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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Sep 22. 2023

정말 중학교 수행평가 시험지에 이렇게 썼다고??

자녀를 키우는 대부분 부모들은,

내 아이가 어디 가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키우고픈 바람이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잘못이라 여겨지는 행동(몰래 게임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을 하게 되더라도' 거짓말하지 말고, 주눅 들지 말고, 혼날 때 혼나더라도 눈치 보지 말라고 이야기했었다. 어쩌면 권위적인 부모에게서 양육된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의 투사인지도 모르겠다.


앵글이 방을 정리하는데 중학교 때 치렀던 시험지가 모아진 클리어 파일을 보았다. 앵글이도 어쩔 수 없는 J형인 모양이다. 파일을 한 장씩 넘기며 훑다가 수행평가 시험지를 보고 혼자 빵 터지고 말았다.


중학교 2학년 1학기 앵글이의 수행평가 시험지


[1학기를 되돌아보며] 1학기 학교생활(국어수업)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 느낀 것을 씁니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1학기의 나는 꽤 열심히 살았던 성실한 학생이었다. 활동을 할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로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고, 좀 지루했지만 선생님의 설명도 안 졸고 들었다. 하지만 시험 하루 전에 벼락치기한 것을 반성하고 싶다.


"앵글아,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이래... ㅎㅎㅎㅎ"

"ㅋㅋㅋ 중2병이 단단히 들었고만..."

"그리고, '선생님의 설명이 좀 지루했지만 안 졸고 들었다...' 래... 이거 시험지 아니야? ㅎㅎㅎㅎ"

"맞아... 정말 나 ㅁㅊ거 아냐? 와... 내가 썼지만 이건 좀... ㅋㅋㅋㅋ"

"이랬는데도 안 혼내고 점수 주신 거 보면 선생님께서 정말 천사시다... 그치..."

"그래도 엄마,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잖아. 열심히 살았구만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으셨겠구먼..."

"내 기억엔 선생님께서 꽤 예뻐해 주셨던 것 같은데..."


수행평가지에 이리도 솔직한 자기 생각을 쓸 수 있는 중2가 또 있었을까? 선생님께 5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엽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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