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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an 03. 2023

나에게 쓰는 편지

오늘의 미션은 '나에게 쓰는 편지'였어. 매일 글을 쓰지만 막상 나에게 편지를 쓰려니 오글거린다.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도 않아. 그러고 보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시간을 쓰지 않았던 것 같아. 어렵지 않은 미션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할 말이 없는 걸 보면 어쩌면 내가 내게 가장 관심이 없던 건 아닐까 생각되었어. 며칠 동안 무얼 쓸까 생각하다가 자판에 손을 얹어본다.


매 순간 계획을 세우며 짜인 틀 속에 날 가두던 시간이 있었지. 그 틀을 벗어버리려 애를 써봤지만 오히려 그게 더 불안을 만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 올 해는 생긴 대로 살기로 했어. 실행 가능한 몇 가지를 매일 해 보려고 해. 


가족들에게 충실한 2023년을 보내고 싶고, 강의력을 키워서 강의를 더 재미나게 하고 싶어. 재수를 하는 앵글이를 위해 일을 줄이자고 생각했지만 새해 첫 월요일부터 문화센터 강의 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네. 일이 찾아와 포옹하는 바람에 거절도 못하고 끌어안아버렸지. 이렇게 새 해가 반짝반짝 나를 맞아주었기에 2023년은 공부하는 한 해로 보내게 될 것 같아. 


부모는 세월이 갈수록 자식에게 잘해준 것만 기억하고, 자식은 자라면서 서운했던 것만 기억한다고 하더라.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서운한 감정이 허상일지도 모르겠어. 내 설움에 갇혀 현상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르지. 말은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늘 뒤돌아보았던 것 같아. 상처가 된 일들을 되새기며 헤집고 헤집으니 상처가 덧나서 커다란 흉터를 남기고 마는 거지. 미련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후회를 거듭하게 되는 건 상처받고 싶지 않은 자기 방어 때문일 거야. 중년의 얼굴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나의 모습이 반영된다고 하니 올 해는 많이 웃으며 살고 싶어. 미간의 주름이 활짝 펴질 수 있게 말이야. 누가 봐도 온화한 인상이 되고 싶거든. 성질 고약한 노인처럼 보이는 건 싫잖아. 


올 해는 '앞자리가 4에서 5로 바뀌는 해' 이기도 해. 6월이 되면 다시 '4로 바뀌는' 진귀한 해이기도 하지. 그래도 나이를 먹는다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잖아?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사랑하며, 멋지게 나이를 맞이하는 50이 되고 싶어.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랄까? 헐떡이며 오를 때에는 힘겹지만 정상에 올라온 세상을 눈에 담으면 흘린 땀도, 가쁜 숨도 고라지며 후련해지는 그 느낌을 만끽하는 한 해를 보내고 싶어. 시작이라는 건 설레잖아. 그래선지 1월은 참 좋은 것 같아. 맘껏 시작하고 가끔 넘어져도 남은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은 기분이라 쫓기지 않잖아. 그렇게 걸어보자. 그렇게 뛰어보자. 가끔은 쉬어가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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