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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24. 2023

카톡도 미니멀이 필요해


두 달의 긴긴 방학 여정이 끝나가고, 이제 드디어 아이가 학교에 가는구나 싶으니 없던 기운도 퐁퐁 솟아나는 것 같습니다. 방학 기간 동안 동글이는 건강하게 잘 지내주었고, 양껏 원 없이 놀았습니다. 매일이 행복하다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마냥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마도 '학령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불치병'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혹시 알고 계세요?  '학령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불치병' 말이에요...

아이가 웃고 있으면 '이래도 되나...' 불안해지는 병인데요, 아이가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며' 있거나, 빈둥거리거나, TV 예능 또는 유튜브 시청을 하며 깔깔대고 웃고 있을 때나, 손가락이 안 보이도록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이 올라오는 증상이에요. 즉, 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엄마의 불안수치가 올라가는 병이죠. 사실, 아이가 태어나서 먹고, 자고, 싸고, 걷고, 뛰는 기본적인 성장만으로도 기뻐할 때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유아교육기관에 들어 설 나이가 되면서부터는 기본적인 성장만으로 기쁠 수가 없어지는 것이죠. 내 아이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또래의 다른 아이들도 보이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비교의 눈도 함께 생기기 때문에 끊임없이 '나와의 전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며 올라오는 불안은 '좀 더 나은 사람'으로 키우고픈 엄마의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이겠죠. 그래서 이 병은 고치기가 참 어렵다고 해요.


어느새 찬바람이 잦아들며 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바람은 차갑지만 겨울과는 다른 느낌의 기분 좋은 봄 햇살이 느껴지는 2월의 마지막주네요. 산책을 하면서 가로수를 바라보니 쌀알만 한 꽃몽우리가 송골송골 맺혀있네요. 몇 주 뒤면 벚꽃으로 환해질 거리가 마음을 몽글거리게 합니다.


봄이 다가오니 주변 정리를 하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너의 작업실 글방 친구들과 [야금야금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죠. 매일 한 가지씩 나누거나 버리고 인증샷을 찍어 톡방에 올리는 것이에요. 같이 하니 서로 시너지를 내어 혼자할 때보다 훨씬 능률이 오릅니다. 오늘은 무엇을 정리할까 생각하며 한 곳씩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곳곳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덕분에 올봄은 날씬해진 집에서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은 물건뿐 아니라 톡방도 정리해 볼까? 생각되는 거였어요. 그래서 카카오톡을 열었더니 카톡친구 목록에 1305명이 등록되어 있지 뭐예요? 죽 훑어보다가 과감히 정리를 시작했어요. (정리하다 말고, 사진한 장 찍어두고) 그 많던 목록에서 남겨진 친구는 184명이었고, 톡방은 가벼워졌어요. 어차피 정리할 거 채팅방까 싶어졌어요. 158개의 채팅방을 비우니 20개 남짓한 방만 남았습니다.  


카카오톡 정리


카톡친구를 정리해도 연락처에는 기록이 남아있으니 누군가와의 인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숨겨둔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내 방에 그 친구가 다시 되살아나는 기쁨이 마음까지 채워주지 않을까 생각됐어요. 가끔이라도 한 번씩 안부를 물어줄 친구가, 나는 잊고 있었는데 나를 기억해 줄 친구가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도 같습니다. 지금 남겨둔 친구명단은 나를 중심으로, 내가 챙기는 사람들을 위주로 정리했거든요. 기념일, 명절, 친구의 생일 등이 돌아올 때 축하 인사를 건넸거나 건넬 친구들 말이에요. 오랫동안 나의 안부를 묻지 않는 친구이거나, 거래처였던 명단들은 과감히 숨긴 친구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야금야금 미니멀라이프] 덕분에 매일 조금씩 집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있어요. 오늘은 어떤 것을 정리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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