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때하자 Sep 10. 2021

16. 언어논리의 기본은 통독이다

[각론] 언어논리 훈련법 첫 번째 : 통독

  15편의 총론을 지나, 드디어 각론이다. 원래는 중간중간 잡담도 하면서 연재할 계획이었는데, (이 놈의 본업 탓에) 연재가 늦어지다 보니 딴소리 하기는 미안해서 근질거리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굳이 변명하자면, 지난번에는 새로운 과로 이동하면서 업무가 바뀌어 시간이 없었고 이번에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국정감사는 아직 한 달여 남았지만, 국회에서 날아오는 요구자료에 일일이 답변하느라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가고 있다. 참 재미있는 점은, 일이 바빠질수록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 에너지를 잘 이용해 글로 승화시켜보겠다. (무슨 종교인 같네)


  연재를 시작하던 무렵부터 과목별 훈련법을 알려달라는 많은 요청이 있었다. 웹툰 작가가 댓글 때문에 스토리의 방향을 바꾸지는 않는 것처럼, 나도 수험생 개개의 요청을 들어주기 어려웠음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한다.

  한 가지 더, 최근 고민상담류의 댓글에 답이 늦어지는 경우가 더러 생기고 있는데, 가볍게 댓글을 달 수 없는 내용들이기도 하고, 시간도 없었다. 지금 달려 있는 댓글은 순차로 답하겠지만 앞으로는 답변 창구를 일원화하고자 한다. 각론을 서술한 이후 올릴 '수험생과의 QnA' 글에 댓글을 남기면, 빠른 답변은 어렵더라도 성심성의껏 답변하겠다. (감당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용기 내 다짐해본다^^.. 미래의 나 자신 화이팅)

  질문과 답변을 하나의 글에 모으려는 이유는, 다들 궁금해하는 부분이 비슷해서 질답을 모아두면 참고하기에 꽤나 유용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1. 언어논리의 특징


  각설하고, 언어논리에 대해 알아보자. 언어논리의 문제 유형은 수능 국어영역 비문학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수능보다 지문 길이가 더 길고, 1지문 1문제 구성으로 시간이 훨씬 부족하며, 지문의 소재가 철학, 역사, 종교 등에 집중되어 있어 타 인적성 평가에 비해서도 난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소문에 의하면 5급 공채 언어논리는 리트보다 어려워서, 인적성 평가 중 최고난도에 속한다던데 확인은 못해봤다. 리트 응시료 너무 비싸다. 사다리 걷어차기 그만) 쉽게 말해 수능의 큰 형 뻘이다.

  그 외에 '지문 없는 문제'들이 존재하는데, 대체로 퀴즈와 유사한 명제 문제이거나 경우의 수를 따지는 문제다. 이 문제들은 분량은 짧은데 난도는 높아, 된장찌개 속 청양고추 같은 녀석들이다.

  또한 PSAT도 종류별로 서열이 나뉘는데, 5급 공채 PSAT이 가장 어렵고, 그다음이 7급, 마지막 민경채 순으로 쉬워진다. 특히 올해(2021) 도입된 7급 PSAT은 5급 공채 및 민경채와 달리 '실무형 문제'가 출제된다. 실무형 문제는 보고서 작성요령, 민원 처리요령 등 실무 연관성이 높은 지문으로 구성된 문제를 의미하며 문제 유형상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다행히도 실무가 철학, 역사, 종교 문제처럼 난해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이 쉽다고 말한 적은 없다 도.망.쳐)

  언어논리 과목은 PSAT 3과목 중 기본적으로 점수를 따고 들어가야 하는 과목에 해당한다. 언어논리는 자료/상황에 비해 수능을 통해 그나마 훈련이 된 과목이고, 두 과목보다 문제 구조도 단순하기 때문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언어논리가 잘 안되는데 자료/상황에서 고득점 하여 합격하는 케이스는 드물다. (없지는 않다)


  올해 언어논리 기출(2021년)의 난이도가 예년과 달리 너무 높다며, 난이도 향상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공식적 지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수험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이도를 높이라는 공식 지침은 없었다.
  다만 7급 공채 PSAT이 도입되면서, 5급공채/7급공채/민경채 PSAT 간의 난이도 조정이 필요했다. 민경채의 난이도를 더 낮출 수는 없어서(이미 너무 쉽다), 5급 공채의 난이도를 조금 높여야 한다는 암묵적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출제위원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에이 그래도 5급 PSAT인데.."라는 말과 함께 문제 난이도를 높이곤 한다. 마치 3대 400kg를 치는 트레이너가 미소 지으며 20kg짜리 원판을 내게 더 얹는 것처럼)
  그러나 결코 수험생들의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어렵게 내려던 것은 아니며, 난이도 조정에 다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출제할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난이도 조정이다) 올해 언어논리 과목의 평균과 문항별 정답률을 기반으로 내년 5급 공채 PSAT 언어논리의 난이도를 다시 조정할 것이다. (출제위원들은 올해 시험의 정답률을 보면서, '허허 그렇게 어려웠나?' 하며 멋쩍게 웃을 게 분명하다) 그러므로 내년 시험은 올해보다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언어논리는 풀이 원리가 세 과목 중 가장 단순하지만, 역설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성적 향상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목이다. 자료/상황의 경우 과목에 적응해나가면서 상승하는 점수가 있고, 기교(?)를 부리는 문제들이 있어서 꼼수(?)로도 약간의 점수 상승은 가능한데 비해, 언어논리는 진-득하게 읽어서 푸는 문제가 대다수라,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으면 안정적인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구조가 단순하다 보니 꼼수랄 것도 별로 없는 셈이다.


2. 어렸을 때 책 안 읽은 나, 이미 늦은 걸까?  


  언어논리 과목에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에게 "어릴 때 책 안 읽어서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독해력을 판단하는 시험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라도 책을 많이 읽자'라고 생각하는 건 무척 어리석은 판단이다. (과장이 아니고, 언어논리 실력을 높이겠다고 철학, 역사, 교양서적을 틈날 때마다 읽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당장 시험에 붙어야 하는데 책을 많이 읽어 독해력을 높이겠다는 건, 당장 다음 주에 외국에 나가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데, 이번 주에 영단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것과 비슷하다. 나도 공부를 꽤나 우직하게(어리석게) 했던 성격이라, '느리더라도 근본적인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성격(이런 성격의 사람들은 내일 볼 시험의 기출문제가 5단원에서 자주 출제된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1단원부터 읽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려서 결국 앞에서부터 읽다가 시험을 망치곤 한다)은 이해하지만 고집부리면 안 된다. 시험에 붙고 싶다면 무조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성격에 안 맞아서 가슴이 답답~하다면, 그런 성격으로는 공무원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니 최소한 공부할 때는 제발 효율성을 추구하자. (공직 사회는 효율/효과적인 업무처리 능력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     


  글을 읽는 속도가 느리고, 읽어도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면 독해력이 부족한 것이고, 어릴 때 책을 안 읽은 게 맞다. (슬램덩크 10 회독해봐야 소용없다) 그런데,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이번 생은 글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굉장히 지난한 훈련과정이 되겠지만, 독해력 또한 성실히 훈련한다면 분명히 향상된다. 영어 독해 실력이 늘듯 국어 독해 실력도 늘 수 있다. 그것도 꽤나 단기간에.


3. 언어논리 훈련법  


  언어논리 각론은 ①풀이법 구분(문제 유형 구분과 다르다. 내가 먹을 음식이 몇 가지인지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사용할 도구가 몇 가지인지 보는 것이다), ②풀이법 별 훈련, ③독해력 향상 훈련, ④시험 이틀 전 대비 전략 순으로 소개한다. 이중 ③을 굳이 ②와 나눈 이유는, 풀이법 별 훈련은 문제를 풀면서 하는 훈련이지만 독해력 향상 훈련은 지문을 분석하며 하는 훈련이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1) 풀이법 구분

  언어논리는 다른 과목에 비해서도 풀이법이 단순한데, 줄글 지문의 유무에 따라 크게 구분이 가능하다.

  줄글 지문이 나온 경우 통독 풀이가 기본이고, 선지 구성에 따라 발췌독으로 풀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 체감상 기출문제 중 발췌독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10% 정도였다. (최근 발췌독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의 수가 줄면서, 난이도가 상승했다고 느끼는 수험생이 많은 듯하다)

  그 외에 줄글이 없는 명제/경우의 수 문제들(사실 이런 유형들은 철학/논리학 전공 교수님들께서 만드는데, 꽤 자주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다. 전투력이 너무 높아 힘 조절을 못하는 것이다)에 대한 풀이법이 있다.


  통독은 지문의 첫 부분부터 끝까지 책 읽듯 쭉 읽어 내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클래식하고 익숙한 방법이며, 언어논리 성적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 능력이다. 한편 발췌독은, (지문을 읽지 않고 선지를 먼저 읽은 뒤) 지문 중 선지의 참/거짓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부분만 부분적으로 읽는 것으로, 일종의 꼼수에 해당하는데, 간혹 선지에 숫자(날짜든 뭐든 숫자이기만 하면 된다) 또는 특수용어(키워드)가 등장하는 경우, 이를 지표(보다 정확한 느낌은 부표다. 바다 위에 띄워 장애물이나 목표지점을 알려주는 부표)삼아 지문의 해당 부분만 찾아 읽을 수가 있다.  

  통독의 장점은 글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가장 좋다는 점이며, 단점은 발췌독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통독/발췌독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 결정할 때 선지를 참고했다. 선지가 글의 일부분만 읽어도 참/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고, 키워드가 명확해 지문에서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내기 쉬운 경우 (선지에 숫자 값이 등장하는 경우 주목하자) 선지에 있는 키워드를 지표 삼아 발췌독을 시도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발췌독이 가능한 선지인지 고민하고 파악하는 데 쓰는 시간이 문제당 10초만 된다 해도 40문제 기준 400초를 허비하게 된다. 이는 무려 3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발췌독의 목적이 정확도 하락을 감수하고서 시간을 세이브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발췌독이 가능한지 오래 고민하는 것은 본래 취지를 벗어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발췌독이 가능한판단하는 것또한 정말 최소한의 시간만 사용해야 한다. ( 방법은 후술한다)

  

  아무튼 통독과 발췌독, 두 가지 방법으로 언어논리의 80%~90%는 대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위 방식에 속하지 않는 '지문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중 논리학(명제) 문제의 경우, 나는 흔히 쓰는 논리학 법칙도 썼지만 그보다는 '반례 찾기' 방법으로 풀었다. 논리학 법칙은 명제 개수가 세 개 이상 넘어갈 때 사용하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P와 Q만으로도 벅차) 그럴 땐 반례를 찾고자 노력했다. 미리 일러두지만 이건 권하기 위해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푸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서술일 뿐이다. (들어보고 유용하면 쓰고 아니면 가차 없이 버리자)

  그리고 경우의 수를 따지는 문제는 (상황판단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출제위원들은 타 과목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PSAT 과목 간 문제 유형이 유사해지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대체로 검수할 때 걸러지긴 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잘 안 될 때도 있다) 상황판단과 같이 표를 그려 해결했다. 별 요령 부리지 않고 경우의 수를 따졌다.

  그 외에도 괴랄한 문제들이 간-혹 등장하곤 하는데, 출제위원의 창의력에 감탄했을 뿐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풀이법을 만들어 대응하지는 않았다. (그건 비효율적이다) 이런 문제들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운다는 심정으로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처리했다.


2) 풀이법 별 훈련


① 통독 훈련법

 

  통독은 언어논리 풀이 실력의 근간이 되는 풀이법이며,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발췌 독보다 통독 실력이 성적을 좌우한다. 고로 언어논리 실력은 사실상 통독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독에 대해 무슨 훈련이 필요한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냥 순서대로 읽는 것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글을 순서대로 읽는다고 다 같은 게 아니다. (한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어도 성적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독해력은 개인차가 매우 큰 영역이며, 글을 읽어도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고 하나하나의 분리된 활자로만 인식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시험장에서 극도로 긴장하면 글자가 각기 따로 노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독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의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는 노력과 훈련으로 다져진다.

  언어논리 문제에 실리는 지문들은 모두 철저히 의도된 글이다. 대부분 시중에 출간된 책에서 따오는 글이지만, 원문 그대로 싣는 경우는 거의 없고 출제위원들이 문제풀이에 적합하게 재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 마음에 드는 글이 없을 때는 출제위원이 직접 지문을 쓰기도 한다.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쓴 글'이 갖는 특징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보통의 글과 달리, 의도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치 거짓말하는 사람처럼) 약간 어색하고 티가 난다. 이처럼 글쓴이(출제위원)의 의도가 강하게 들어간 글일수록, 의도를 읽어내기도 쉬워진다. 우리는 이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


  아래는 2021년 5급 공채 언어논리 기출문제다. 통독법을 알아보자.


  왼쪽 문제와 오른쪽 문제 모두 통독을 통해 풀어야 한다. 오른쪽 문제의 경우 발췌독으로 풀고 싶은 욕구가 들 수도 있는데, 발췌독하느니 통독으로 푸는 편이 시간 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낫다.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발췌독 파트에서 추가로 설명하겠다. (선지에 담긴 정보가 글의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경우 발췌독이 되지 않는다)

  통독은 글의 첫 줄부터 맨 마지막 줄까지 쭉 읽는 방법이다. 우리가 단 한 번의 통독으로 글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①글의 핵심문장(노랑 형광펜)과 ②키워드(빨강 밑줄)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잘 찾는 사람이 통독을 잘하는 사람이며, 독해력이 좋은 사람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 별생각 없이 주르륵 읽어버리고 마는데, 그렇게 해서는 끝까지 읽어도 머릿속에 별 정보가 저장되지 않고, 결국에는 다시 지문으로 돌아와 잔디밭에 흘린 반지를 찾는 사람처럼 여기저기를 더듬거리며 뒤져야 한다. 대화할 때 집중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방금 했던 말이라도 무슨 얘기였는지 전혀 기억 못하는 것처럼, 지문을 읽을 때도 집중하지 않으면 정보가 입력되지 않는다.

  만일 지문을  읽고 나서도, 선지의 정오 판단을   다시 지문으로 올라와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면 아직 통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독을 잘하는 사람은   읽는 것만으로도 지문에 담긴 정보의 대부분을 흡수한다.

  비유하자면 칠판을 지울 때 지우개에 힘을 주고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닦으면 분필자국이 깔끔히 지워지지만, 빨리 지워보겠다고 좌우로 문지르면 분필가루가 하얗게 칠판에 남아 더 지저분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지나치게 급히 읽다간 본질을 놓치기 일쑤다.


  통독을 잘하기 위해서는 아주 단순한 몇 가지 훈련을 하면 (습관을 들이면) 된다.

  첫째, 항상 문두-선지-지문의 시선처리 순서를 몸에 익히자. 언어논리에서 지문이 있는 문제는 언제나 선지가 힌트가 된다. 문두를 읽은 뒤 바로 빠르게 선지를 훑어 대략 무엇을 물었는지 키워드를 살핀다.

  둘째, 문제를 풀 때 항상 핵심문장과 키워드를 찾아 '체크'하자. 머릿속에 체크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위 예시처럼 시험지에 표시해가며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간혹 손을 가만히 내려놓은 채 문제를 푸는 사람이나,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문제를 푸는 사람을 목격하는데 그래선 곤란하다. 전자의 경우 아무것도 체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의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파악하기 어렵고, 후자의 경우 모든 부분을 다 체크해버린 바람에 체크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흡수하는 사람은 높은 집중력으로 지문의 핵심문장과 키워드를 파악할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선지의 정오 판단을  , 방금  밑줄  위치로 돌아와 정확하게 판단한다. 마치 바다  부표(수면에 띄운 부체로 된 항로 표지.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기 위하여 항로를 지시하거나 암초, 침몰선 등 항해상의 위험물의 존재를 경고하기 위하여 설치 - 출처 : 두산백과)처럼, 글의 곳곳에 마크를 남겨두고 필요할  즉시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를 읽을 때는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자. 부표를 남기지 않으면 망망대해를 헤매기 십상이다


  무척 사소해 보이지만 손의 역할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손은 눈보다 바삐 움직여야 한다. 키워드에는 동그라미를, 핵심문장에는 밑줄을 치며 지문의 중요한 부분을 체크하자. 만일 핵심 문장과 키워드를 도통 찾지 못하겠다면 훈련법을 조금 달리해도 좋다.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경우에나 해볼 법한 훈련이다) 선지를 보고 선지에서 언급된 단어를 지문에서 키워드로 체크하고, 선지에서 언급된 내용과 연관 있는 문장을 핵심문장으로 체크해보자. 거꾸로 보다 보면 점차 글의 어느 부분이 핵심인지 보일 것이다.


  그리고 팁 하나 더 전수하자면, 아무리 통독을 하더라도 쉬지 않고 글을 한 큐에 다 읽어내리기 보다는, 지문을 절반쯤 읽었을 때 선지를 한 번 판단하고 돌아오는 방식을 추천한다. (위 예시 문제를 보면 각각 2문단으로 이루어졌다. 난이도를 높이기 위한 출제위원들의 꼼수인데, 이 경우 한 문단을 읽고 선지를 중간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절반 읽은 것만으로도 선지 1~2개는 판단이 가능하다. 1~2개의 선지라도 정오를 판단하고, 다시 나머지 지문을 이어서 읽으면 여러 부수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첫째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통독했을 때 (열악한) 단기 기억력 탓에 지문의 초반 내용을 까먹게 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둘째로 (운이 좋으면) 지문을 절반만 읽고도 답을 찾아낼 수 있다.   



  통독 훈련은 결국 기출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언어논리 기출문제를 풀 때 항상 핵심문장과 키워드를 찾는 훈련을 하자. 다만, 너무 많은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너무 많은 단어에 체크해두는 습관은 지양하자.(흔히 범하는 잘못이다) 다 중요해 보이더라도 그 중 더 중요한 핵심 문장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독해력 훈련법을 이야기하면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핵심 문장'이란 한 문단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때 마지막까지 남는 문장이다.


  아주 중요한 사실 한 가지만 더 짚고 가자. 통독법을 통해 문제를 풀고 채점한 뒤, 내가 체크한 문장이 핵심문장이 맞는지, 키워드는 잘 찾았는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절대! 그럴 필요 없다. 푼 기출문제는 다음 훈련을 위해 기억에서 지워버리자. 훈련은 문제를 풀면서 키워드와 핵심 문장을 체크하는 그 순간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이미 이루어졌다. 이미 다 푼 상태에서 내가 찾은 키워드와 문장을 잘 찾았나 되짚어봐야 문제와 친해지고, 지문을 외워버릴 뿐이며 재확인해봐야 그 실력이 늘지도 않는다. 그냥 쿨하게 넘어가도 좋다. 그럼에도 마음이 불편해 무언가 확인하고 싶다면 너무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은 것은 아닌지만 슬쩍 확인하자. (곁눈질로 보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거의 한 달만에 글을 올리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 누군가는 새 글을 기다리며 몇 번이고 브런치에 접속했을 텐데, 시간이 나지 않아 매일 야근 후 새벽 1~2시까지 책상에 앉아 졸면서 타자를 두들겼음에도 너무 늦어졌다. 고시생 마인드(;;)로 좀 더 부지런히 작업해보겠다.

  이제 아침 공기가 선선하니, 공부하기 좋은 계절이 되었다. 다들 따뜻한 커피에 쿠키 한 조각이라도 곁들이면서 하루하루 힘차게 시작하길 바란다. 터널이 아무리 어둡고 길더라도, 분명 끝은 존재한다. 언젠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시간을 꿈꾸며 힘내자.


발췌독과 여타 남은 풀이법, 그리고 독해력 훈련법 등,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마저 하겠다.


  


이전 12화 12. 실수도 통제할 수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