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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와 생각 Sep 24. 2021

글쓰기는 '것'을 줄여나가는 일

철학 + 글쓰기 방법  + 에세이

뉴저지, 뉴브런즈윅 역 근처의 하이랜드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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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원주의: 다양한 현상을 기본적인 하나의 원리나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  


생생한 글쓰기에 '것'은 최악의 단어다.


소설 쓰기 창작반을 수강한 적 있다. 금요일 일곱 시 반에 마을의 작은 서점에서 모였다. 참여자는 홍명진 작가님과 써온 글을 검토했다. 나는 미국 이민사회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 실제로 있는 뉴저지의 도시와 거리를 소설 속에 녹여냈다. 뉴저지 주립대와 슬럼가가 뒤엉켜 있는 뉴아크, 출퇴근 시간에 뉴욕행 기차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뉴브런즈윅 역, 일용직을 찾는 남미인들이 모인 펠리세이드 팍 거리. 반을 이끄시는 홍명진 작가님은 살다왔냐고 물으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지 않으면 이런 묘사가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6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글을 쓰기 위해 기억을 복기해야 할 경우 구글 지도를 켠다. 위성사진으로 살 던 곳을 내려다보면, 그때 걸었던 거리, 자주 가던 가게의 황동 프레임으로 짜인 유리문, 조금 상한 과일을 싸게 팔던 상점을 좋다고 들락날락거린 일이 생각난다. 미국에서 생활이라는 두 단어로 환원할 수 있지만, 각각의 사건이 독립된 일로 기억 속에 살아있다. 미국 생활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에 슬프고 즐거웠던 기억이 많고 다채롭다.


'것'은 환원주의의 성격을 띤다. '것'은 포섭 능력이 확실하다. 많은 단어를 '것'으로 치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근하는 '일'은 통근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일보다 것은 재미가 없다.  맛있는 음식은 맛있는 '것'으로 치환 가능하다. 음식보다 '것'은 직접적인 묘사가 아니다. '싸고 맛있는 것'보다는 '싸고 맛있는 학생식당의 피자'가 훨씬 생동감있다. '것'은 경험, 행동, 사물, 사유를 포섭하지만 단어의 생생함을 지운다. 포섭된 단어는 맛이 사라진다. (심지어 '것' 불필요하게 덧붙인 경우도 있다.)


글에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해야 할 글쓰기는 있다. '것'은 글을 밋밋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밋밋한 글은 쓰는 이도, 읽는 이도 재미가 없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생생함과 살아있는 디테일 때문이다. 친구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던 때를 돌아보면, 분명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세밀하게 이야기한다. 왜 그랬는지 추측도 해본다. '것'을 통한 환원이 없는 이야기의 즐거움이다. '것'을 지우고 생생한 단어를 선택하면 비로소 재미있는 글이 된다. 환원하지 않는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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