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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ul 10. 2021

12. 실수도 통제할 수 있다

오답 대신 실수를 정리하자

  요 며칠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집 앞 카페에서 백색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 글을 쓰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대신 근처 카페에서 사 온 원두로 커피 한 잔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항상 하고픈 이야기를 간결하게 전하고 싶은데, 글을 쓰다 보면 사족이 붙어 고민이다. 글을 많이 다듬어서 올려야 하는데, 내 글을 기다릴 누군가가 마음에 걸려, 퇴고도 거의 못하고 덜컥 업로드한 뒤 시간 날 때마다 고치고 있다. 글이 부족하거나 실수가 있어도 너그럽게 양해해주길 ㅎㅎ..

  무더운 날씨에 비는 계속 오고, 마스크는 벗을 수도 없고.. 모두에게 참 힘든 시간이다. 이 시국에 공부까지 하는 (내일 시험을 앞둔 분들을 포함한) 모든 5급, 7급 수험생 여러분에게 오늘도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 글에서 문제 해부식 오답정리의 문제점을 짚었다. 요약하자면 문제 해부식 오답정리는 PSAT을 위한 올바른 처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제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정확한 처방을 받아보자.


  우리가 PSAT 문제를 틀리는 대부분의 이유는 실수 때문이다. 본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공식을 외우지 못해서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학원에선 '00법'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공식을 알려주는 것 같지만.. 그런 건 사실 거의 필요 없다) 빗대자면, 우리가 실수를 범하는 것은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린 상황과 유사하다.  

  문제 해부식 오답정리는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블루 스크린이 뜬다든지, 갑자기 전원이 꺼진다든지 등)을 정리하는 행위다. 하지만 현상을 정리해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신 프로그램을 활용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을 삭제하거나 치료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지우듯 실수를 찾아내 하나씩 박멸해야 한다.

  평소 어떤 실수를 자주 하는지 떠올려보자. PSAT에서 자주 범하는 실수가 떠오른다면 PSAT 훈련을 제법 올바르게 해온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잘 안 떠오를 것이다. 실수를 일반화하여 정리해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오답 정리란 실수를 정리해 반복을 방지하고, 동시에 선구안을 다듬는 훈련 과정이어야 한다. 아래 알고리즘을 먼저 살펴본 후,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이 알고리즘을 참고한 후 아래 글을 읽으면 더 이해가 쉽다


 1. 실수를 유형화해 정리하자

  

  아래 예시를 보자. 아래는 지난 게시글에서 예로 들었던 문제를 문제 해부식 오답정리법과 내가 실제 정리했던 방법(이하 실수 정리법이라고 칭한다)을 비교한 것이다.  


문제 해부식 오답정리(좌), 실수 정리법(우), 미묘한 차이지만 분명 다르다.

    

  좌측은 (각 보기의 맞고/틀린 이유를 분석한) 전형적인 문제 해부식 오답정리다. 반면 우측은 '지레짐작 금지', '유사용어 혼동 금지', '이상/이하 구분 주의', '보조선 활용', '문제풀이 순서 유의'와 같이 내가 실수를 범하기 쉬운 부분과 문제 풀 때 유의해야 하는 부분을 정리한 실수 정리법이다.


(위 예시에서는 주의할 부분만 짚었을 뿐 '잘못 판단한 부분이 어디인지'는 분석하지 않았다. 실제 틀린 문제 를 분석할 때에는 당초 판단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어디인지 체크해두어야 한다. '나는 이렇게 판단했는데 실은 저렇게 판단했어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도록 말이다)


  우측과 같이 실수하기 쉬운 부분(실수한 부분)을 정리하다 보면, '나는 이상/이하를 잘못 판단하는구나', '유사한 용어가 등장했을 때 잘못 읽는 경우가 많구나' 등 자신의 실수를 점차 유형화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맞힌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어 유용하고, 문제가 잘 외워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2. 선구안을 기르자


  한 가지 더, 문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잊지 말고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각 문제마다 풀어야 했는지, 풀지 말아야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가 틀린 문제 중에는 실수하지 않았음에도 틀리는 것들이 있다. 크게 ①시간이 없어 미처 풀지 못했거나, ②어려워 보여 풀지 않고 넘겼거나, ③열심히 풀다가 어려워서 답을 구하지 못한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앞서 PSAT을 잘하기 위해서는 '선구안'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바로 이런 문제들을 분석함으로써 선구안을 기를 수 있다.


  먼저, 시간이 없어 미처 풀지 못한 문제는 분석할 필요가 없다. 다만 몇 개나 못 풀었는지는 꼭 파악하자. PSAT은 시간이 부족하도록 의도된 시험이므로 몇 문제는 찍을 수밖에 없는데(언어논리 제외), 이때 이왕이면 고난도 문제들을 찍어야 한다. (풀어도 5분 이상 걸릴 문제라면, 그 시간에 다른 문제 2개를 푸는 게 더 이득이다) 시간 안배를 잘못하면 문제의 난이도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찍는 대참사가 발생하는데, 이는 PSAT 점수 하락의 주 요인이 된다. (내가 풀지 못하고 찍은 그 문제가 이번 시험에서 제일 쉬운 문제였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어려운 문제를 더 빠르게 패스하기 위한 선구안을 기르고 개별 문제에서 단 몇 초씩이라도 풀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해법이다.

       

  다음으로 어려워 보여 풀지 않고 넘긴 문제가 있다면 채점 후 다시 풀어보자. 문제 소재(유형)만 보고 패스하는 전략은 결코 남용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취약한 분야(대표적으로 언어논리의 논리명제 문제, 상판의 시차 문제 등)가 있는데, 자신이 가장 취약한 분야에서만 한정적으로 쓸법한 전략이며 되도록 어려워 보여도 풀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용했다가는 문제 난이도와 관계없이 지나치게 많은 문제를 패스하게 된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취약하다고 느끼는 문제는, PSAT문제 중 최소한의 연관 지식을 요하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논리명제 문제도 그렇고, 시차문제도 그렇다)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공부해서 극복하는 수밖에. (PSAT에서 몇 안되는 '공부'해야 하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풀다가 답을 구하지 못하고 넘긴 문제의 경우, 문제 풀기를 포기하고 넘기기까지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되짚어 보자. (훈련할 때 다섯 문제 단위로 몇 분이 지났는지 시험지에 적어 두면 좋다. 5번까지 풀고 11분 07초, 10번까지 풀고 22분 10초 이런 식으로. 이 방법을 사용하면 문제당 걸린 시간을 유추하기 좋다) 대략 30초~1분 내에 넘기면 좋다. 너무 급하게(30초 내에) 넘기려 하면 자칫 문제 난이도를 잘못 파악해 쉬운 문제를 넘기는 실수가 생길 수 있다. (차라리 문제당 1분은 투자하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편하다) 다만 그 1분 간 최소 하나의 선지는 소거하도록  노력하자. 1분 간 동공 지진만 하다가 넘기느니 보자마자 넘기는 게 낫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선지 하나라도 지워두어야 나중에 찍어서 맞출 확률이 높아진다.  


3. 유의사항 : 문제를 푼 후 즉시 분석하자


  실수 정리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문제를 푼 과정을 기억해야 실수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풀고 나서 지체 없이 분석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경험상 하루만 지나도 효과가 없었다)

  바로 여기에 양치기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갑분양치기때리기 양치기를 하고 나면 실수가 무엇인지 분석할 시간도 체력도 남지 않는다. 결국 실수를 정리하지 못한 채 다음 날이 되기 일쑤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까운 기출문제만 계속 소모하게 된다. (하루 1세트만 풀어도 120문제다. 120문제만 돼도 실수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문제만 집중해서 풀고, 실수의 근원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열 번째 글에서 시험 당일 과목별로 자주 범하는 실수를 정리해서 A4용지에 적어갈 것을 권했는데, 평소에 위의 실수를 정리하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시험 전날에는 내가 자주 범하는 실수를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다. 알고도 하는 게 실수라지만, 시험 직전에 각인해두면 잠깐 동안은 나를 통제할 수 있다. 시험 직전 자신을 다잡아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휴쳤습니까 미먼..? 그 실수를 또 하다니.


  항상 그랬지만 내가 전하는 훈련법은 생소할 수는 있어도 특별한 건 없다. 하루 10시간 PSAT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던가.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훈련법을 익혀보자. 점차 나아질 것이다.

  


  

  분명 오전에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시작한 글인데, 꼬박 하루가 걸려 자정이 넘었다. 이 짧은 글에도 하루를 써야 하다니 어디 글쓰기 수업이라도 알아봐야겠다. ㅠㅠ 다음 글에서는 해설지 보며 공부하는 방식의 문제점과 학원 교재를 통해 풀이법을 배우는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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