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까다로운 글쓰기; 1인 철학 출판사의 방법들
두 남녀가 싸우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남자는 여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중이다.
“내가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남자는 골머리를 싸맨다. 어떻게 화를 풀어줄까? 그때부터 남자는 머리를 굴린다. 미안하다고 말한 내용을 뒷받침할 조건이 필요하다. '뭐가 미안한데'는 남자가 생각하는 바, 즉 명제를 위한 조건을 묻는 말이다. 조건들에서 명제를 만드는 일을 정의하기라고 한다면, 명제들의 조건을 찾아내는 일을 분석이라고 한다.
분석을 통해 타당한 조건을 찾는 일은 어렵다. 완벽한 분석이란 있을까? 하지만 반드시 피해야 할 분석 스타일은 있다. 순환논리, 약한, 혹은 강한 분석이다.
순환논리는 그 말대로 뱅글뱅글 도는 논리다. 정의 안에 포함된 말을 되풀이하는 경우다. '눈은 차갑다'라든지 ‘불은 뜨겁다’ 같은 말은 이미 명사 안에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뒤에 서술어는 명사의 성격을 되풀이할 뿐이다. 뜨거운 눈은 없고, 차가운 불은 없다. 눈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눈은 차가워라고 설명을 하면 알 수가 없다. 타인을 설득, 혹은 사물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한 논리다. ‘내가 잘못해서 미안해’ 같은 말은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미안하다는 말에 이미 잘못했다는 의도가 포함되었는데, 듣는 사람은 속 터진다.
약한 조건은 조건에 부합하는 명제가 너무 많을 때이다. 핸드폰에 대한 약한 명제를 생각해보자.
1) 사각형이다.
2) 스크린이 있다.
3) 터치가 된다.
이런 경우는 핸드폰 말고도, 다른 기기도 포함이 된다. 태블릿, 컴퓨터도 포함이 된다. 조건에 비해 부합하는 명제가 많다. 조건에 부합하는 명제가 많을 분석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뭘 잘못했어'라고 말하면 '다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경우와 같다. 두루뭉술한 분석으로 답답하게 하지 말자.
조건이 명제보다 세분화되어 있을 때 강한 분석이라고 부른다. 핸드폰에 대한 강한 분석을 생각해보자.
1) 사각형이다
2) 스크린이 있다.
3) 터치가 된다.
4) 사과가 그려져 있다.
5) 스페이스 그래이 색이다.
이런 경우 특정 회사 핸드폰만 강조하게 된다. 다른 회사의 제품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핸드폰이라는 범주를 모두 포함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강한 분석이라고 한다. 여자 친구가 '뭘 잘못했어?'라고 물었을 때, '오늘 너무 늦게 나와서 미안해'라고 하면 될 일을 '오늘 늦게 나왔는데, 버스가 늦게 와서 기다리다가 지하철로 가는데, 버스가 바로 옆을 지나갔고,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가니 지하철이 떠났어'라고 말하는 일과 같다. 너무 과도하게 분석해 더 화나게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