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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Oct 03. 2021

17. 언어논리, 필요한 부분만 쏙쏙 발췌독 하기

[각론] 언어논리 훈련법 두 번째 : 발췌독

  결국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작년에도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고 추석 당일에도 사무실에 앉아있었는데, 올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물론 누가 가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주변에선 다녀오라고 수차례 말했다. 단지 일을 쌓아둔 채 휴가를 떠나봐야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며칠 전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는데, 컨디션도 안 좋고 추석이기도 하니, 맛있는 음식 실컷 먹으며 보내기로 했다. 추석이 끝나면 곧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어, 어쩌면 밤을 꼴딱 새야 할지도 모른다. (여러분들의 미래..) 국감 시즌이 다가오면 시간이 더 없을 것 같아, 집 근처 카페에 기어 나와 노트북을 열었다.


  글을 쓰면서 항상 느끼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는 건 무척 어렵다. 수정을 거듭해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정보를 전달한다는 목적이 있어서인지 더더욱 글이 의도와 다르게 읽힐까 걱정된다. 문제는 본캐(똥무원)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커질수록 이곳에 쏟는 시간이 줄어들어, 회사일이 바빠질수록 글의 완성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앞서 쓴 글이라도 추후에 수정/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글의 진행 계획이나 방향 또한 불시에 수정될 수 있음을 전한다. (연재 중단은 없다. 눈에 흙이 들어가도)

  그래서 하는 말인데, QnA를 정리해 올리는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질답을 모아서 하나의 글로 올릴 예정이었는데, 우선 엄두가 안 나고 나중에 수험생들도 검색하기 어려울 것 같아 질문 한 개를 제목으로 짧게 연재할 계획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QnA 태그가 붙은 글에는 연관된 질문을 댓글로 달아도 좋다. :D


  



1. 필요한 부분만 빼 읽자 : 발췌독 하기   




앞서 언어논리 풀이 알고리즘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한 번 더 알고리즘을 살펴보자.


  

  다시 한번 잊을까 봐 강조하는데, 위 알고리즘의 어느 단계에서라도 '아, 이거 풀면 안 되는 문제구나'하는 섬찟한 느낌이 들면 그대로 ㅌㅌ해야 한다. "언제 튀어요?" 정답은 없다. 튀는 타이밍은 뒷골이 서늘해지는 그 순간(오 ㅁㅊ.. 이 문제 잘못 건드렸다간 떨어지겠네)이고, 튈지 말지, 언제 튈지는 모두 스스로 내려야 하는 판단이다.

  지난 글에서 통독법에 대해 설명했다. 통독은 글을 독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언어논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은 그렇다 쳐도, 언어논리에서 통독도 잘 못하면서 발췌독이나 속독(?)과 같은 잡기로 고득점 하기를 바란다면 그건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시험 당일 운 좋게 찍어서 100점 맞을 생각을 하는 중학생만큼이나 순진(?)한 사고방식이다.




2. 발췌독, 통독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발췌독은 얼핏 보기에는 무척 달콤한 방법이다. 글의 전체를 읽지 않아도 답을 찾는다니 언어논리를 극혐하는 수험생들에게 이보다 달콤한 풀이법은 없어 보인다. 달콤한 꿈을 깨워 미안하지만, 이 방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보너스'로 여길 만큼 적고 대부분의 언어논리 문제(특히 최근 출제되는 시험. 내가 출제해봐서 안다)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간혹 학원에서 발췌독 스킬을 배운 수험생들 중에 '우선 발췌독으로 풀어보고 안되면 통독하는' 소위 발췌독 전략(무턱대고 선지 하나를 붙잡고 지문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행위)을 취하는 이들이 있는데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발췌독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데 문제당 10초씩만 더 쓰더라도 400초를 더 쓰게 되어 (*논리/임기응변 문제 고려않고 단순 계산, 문제당 120초 쓴다고 가정 시) 결국 약 3문제를 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발췌독 vs 통독 어떻게 풀 것인지 결정할 때 우리는 통독을 기본(Default)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통독해야지 하다가 지문을 읽는 중간에 '발췌독도 가능하겠는데?' 싶은 경우가 있다. 이때 발췌독 해도 늦지 않다. 즉 통독하다가 중간에 발췌독으로 전환하는 것이 낫지, 문제를 보자마자 발췌독 하겠다고 덤벼드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조금 더 부연해보겠다. 예를 들어, 통독하다가 발췌독하는 경우 120초에 풀 문제를 90초 만에 풀 수 있다고 해보자. 한 회의 시험에서 발췌독 가능한 문제가 4문제 정도라 할 때 '통독→발췌독' 방식으로 아끼는 시간은 120초다. 반면, '발췌독→통독'(발췌독을 default전략으로, 안되면 통독) 방식으로 푸는 경우 문제당 최소 10초를 추가로 사용해야 하니, 발췌독 가능한 4문제를 60초 만에 풀어냈다 하여도 절약한 시간은 240초, 추가로 소모한 시간은 400초로 결국 160초를 더 쓰게 된다. 말하고 보니 상황판단 문제랑 비슷한 것 같아 (실제로 상황판단 문제도 이렇게 제작한다) 결국 떠오르는 영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문제를 만들어버리고야 말았다(어휴 ^^;). 자 복잡한 설명 대신 아래 문제를 풀어 보자. (드래그하지 말고 풀어주세요 제발 ㅎ)


    

말로 설명하면 될 것을 쓰잘데기없이 문제까지 만드는 나도 참.. (사서 고생^^..) 답은 몇 번일까?


  구구절절 설명하려니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 상판 문제를 하나 만들어 보았다. 다들 당연히 안 풀어봤겠지만 답은 ①번이다. 통독을 기본 풀이 전략으로 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PSAT에서는 '시간 절약 = 기대점수 상승' 공식이 적용되므로 통독 전략이 높은 점수를 받는 데에도 가장 효과적임을 전하는 것이 출제 의도다. (내가 만들었지만 이렇게 말귀 알아듣기 어려운 문제는 풀지 않고 넘기는 게 상책이다 ^^;;)

  발췌독은 결코 통독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일 뿐.


1) 발췌독은 어떻게 할까?  


  그러니까 발췌독은 통독보다 나은 방법도 아니고, 대안도 아니다. 그렇지만 때론 유용한 도구가 된다. 비유하자면 식칼이 일상생활에서 훨~~~씬 유용하지만, 감자를 깎을 때는 감자 깎는 칼이 유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요리할 때 단 하나의 도구만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식칼을 들어야지, 감자칼을 들어선 곤란하다. (그걸로 뭐할 건데)

  감자칼은 때론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주방에 하나쯤 구비해둘 만하다. 발췌독(감자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자. 발췌독의 원리는 단순하다. 발췌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발췌(拔萃)
1. 책, 글 따위에서 필요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냄. 또는 그런 내용.
2. 여럿 가운데에서 특별히 뛰어남.

  즉 지문의 전체를 읽지 않고, 선지를 바탕으로 지문의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읽어 선지의 정오를 판단하는 풀이법이 발췌독이다. 발췌독을 하면 지문을 읽는 시간(대략 1분 정도)을 절약할 수 있어, 시의적절하게 활용하면 아주 유용하다.

  발췌독의 원리는 단순하다. 그러나 단순하다는 말이 곧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발췌독도 적응되지 않으면 어렵고, 훈련을 통해 점차 익숙해질 수 있다. 발췌독을 잘하기 위한 포인트는 두 가지인데 ①발췌독해도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내 눈앞의 문제가 감자인지 아닌지)과 ②효율적으로 발췌독하는 방법(감자칼은 어떻게 하면 능숙하게 쓰는지)이다. 이때 더 중요하고 많은 훈련이 필요한 부분은 ①이다. 이제 어떤 문제가 감자고, 감자칼은 어떻게 휘두르는지(?)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2) 발췌독해도 되는지 여부 판단하기 : 발췌독으로 풀기 좋은 문제는 어떻게 생겼을까?


  PSAT은 시간 싸움이다. 발췌독을 잘하는 것보다 발췌독해도 되는지를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발췌독 하기에 적합한 문제의 특징을 몇 가지 알아보자. 참고로 아래 특징 모두를 갖춰야 하는 건 아니며 이 중 1~2개의 특징만 갖춰도 발췌독이 용이해질 수 있다.   

  첫째, 선지에 담긴 정보가 지문의 한 곳(두 문단 이내)에 뭉쳐있다. 지문의 한 두 문장만 읽어도 선지의 정오 판단이 되는 경우 글 전체를 읽지 않고도 답을 고를 수 있다. 반대로 선지 하나의 정오 판단을 위해서 두세 개의 문단을 훑어야 한다면, 왔다 갔다 할 시간에 통독하는 편이 낫다. 극단적인 예로, 만일 출제자가 지문 속 다섯 개의 문장을 인용해 ①번부터 ⑤번까지 선지를 구성해두었다면 발췌독하기에 최적의 문제가 될 것이다. 물론 실제 시험에서 이렇게 쉬운 문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와 비슷하게 지문의 문장을 재구성하여 만든 문제는 존재한다.

  둘째, 선지에 눈에 띄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선지마다 복잡한 키워드가 담긴 문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발췌독이 용이하다. 지문에서 해당 키워드가 등장하는 부분을 찾기 쉽기 때문이다.

  발췌독 문제는 너무 쉽기 때문에, 출제 검토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대폭 수정되어 통독 문제화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몇 문제는 여전히 살아남아 시험에 출제되는데,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①지문에 등장하는 개념 또는 주제가 생소하거나 어려울 때, 출제위원들은 상대적으로 수정이 용이한 선지를 통해 난이도를 조절하며 이 과정에서 발췌독 문제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②낯선 개념이 많이 등장하는 지문일수록 선지는 단순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는데, 이런 마음 덕(?)에 발췌독 문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③마지막으로, 발췌독 문제는 검토 과정에서 너무 쉽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지만 시험 전체의 난이도를 고려해 일부러 살려두기도 한다. (실제 출제 시에는 검토위원-전년도 5급 공채 합격생-들이 수차례 문제를 푼 뒤 정답률을 통계 내어 어렵고 쉬운 문제를 적절히 배치한다)

  셋째, 선지에 연도나 수치가 등장한다. 숫자는 지문 어디에 숨어있더라도 눈에 띈다. 따라서 선지에 숫자가 등장하는 경우, 지문에서 읽어야 할 부분을 찾기가 매우 쉬워진다. 대체로 국학(역사) 지문에서 이런 선지가 등장하는데, 선지 2~3개에만 연도가 들어가 있더라도, 문제의 난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연도나 수치가 선지에 담긴 경우, 속는 셈 치고 발췌독을 시도해볼 만하다.


3) 효율적으로 발췌독하는 법


  발췌독은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잡기술(꼼수)다. 꼼수는 꼼수일 뿐이라서, 통독보다 정확도가 높을 수는 없다. 우리는 약간의 정확도 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시간을 확실하게 벌어야 한다. 발췌독도 어버버 거리면 효과가 반감된다. 할 거라면 제대로 하자.

  효율적인 발췌독은 발췌독 가능 여부에 대한 빠른 판단에서 온다. '문두→선지→지문' 순으로 시선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판단을 마치도록 하자. 선지를 보고 발췌독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즉시 (헐레벌떡) 발췌독을 시작하면 되는데, 이때 '느낌'을 빨리 받으려면 그만큼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발췌독 가능한 문제의 특징을 숙지하고 있다가 선지를 보는 순간 특징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훈련의 전부다. 특징을 숙지하지 못했거나 판단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다면, 발췌독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이 느려지거나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수도 있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발췌독이 가능한 문제들이 더 빠르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우선 '문두→선지→지문' 순으로 시선을 이동하는 훈련부터 시작하자. 시선 처리 순서는 통독이든 발췌독이든 관계없이 지문이 있는 문제라면 항상 동일하다. 언어논리 문제의 대부분은 통독으로 풀어야 하기 때문에 지문을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자칫 선지를 확인하지 않고 '문두→지문→선지'순으로 시선을 처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통독으로 푼다고 해도 선지를 먼저 확인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선지에서 어떤 키워드와 내용을 언급했는지 훑으면 지문의 어느 부분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하는지 파악이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발췌독 여부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실제 기출문제를 토대로 발췌독 가능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다음으로는 '키워드'를 본문에서 빠르게 찾는 훈련을 해야 한다. 거창하게 훈련이라고 말했지만 별거 아니다. 지문의 중반부부터 발췌하는 것이다. 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글은 글의 중후반부에 정보가 몰려있으며 따라서 키워드도 첫 문단보다는 두 번째 문단부터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말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원래 도입부에서는 쓰잘데기 없는 말을 해서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3. 해보자 발췌독!


발췌독 문제 예시. 2021년 5급 언어논리에서 발견한 발췌독이 가능한 문제는 2개뿐이었다


1) 9번 문제

  두 문제 모두 2021년 5급 공채 언어논리(가형) 기출문제로, 발췌독하기 좋은 문제들이다. 9번 문제부터 살펴보자. 발췌독하기 좋은 문제의 특징 중 첫 번째(정보가 지문의 특정 부분에 뭉쳐있다)와 두 번째(선지에 눈에 띄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선지를 슬쩍 봐도 '묵종적 침묵/방어적 침묵/친사회적 침묵' 세 개의 키워드가 지문을 구성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데, 지문의 구성도 너무나 친절하게 두괄식으로 키워드를 언급하고 있다. 이 경우 선지 ①, ③은 두 번째 문단(묵종적 침묵), ②번은 세 번째 문단(방어적 침묵), ④번은 네 번째 문단(친사회적 침묵)을 발췌독 함으로써 판단할 수 있다. 뭐, ⑤번은 어디를 발췌해야 할지는 보이지 않지만 5지선다의 특성상 선지 4개만 판단하더라도 답은 찾을 수 있으니 상관없다.

  이와 같이 발췌독하는 경우, 9번 문제는 지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첫 번째 문단을 읽지 않고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최소 1분은 줄일 수 있으니, 0.5문제를 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예)


2) 31번 문제

  다음은 31번 문제를 보자. (2021년 언어논리가 어려웠다고 말하던데, 실제 발췌독 가능한 문제가 적긴 적다) 이 문제는 지문의 난도가 높아 ㄱ, ㄴ, ㄷ 선택형 문제로 출제한 듯한데, 이 경우 사실상 선지가 세 개로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개이득) 이 문제 역시 발췌독하기 좋은 문제의 첫 번째(정보 집중), 두 번째(선지 키워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충 <보기>를 살펴보니, 아세틸콜린과 교감/부교감 신경이 키워드로 보인다. (보통 이렇게-교감/부교감처럼-짝을 이루는 키워드가 등장할 경우 서로 특성이 대비되어 발췌독하기가 더욱 편리해진다) 키워드를 지표 삼아 지문을 훑어보면, <보기>의 표현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문장이 보인다. 두 번째 문단의 밑줄 친 문장들이다. 두 번째 문단을 발췌함으로써 대충 교감/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는 경우 절전/절후 뉴런에서 뭐가 분비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찾아야 하는 부분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대한 내용이다. 세 번째 문단 중간에서 이러한 내용이 등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라식했더니 더 잘 찾아지는 느낌이다) <보기>에서 등장하는 돌림근/부챗살(소고기 부위인 줄..)도 한 문장에 모여있으니, ㄷ에 대해서도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다. (ㄷ은 그래도 조금 복잡한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수하기 쉽다. 아래 파란색 글자와 같이 관계를 적어서 판단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나는 실제로 저렇게 적어서 판단했다)

  이렇게 발췌독하면, 31번 문제 역시 지문 첫 문단과 두 번째 문단의 일부(전체 분량의 1/3에 해당)를 읽지 않고도 풀어낼 수 있다. 참으로 유용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9번, 31번 두 문제에서만 시간을 절약해도 대략 1문제를 추가로 풀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생긴다.


4. 발췌독 훈련은 언제 어떻게 하나?


  그럼 대체 발췌독 훈련은 언제 할까? 발췌독 훈련은 따로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언어논리 기출문제를 풀면 된다. 발췌독 훈련은 '발췌독하기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부터 시작이므로 기출문제를 풀면서 통독 훈련과 함께 하는 것이다. 언제든 발췌독 여부를 판단하고, 판단이 섰을 때는 주저 없이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발췌독 실력이 점차 늘게 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문제에서 발췌독은 통독에 비해 비효율적이다. 발췌하려고 시도하는 시간에 차분히 지문을 읽는 편이 낫다. 그렇지만 위와 같이 극히 일부 문제(40문제 중 2~4문제)에서는 발췌독이 분명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통독은 식칼, 발췌독은 감자칼이다. 언어논리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제를 과일과 채소라고 한다면, 감자칼이 더 유용한 경우는 얼마 없다. 그렇지만 감자를 깎아야 할 땐 (고구마도 떠올렸나? 미안한데 고구마는 껍질 깔 필요도 없이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로 30분 돌리면 꿀맛이다 ㅎ) 감자칼 만한 게 없다. 적재적소에서 발췌독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본래 발췌독을 포함, 명제 문제 등 나머지 언어논리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전하려 했으나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버렸다. 이 글의 맨 첫 부분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추석 무렵이었는데 국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10월이다. ㅠ

  그저께 국감을 마쳤는데, 목요일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해서 금요일 새벽 세시에 퇴근, 세 시간 반을 자고 다시 여섯 시 반에 일어나 8시에 출근한 뒤 금요일 23시까지 사무실에 있었다. (甲이 이틀 동안 일한 시간으로 알맞은 것을 고르면? ①27시간 ②29시간30분 ③31시간 ④33시간30분 ⑤35시간.. 정답은?) 대략 국감 열흘 전부터 주중 23시 퇴근은 물론이고 주말출근까지 했으니 정말.. 워라밸은 커녕 이대로 가다간 제 명에 못살고 비명횡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무원 일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른 뒤로 가기를 버튼을 누르고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말자)

  오늘도 난, 여러분들이 얼른 시험에 턱턱 붙어서 내 일을 좀 분담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ㅎㅎ 다음 글에서 언어논리의 못다 한 이야기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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