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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Dec 21. 2022

떡볶이는 못 참아!

지난주 앵글이는,


"엄마, 나 다음 주 목요일에 친구 만나."

"그래?"

"응. 같이 엽떡 먹기로 했어."

"집에서?"

"아마도?? 엽떡을 얼마 만에 먹는지 몰라."


앵글이는 식단 관리 중입니다. 최애 음식이 떡볶이임에도 꾹 참고 운동을 합니다. 벼르고 벼른 떡볶이 디데이가 시작됐습니다.


월요일 오후,


"엄마, 친구가 목요일에 못 온대."

"아쿠 저런..."

"엄마, 목요일에 먹기로 한 떡볶이, 오늘 먹을까?"


이미 손에는 엄폰이 들려있습니다. 앱마다 열어 배송비 차액을 확인하며 목소리가 한껏 들떴습니다.


"엄마, 뭐 다른 거 시키고 싶은 거 있어?"

"없어... 엄마는 밥 먹을 거야."

"그럼 중국 당면만 추가해서 시킬게..."


앵글이가 좋아하는 '동대문 엽기떡볶이'


'무슨 떡볶이를 2만 원이나 주고 사 먹느냐', '동네 분식집에서는 3,500원이면 먹을 수 있지 않느냐', '그냥 분식집에서 포장해다 먹는 건 어떠냐'며 훈수 두는 말을 이제 하지 않습니다. 떡볶이는 무조건 엽떡이어야 한 번에 끝나거든요. 다른 것을 주문하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엽떡을 주문해줘야 만족도가 채워집니다. 아마도 엽떡만이 갖고 있는 '홀리는 매력'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50분이나 기다려 도착한 엽떡을 현관에서 받아오며 이미 앵글이의 입꼬리는 귓가에 걸렸습니다. 이전 주문 일자를 확인해 보니 9월 22일입니다. 3개월 만의 떡볶이 주문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세 번 이상 엽떡을 먹던 앵글이가 떡볶이를 3개월이나 참았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아름다워지는 건 참 고된 인내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엄마, 이게 얼마만이지? 감동적이야..."


맛있는 음식 앞에서 다이어트, 몸매 관리 같은 단어들은 '물렀거라'입니다. 떡볶이를 옮겨 담는 집게가 빠른 속도로 접시를 채워갑니다. 어느 순간 3~4인분 정도의 떡볶이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떡볶이, 꼬치어묵, 튀김, 순대 등은 세월이 흘러도, 세대가 바뀌어도 변치 않고 사랑받습니다. 스쳐 지나치지 못하게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학교 앞 떡볶이, 노점 떡볶이, 재래시장 떡볶이에는 별다른 재료가 들어있지 않는 것 같은데도 중독성 강한 매력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었던 떡볶이 맛이 그리워 다양한 떡볶이 전문점에 들러보지만 그때 그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향수 때문인지 변해버린 입맛 때문인 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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