중합니다. 자박자박 걷기 시작할 때부터 앵글이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30권쯤 읽어줘야 자리를 뜨거나, 책 읽는 도중 낮잠에 빠져들었었습니다. 그런데 동글이에게 책은 읽기나 듣기의 교구가 아니라 다양한 놀잇감이 되었습니다. 징검다리 만들기, 점핑하기, 탑 세우기, 집짓기 등 책의 크기에 따라 매일 만들어내는 놀잇감이 달라졌죠.  


아기들이 그렇잖아요? 조용하면 사고 치고 있거나, 잠이 든 거죠. 동글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가족실로 가 보니 초 집중한 동글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도미노 놀이'를 하고 있는 거였어요. 도대체 도미노 놀이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유튜브를 볼 나이도 아닌데 말이에요.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숨죽여 동글이가 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랏! 신박한 방법으로 도미노 놀이를 하고 있는 걸 발견했지 뭐예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아기들이 활동을 잘하다가 카메라만 들이밀면 하던 것을 멈춘다는 걸 말이에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예쁜 표정도, 재미난 놀이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내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작전 수행을 해야 합니다. 한 번 들키면 두 번 다시 그 장면을 볼 수 없게 되니까 말이에요.


동글이의 도미노 영상


보셨나요? 동글이의 기발한 도미노 놀이를요... 동글이가 도미노 큐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12cm×12cm 사이즈의 작은 책입니다. 박스 안에 12권이 들어있죠. 작은 책을 넘어지지 않도록 펼친 면이 아래로 가도록 세워 놓았다는 건, 이리저리 세워보았다는 거겠죠? 



간격이 책 크기를 넘지 않도록 조심스레 세워놓습니다. 마지막 하나까지 세워보려 했지만 욕심을 부리다가는 기껏 세워놓은 것까지 무너질 것 같았나 봐요. 결국 동글이의 선택은 불안한 4권을 버리고 잘 세워 둔 책들만 넘기기로 결정해요. 그리고, 돌려차기로 '얍!'


이 부분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어? 손이 아니라 발로?'

힘주어 주먹을 불끈 쥔 동글이의 손이 귀여워요. 그리고 잘했다는 박수로 마무리를 지었어요. 영상을 찍기 전에도 꽤 여러 번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연습했던 거겠죠? 그 후로도 한 동안 도미노 놀이에 심취한 동글이는 단어책을 사용한 도미노 놀이를 계속했습니다. 책을 꼭 읽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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