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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Nov 15. 2021

20. 이제 계산 대신 해석을 해봅시다

[각론] 자료해석 첫 번째 이야기

  분명 거창한 연재 계획을 공표했던 것 같은데, 예상을 뛰어넘는 업무량으로 전혀 작업을 하지 못했다. 아직도 일은 많지만, 다시 기운 내서 자료해석 연재를 이어가려 한다. 기다려준 모든 수험생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




"공무원은 새 업무를 첫날 50%, 둘째 날 90%, 셋째 날 99% 숙지해야 해요"


  과장님께서 과에 새로 온 주무관님께 과 회의 중 당부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에 과원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지만, 실제 중앙부처 공무원은 보직변경이 잦고 업무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특정 업무의 담당자가 오직 나뿐인 경우가 많다) 새 업무를 빨리 숙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과를 옮긴 이튿날 회의를 주재해야 했다. 민간 사업자들을 여럿 불러 진행하는 회의였기에 하루 만에 관련 내용을 숙지해야만 했다.)

 업무 파악이란 내가 담당하는 사업의 내용과 예산규모, 히스토리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각종 실태조사 결과와 법 개정 현황을 숙지하고, 민원이 발생하는 분야와 당장 처리해야 하는 현안을 이해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업무 파악을 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데이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능력을 평가하는 과목이 바로 자료해석이다.   


1. 자료해석, 거대한 야바위판


  자료해석은 점수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과목이다. 누군가에겐 쉽고, 누군가에겐 무척 어려운 과목이기도 하다. 자료해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수학 울렁증을 갖고 있다. 대다수는 수리적 센스와 자료해석 실력과의 상관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사실 자료해석을 푸는 데는 수리적 센스가 크게 필요 없다. 제 아무리 수리적 센스가 없다고 해도 사칙연산만 곧잘 할 줄 알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근의 공식을 못 외워도 자료해석은 잘할 수 있다) 수학 실력과 자료해석 실력을 연관 짓는 것은 수학을 못하니까 업무 파악도 느릴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 공무원을 다 이과 출신으로만 뽑았겠지) 그렇기에 수학을 못하니까 자료해석도 점수가 안 나올 것이라는 걱정은 내려놓자. 수리적 센스가 부족한 사람들이 자료해석을 잘 못 보는 이유는 사실 자신감 상실 때문이다. PSAT은 삐끗하는 순간 틀리는 시험이라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작은 충격에도 크게 점수를 잃을 수 있다.


자료해석은 일종의 야바위다. 속지 말자.


  자료해석은 '복잡한 수치 데이터(대체로 통계자료인 경우가 많다)에 내재된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느냐'가 핵심이다. 그렇기에 수리적 센스보다는 집중력과 예민함이 필요하다. 마치 야바위 판에서 동전이 담긴 컵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것과 비슷하다.

  자료해석이라는 야바위판에서 미소 짓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파악해야 한다. 아직도 고시생 때 같이 공부하던 형의 책상에 붙어있던 '자료해석 문제 유형표'가 기억난다. 유명 강사가 만든 자료였는데, 문제 유형을 스무 가지 이상으로 나눈 복잡한 관계도였다. 보자마자 어이없음을 넘어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대체 이토록 세분화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결국 그 형은 끝끝내 PSAT을 정복하지 못했고, 공무원이 되는 꿈은 접었지만 지금은 다행히 금융공기업에 취업해 잘 지내고 있다. (오히려 좋아)


2. 자료해석 문제 유형 : 겨우 3가지


  앞서 총론에서 열변을 토했던 것처럼, 자료해석을 포함한 PSAT의 문제 유형은 그렇게 복잡하게 나뉘지 않는다. 특히 자료해석은 언어논리/상황판단에 비해 문제의 외양만 다채로울 뿐 실제 유형은 더욱 단순하다. 자료해석의 문제 유형을 풀이법에 따라 구분하면 아래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한다면 20가지로 나눠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험장에서 "이건 17번째 유형이네!"라고 외쳐봐야 도움 될 건 하나도 없다. 누차 말하지만 가르치기 위한 유형 구분은 필요 없다. 우리에겐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유형 구분이 필요하다)


①눈대중

②어림산(또는 암산)

③계산


  자료해석의 문제 구성을 이렇게 나누는 경우는 아마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푸는 사람의 입장에서 유형 구분해준 사람이 여태 없었기 때문이다. 언어논리, 상황판단의 경우 상대적으로 문제 유형 분석이 잘 되어있는 데 비해, 자료해석은 풀이법에 따른 유형 분석도 거의 안되어있거니와 공부 방법도 계산 연습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하나씩 설명해보겠다. 먼저 '눈대중 문제'는 말 그대로 두 눈만 멀쩡히 뜨고 있으면 풀 수 있는, 일종의 '틀린 그림 찾기'와 같은 문제를 의미한다. 계산이 필요 없는 것은 당연하고, 암산이나 어림산조차 필요하지 않은 문제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문제가 과연 있나 싶겠지만 생각보다 많다)  <보기>나 <선지>에서 <표>에 제시된 정보를 바르게 기술하고 있는지, 혹은 <표>의 정보가 <그래프>로 잘 변환되었는지 비교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때론 보고서(지문)를 먼저 제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자료(<표>)를 보기에서 골라야 하는 문제도 있는데, 문제 외형이 어떻든 간에 결국은 틀린 그림 찾기(과장 좀 보태자면 시력 테스트)라는 점은 동일하다.

  다음으로 '어림산(또는 암산) 문제'란, 얼핏 보면 계산 문제로 착각하기 쉬우나 정확한 숫자 계산 없이 근사치만 계산하거나 혹은 대충 n배 곱해보는 것 만으로 정답 여부를 알 수 있는 문제를 의미한다. 학원 모의고사(입법고시 자료해석을 포함)에서 가장 흉내내기 어려워하는 유형으로, 출제 과정에서 세심하게 다듬지 않으면 단순 계산문제로 전락해버리기 십상이다. 과목명(자료해석)의 유래이기도 하니 자료해석 내에서 어림산 문제의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중요성만큼 출제빈도도 높아서 계산문제나 눈대중 문제보다 많이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자료해석 고득점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림산(암산) 문제를 계산 문제로 착각하지 않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계산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풀이 시간이 현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계산 문제란, 손으로 시험지에 숫자 값을 써가며 계산하지 않는 한 답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한 문제 내의 <보기>(ㄱ,ㄴ,ㄷ,ㄹ) 중 1개~2개에서 계산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간혹 선지(①~⑤) 전체가 숫자 값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계산이 필요하다. 다행히 계산문제들의 난이도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높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을 쏟으면 반드시 답이 도출된다는 점에서 눈대중/어림산 문제보다 함정에 빠질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자료해석에서 풀지 말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 또한 대체로 계산 문제 유형으로 등장하는데, 출제위원 입장에서는 문제에 계산 과정을 삽입하는 것이 풀이 시간(PSAT에서는 풀이 시간의 증가가 곧 난도 증가를 의미한다)을 늘리기 가장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험생 대부분은 (그리고 학원가에서는) 이 '풀지 말아야 할' 계산 문제들을 보며 계산 연습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자료해석 문제 유형은 이처럼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수험생들은 마지막 유형인 '계산 문제'의 비중을  부풀려 생각할 뿐만 아니라, 계산 문제에서만큼은 연습을 통한 실력 개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미안하지만(?) 다른 유형에서도 충분히 훈련을 통해 실력 개선이 가능하며, 오히려 계산 문제는 풀지 말아야 할 문제가 일부 섞여 있다는 점에서 너무 집착하지 않는 편이 좋다.  

  계산 연습에 매진하다 보면 눈대중/어림산 문제까지 계산해서 풀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사실 계산 연습을 해야 할 정도로 계산 문제가 많이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특정 선지/보기에서 복잡한 계산을 요한다 할지라도 그 선지/보기를 제외한 나머지를 먼저 판단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고, 만일 문제 전반에서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풀지 않으면 그만이다. (명심하자. 우리의 목표는 합격하는 것이지 100점 맞는 것이 아니다.)  

  즉 계산 연습은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고 굳이 따지자면 자신감 향상 효과가 있을 뿐이다. 계산 문제에 지나치게 편향되어있었던 우리에겐 눈대중/어림산 문제를 잘 풀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맹목적으로 계산 연습에 몰두했던 수험생들은 내 말을 쉽게 믿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문제는 풀어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요즘 PSAT 기출문제에서는 계산 문제가 얼마나 출제되었을까? 위 3가지 문제 유형에 따라 최신 기출문제를 분석해보자.


2021년 5급공채 PSAT 자료해석(가형) 분석표


  학원가와 너무 다른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 할 것 같아 올해 기출문제를 분석해보았다. (이 분석표 하나 만든다고 문제 푸는 시간을 포함해 반나절을 카페에서 시험지와 씨름했다. 고시생 때도 주말엔 쉬었는데 ㅎ..) 문제 유형은 위에 언급한 3가지로 나누었다. 이중 '고난도 문제'란 풀지 말아야 할 문제를 고상하게 표현한 것이고 실제로는 안푸는 것이 더 이득인 문제들이다. 고난도 문제를 제외하면 우리가 실제 풀어야 하는 문제는 35문제로   계산 문제는 7(20%) 불과했다결국 자료해석 문제  80% 손으로 직접 계산하지 않더라도 눈대중이나 어림산으로 정답 도출이 가능했다. 풀이과정에 계산이 조금만 섞여있어도 계산 문제로 분류했으니, 이것도 후하게 쳐서 20%인 것이다. 고난도 문제까지 다 포함한다 해도 30% 일뿐이다. 여태까지 자료해석=계산이라고 인식했던 것은, 눈대중으로   있는 문제나 어림산 수준으로 해결할  있는 문제들까지도 무의식적으로 계산해서 풀면서 생긴 착각에 불과하다.    


  자료해석 훈련법은 세 가지 문제 유형별 풀이법(①눈대중, ②어림산, ③계산)과 ④문제 유형과 무관히 항상 적용해야 하는 기본기를 익히는 훈련으로 이루어진다.    

  설명에 앞서  가지 유의할 점을 짚고 넘어가자면, 문제 유형을 3가지로 나눈 것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나눠진다는 것이지, 문제를 풀기에 앞서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여 그에 해당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즉 시험장에선 방금 언급한 세 가지 유형별 풀이법과 기본기 훈련을 하나로 합쳐, 오직 한 가지 전략, 빠르고 정확하게 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풀이에 임하면 그만이다. 문제의 유형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므로 그때 적절히 대처하면 된다.

  설명의 편의상 자료해석 문제풀이의 근간이 되는 ④를 먼저 설명한 뒤 문제 유형별 훈련법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다음 글로 넘어가기에 앞서, 2021년 5급공채 자료해석 문제(40문제)를 풀고 올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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