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분명히 13개월간 파견 근무를 통해 급속 충전이 되었는데, 원 소속으로 돌아온 지 3개월 만에 방전이 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4월 한 달은 무려 13번의 관외출장을 다녀오면서 눈코뜰 새 없이 바삐 다녔습니다.
주말을 제외한 워킹데이는 한 달에 약 20일. 그중 13일을 출장을 다녔으니 사무실에 앉아있었던 시간이 더 적은 셈입니다.
한창 출장을 다니니, 주변 선후배 사무관들은 제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부자 되겠네!”
많이 돌아다닐 뿐인데 부자가 된다니. 저를 놀리려는 말이지만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었다 = 부자에 한 발짝 가까워짐’으로 생각한다면 마냥 틀린 말도 아닙니다. 약간의 출장비가 나오거든요.
공무원의 출장은 국내출장과 국외출장,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그리고 국내출장은 다시 관내출장(동일 지자체 내의 출장)과 관외출장(타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 출장)으로 나뉘고요. 제가 4월 내내 다닌 출장은 모두 관외출장입니다.
세종시로 청사가 옮겨오면서 관외출장의 비중은 더 늘었습니다. 공무원들만 옮겨(귀양) 왔을 뿐, 함께 일하고 협의하던 민간영역의 사람들은 여전히 서울에 있기 때문이죠.
세종으로 부르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10명이 회의를 하는데 저희 빼고 모두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가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저는 서울로 다녀온 건 아니고, 전국 각지를 다녔습니다. 소관 업무 특성상 여러 지자체에 들러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출장비는 얼마일까요? 국내 관외출장의 경우 일비(2.5), 식비(2.5)를 합쳐 총 5만 원이 지급됩니다. KTX 등 광역 교통비와 출장으로 인한 숙박비는 별도 지급되고요. 그러니 단순히 따지면 교통비, 숙박비를 제외하고도 한 번에 5만 원씩 돈을 주는 셈이죠. 이미 내가 지출한 돈을 돌려주는 셈이지만 왕복 KTX 비용(37,000원)까지 합쳐서 생각하면 서울 출장의 경우 회당 87,000원 정도를 받습니다.
물론 출장지에서의 식비 지출, 공용차량 이용에 따른 일비 삭감 등 자질구레한 지출이 반드시 발생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기분은 아닙니다. 출장을 다녀온 후 빠르면 며칠, 늦으면 몇 주 뒤에 돈을 받기 때문에 꽁돈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점이 그나마 장점(? 조삼모사)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삭감할 부분을 정리하여 4월 한 달 출장을 다니고 최종 정산받은 돈은 43만 원가량이네요. 이중 제가 실제로 쓴 돈(KTX 비용)이 절반은 될 테니 실제로는 20만 원 남짓 벌었나 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출장비가 겨우 그것뿐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뿐 맞음)
4월 한 달 치만 이야기하면 감이 잘 안 오시겠죠. 좀 더 기간을 늘려 생각해 볼까요. 저는 출장이 적지 않은 편이라 일 년에 60~70회 정도 관외출장을 다니는데요. 1년간 출장비로 300만 원 정도 (60~70*5만 원) 법니다. 이건 연봉에는 포함되지 않는 수당이고 일정하지도 않으니 가외적인 수입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 모든 건 관외출장(타 지자체로의 출장)이 많은 국가공무원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지역 내에서 일하는 지방공무원의 경우 관내출장(일비, 식비 각 1만 원 = 총 2만 원 지급, 왕복2km 이내의 출장은 비용지급 없음)이 대부분이라 출장비로 얻는 소득이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정부청사가 그대로 서울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세종시와 오송역 사이를 KTX 타고 오가는 비용(차로 25분 거리입니다)과, 과도한 관외출장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겠죠. (제가 최근 3년간 KTX 타는 데 쓴 출장비만 해도 연평균 150만 원 정도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 코레일은 공무원이 먹여 살린다는 농담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저는 오늘도 출장 중입니다. 출장지에서 잠시 짬을 내 짧은 근황을 전해봅니다. 유튜브 영상도 조만간 올릴게요. 곧 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