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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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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2월 첫 주 "나를 칭찬합니다!"

신께서 인간을 세상에 내려주실 때 "짝 지워" 보내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짝을 못 찾아 끝내 홀로 세상을 마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짝을 찾았으나 제 짝을 바로 찾지 못해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하죠. 짝 지워 보내실 때 보는 순간 한눈에 알아보게 하신다거나, 짝끼리는 서로 근방에 거주하게 하셔서 못 만날 일을 만들지 마시거나 하실 것이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흩어놓으신 후 알아서 찾으라시니 실수가 생길 수밖에요. 어쩌면 짝을 찾아 삼만리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신께서 인간에게 주신 '자유의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내려진 생명체 중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자유의지로 선택한 사랑은 매우 희박한 확률로 찾은 '나의 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그가 나이고, 내가 그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를 위해서라면 퍼주고 퍼주기만 해도 억울하지 않고, 내게 남은 분자 하나까지라도 아낌없이 그와 함께 고 싶어지는 마음,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이뤄진 사랑이 세세무궁토록 변치 않는다면 너무나도 좋겠지만 어느 순간 무뎌지고, 익숙해져 미루어 짐작건대 알 것이라 여기며 소홀해지기도 합니다. 그것을 누군가는 권태기라 말하고, 누군가는 변심이라 하죠.


그래서 생각을 달리 해 보았습니다. 정말 그와 세세무궁토록 함께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쳐 지나갈 인연보다 귀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가운데 만난 숱한 인연은 시간의 흐름 따라 흩어질 수 있지만 가족으로 엮인 그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내내 함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룬 가정에 속한 사람들'과 더 잘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상처 나지 않도록 조심해 봅니다. 혹 상처를 낸다면 흉터가 남지 않도록 정성스레 치료를 도와야겠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스러운 것이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가족'입니다.


교직에 있을 때 동료들과 '내 아이를 내게 보내진 학생이라 생각하고 가르치면 하바드도 보낸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더 관대하다는 이야기죠. 화가 나도 참고, 억지스러워도 요구를 들어주며, 부당한 일에 휘말려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 애를 써 봅니다. 고객이니까요. 그렇다면 내 가족을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고객의 취향은 너무나 다양해서 때때로 진상 고객만나기도 합니다. 가족도 마찬가지죠. 마음이 평안하면 세상 모두가 아름다워 보이지만 마음에 풍랑이 가득하면 세상도 풍파에 휩쓸립니다. 그럴 때가 적기입니다. 온전한 편이 되어줄 귀한 시기인 것이죠. 이것은 절대 손해가 아니었어요. 거칠게 응대하면 그 순간 빠른 정리가 되겠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상태라 회복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정중하게 응대하면 당시에는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이내 감사의 마음을 전해줍니다. 모를 것 같아도 진심은 통하니까요.


아이들을 키울 때에도 이야기해 줍니다.


"가족은 마음이 상해도 피할 수 없고 내내 함께해야 하므로 내 뜻에 맞지 않더라도 감싸주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해. 남들에게는 친절하고 가족에게 함부로 하는 것이 가장 미련한 짓이란다."


사회가 규정한 법률에 위반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가족은 온전히 서로를 보호하고 아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깐깐한 잣대로 평가하는 이가 가족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음 둘 곳 없어진 내 가족이 우리가 아닌 타인을 의지하고 찾게 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겠죠.


모임 중 가족들에게서 온 전화를 받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핸드폰 액정에 가족 이름이 뜨면 가장 반갑고 고운 음성으로 전화를 받습니다. 아이들의 전화일 때에는 주변 반응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동료들도 자녀들 전화를 받을 때 대체로 친절하니까요. 그런데 남편 전화를 받을 때 주변 반응은 어마어마합니다.


"뭐야? 남편한테 그런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거야?"

"신혼이네 신혼~"

"레알??"


연애할 때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전화 응대를 했을 겁니다. 세월이 가며 조금씩 무뎌졌을 뿐이죠.


"남편도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으면 나도 그럴 텐데, 남편이 친절하게 응대를 하니까..."


라고 얼버무리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주변 반응은 거세지고 있습니다.


보글보글 2월 1주 차 "나를 칭찬합니다!"


남편의 전화를 친절하게 받는 나를 칭찬합니다.


'하루라도 당신과 함께 살 수 있다면...' 싶은 마음이 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이 들어가며 피부도 거칠어지고 주름도 생겼지만 아직까지도 예쁜 곳이 더 많은 그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50이 넘어가며 호르몬의 변화를 겪고 있는 남편입니다. 가끔은 삐지기도 하고, 섭섭한 것이 늘어가는 것도 호르몬의 영향이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남편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갱년기를 남편도 거쳐가고 있습니다. 호르몬의 변화가 준 선물은 급한 성격이 느긋해졌으며, 일 중심적 사고에서 가족 중심적 사고로 전환된 것입니다. 덕분에 젊은 날보다 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12살이 된 동글이가 최대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건강하게 가장의 자리를 잘 지켜주고 있는 남편이 고맙습니다. 이제 그만 경제 활동에서 물러나고 싶을 텐데도 본인 나이 환갑에 겨우 군대에나 갈 법한 나이가 될 늦둥이 동글이를 키우려면 3~40대 못지않게 힘을 내야 하니 안쓰럽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그는 열심히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젊을 때도 중년의 오늘도 여전히 열심히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미루며 참아냅니다. 40이 되면, 50이 되면... 하며 세웠던 우리의 계획은 60이 되면으로 미뤄졌지만, 그날을 기대하며 같이 힘을 내야겠습니다. 그때는 정말 남편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존중하려는 마음 덕분에 우리 집은 늘 고요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선물로, 고객으로 모시려고 하는 마음 덕분입니다. 그렇다고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죠. 각자의 위치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섭섭한 것보다는 감사를 찾아내고자 하는 소소한 노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입니다.


5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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