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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Oct 10. 2021

19. 언어논리 마지막 이야기

[각론] 언어논리 훈련법 네 번째, 남은 2%의 문제들

  연재 계획이 조금 달라졌다. 현재 브런치 운영팀에서 완성된 글을 대상으로 출판사와 연계해주는 공모를 진행 중이라, 기한 내로 각론을 완성해서 공모에 제출하려 한다. 자료해석과 상황판단 이야기까지 하려면 못해도 6~8편의 글을 더 써야 하는데 국정감사 후속조치로 정신없고, 체력도 고갈된 상태지만 지금이 아니면 연재가 하염없이 늘어질 것 같아 죽었다생각하고 쓸 계획이다. (혹시 갑자기 연재 중단되면 누가 119에 신고좀..) 


사실 이 글은 이미 늘어질 대로 늘어진 채 연재를 시작한 것이다. 본래 2018~2019년 과외돌이로 활동할 당시 수업 내용을 반드시 글로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시 수업을 들은 분들이 현직 사무관이 될 때쯤에서야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보다 게으를 수는 없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서기관 승진할 때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ㅎ


  그래서 요즘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달리고 있다.(Gazuaarr) 낮엔 아메리카노, 해가 진 후엔 맥주를 연료 삼아 동네 카페에서 줄곧 노트북 앞에 붙어 있다. 연료를 제때 제때 공급해서 빠른 연재로 글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1. 언어논리의 남은 2% 


  언어논리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를 약 98% 정도 했다. 사실 앞서 말한 훈련법만으로도 언어논리에서 90점을 맞는데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에겐 남은 문제들이 있다. 전통적인 명제 문제와 반례를 찾는 문제들이 그것이다.

  솔직히 명제 문제는 등장하는 문제 수에 비해 언어논리에서의 비중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학원가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가는 수험생들을 보면, 유독 논리학 파트(명제 문제들은 대체로 철학의 세부 전공인 논리철학 교수님들이 출제한다)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어논리를 대비하는 대부분의 방식이 추상적인데 비해, 논리학 파트는 어렵기도 하고 외우거나 익혀야 하는 내용도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논리학 공식을 아무리 읽어봐도 시험장에서 실수 없이 적용할 것이라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논리명제 문제를 가만히 세어보니, 해마다 다르지만 40문제 중 대략 2~4문제 정도 등장하는데 그중 절반 정도는 그냥 때려잡듯 풀면 (비법이랄 것도 없고 그냥 문제에서 묻는 대로 판단하다 보면) 풀리고, 남은 절반(1~2문제) 정도가 공식의 도움이 필요했다. 

  결론은 이 글에 논리명제 문제에 대한 설명은 없다. 명제 문제는 논리학 공식대로 푸는 것이 정석이나, 첫째로 나는 그것을 전할 정도로 논리학을 잘하지 못하고, 둘째로 그런 '공부법'을 가르치는 것이 이 글의 취지(이 글의 취지는 그런 '공부' 없이도 PSAT은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이다)도 아니며, 셋째로 공식을 익힐 정도로 논리명제 문제의 비중이 크지 않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설명할 내용은 클래식한 논리명제 문제(뭔가 보자마자 P→Q 쓰고 대우명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를 제외한 이도 저도 아닌, 소위 (상황판단 퀴즈처럼) '조건을 따져야 하는'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다. 이 문제들도 훈련을 거치면 허둥대지 않고 풀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2. 훈련법 : 조건을 따지는 문제, 효율적으로 반례를 찾자 


1) '조건을 따지는 문제'란 무엇인가?


  아래 예시의 13번, 14번, 34번 문제 모두 조건을 따지는 문제다. 이런 문제들의 문두는 '다음 글의 내용이 참일 때~~'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에서 조건을 잔뜩 주고, 해당 조건에 맞는 경우를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문두를 이와 같이 구성하는 것이다.  


'조건을 따지는 문제'의 예시 (13, 14, 34). 33번은 편집하기 번거로워 남겨두었을 뿐 통독으로 풀면 된다.


  13, 34번보다 우선 14번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내 경험상 조건을 따지는 문제는 표를 그려 해결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실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인데, 14번처럼 표를 3차원으로 그려야 하는 경우 (조건을 따질 때 변수가 되는 정보가 '엄마, 아이, 요일'로 3개면 X, Y축 외에 Z축이 필요하므로 표가 시험지 위로 튀어나와야 한다. 홀로그램처럼..) 도망가는 편이 좋다. 오히려 출제자가 바보(?) 같다고 볼 수 있는 게, 이렇게 대놓고 판단해야 하는 정보를 과다하게 주면 우리들 수험생 입장에선 튀기 좋아서 이득인데, 이걸 모르나 보다. 


(사실 나도 출제/검토 위원이지만, 이런 문제를 만들어오시는 교수님들께 "학생들 안 풀고 튈 거 같아요"라고 말씀드리면 힝.. 하고 눈물 글썽이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수님 귀여워) 그래서 나도 어지간해선 말씀 안 드린다)

 

 아무튼..! 14번, 물론 3차원으로 표 안 그려도 풀 수 있다. 나도 풀어봤다. 5분 넘게 걸렸다. 튀자. (미소)


2) 효율적으로 조건 따지기 


  문제에서 등장하는 조건 중 1~2개는 '경우의 수를 좁혀주기 위해 출제자가 거저 주는' 조건이다. 문제와 맞닥뜨리면 이것부터 찾아야 한다. 이런 조건들은 마치 클라이밍에서의 첫 번째 홀드(돌출부)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조건'을 찾아내자


  13번 문제와 34번 문제의 지문을 보자. 13번 문제에서는 첫 번째, 세 번째 조건이 거저 주는 조건이다. 두 조건 덕분에 D와 F의 경우가 확정된다. 다음으로 34번에서는 세 번째 조건이 거저 주는 조건인데 (정말 괴랄해서 과연 이걸 '거저 주는 조건'이라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지/미영이는 동시에 O(대상)이거나 동시에 X(대상이 아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보기(또는 선지)의 반례 찾기


  조건을 파악했다면 재빨리 표를 그리자. (표는 이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시험장에서 표를 정말 갈겨 그렸다 ^^) 앞서 파악한 조건에 따라 확정된 값들을 먼저 표에 채운 뒤, 각 보기 또는 선지에서 묻는 경우의 반례를 찾으면 된다. 

   

  13번의 경우, 아래와 같이 반례를 찾는다.

(ㄱ) → 요가 교실 신청자를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경우를 찾는다

(ㄴ) → G와 B둘다 신청하지 않은 경우로 설정한 뒤 나머지 인원들의 신청 여부를 판단한다

(ㄷ) → A가 신청하지 않은 경우를 설정한 뒤 나머지 인원들의 신청 여부를 판단한다   


  34번의 경우, 조건은 까다롭게 주어진 편이지만 각 <보기>에서 '~라면'이라고 상황을 명확히 제시해주고 있어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ㄱ) → 수지가 대상이 아닌 경우(X)로 설정하고 나머지 경우를 판단하여 반례를 찾는다.

(ㄴ) → 가은이 대상인 경우(O)로 설정하고 나머지 경우를 판단하여 반례를 찾는다.

(ㄷ) → 양미가 대상인 경우(O)로 설정하고 나머지 경우를 판단하여 반례를 찾는다.   



3. 훈련을 별도로 해야 하나?


  위 문제 유형에 대한 훈련은 언어논리 기출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애초에 출제 비중이 많지 않아서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 다만, 문제를 풀면서 ①힌트가 되는 조건을 빠르게 찾고, 이를 바탕으로 ②반례를 찾아내는 것을 의식하자. 의식적으로 풀다 보면 같은 난도의 문제여도 10초~15초 빠르게 해결할 수 있고, 이는 자신감 향상으로, 언어논리의 점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로써 언어논리 훈련법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모든 유형과 난도의 문제에 대해 풀이법을 제공하던 일반적인 학원 강의와 달리, 어려운 문제는 튀라고 말하며 설명조차 하지 않은 데 대해 누군가는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내 글의 목적은 모든 문제를 해설하는 게 아니며 오히려 모든 문제를 해설해온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는 데 있다. PSAT은 우리가 여태까지 치렀던 모든 시험과 달리, 100점이 목표가 아니며 100점을 목표로 해서도 안 되는 시험이다. 버려야 할 문제를 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점수가 오른다. 버려야 할 문제는 설명할 가치도 설명을 들을 가치도 없다. 모든 문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으면 오히려 어떤 문제를 버리고 걸러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기준으로 버려야 하는지(선구안) 그뿐이다. 

  추후 각론을 끝낸 뒤 기출문제를 순차로 해설할 때, 버려야 할 문제에 대해서도 왜 버려야 하는지 언급하면서 나의 선구안(내 기준이 정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내게 어려운 문제가 누군가에겐 쉬울 수 있다)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다음 글에서는 자료해석 훈련법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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