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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Oct 09. 2021

18. 왜 읽었는데도 독해가 안될까?

[각론] 언어논리 훈련법 세 번째 : 독해력 훈련

  문득 정신 차려보니 벌써 10월이다. 요 며칠 날이 이상하게 덥고 습해서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어느덧 옷장 속 외투를 꺼낼 계절이 되었다. 고시생 시절에는 겨울이 유독 춥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 나와 밤늦게 귀가하다 보니, 해가 짧은 계절의 가장 추운 시간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 계절이 되면 슬슬 PSAT을 준비해야 한다. 이 무렵에는 스터디가 꾸려지고, 학원 강의를 듣는 사람도 늘어나고, 도서관에서도 PSAT을 푸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매년 이맘때 관찰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PSAT 때문에 고민하는 수험생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나도 다시 고삐를 조여 본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몇 수험생들이 문두, 지문, 선지, 보기 등의 용어를 낯설게 느끼는 것 같아 용어를 안내한다. 특히 생소한 용어는 '문두'일 텐데, 출제위원들은 보통 문제 전체를 가리키는 '문제'라는 단어와 구분하기 위해 '문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나도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문두라고 표현하겠다.

 


  1. 독해력의 중요성


  언어논리 문제 중 8할은 3~5개의 문단으로 구성된 지문이 붙어있다. 통독이니 발췌독이니 해도, 결국은 독해력이 점수를 좌우하는데, 독해력은 수능 때부터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다. 개선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요령'을 부리기 어려운 영역이라 그렇다. 계산, 퀴즈 등 대부분의 문제들은 어느 정도 요령을 부릴 여지가 존재하는데, '독해력'의 차이란 같은 글을 읽고도 이해하는 수준이 다른 것이다 보니 잘하는 사람 입장에서 잘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기도, 이렇다 할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독해력은 언어논리 점수의 근간을 이루는 능력이므로, 선택의 여지없이 반드시 갖춰야 한다. 수능은 문학 지문이 있으니 독해력이 부족하더라도 암기로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애석하게도 PSAT 언어논리는 그럴 여지가 없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 싫어했고, 글만 보면 울렁거리고, 시험장에만 들어서면 지문이 종이와 잉크로 분리되어 보이던 모든 사람들, 더 이상 피할 곳은 없다. 이제는 독해력 훈련을 해야 한다.   

   

2. 독해력 훈련 : 하루 10개 지문이라도 매일 꾸준히


  독해력 훈련은 문단/지문 요약, 시간 체크(지문 침착하게 읽기)가 핵심이다. 노파심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독해력 훈련 시 지문을 낱낱이 분석할 수밖에 없으니, PSAT 기출문제 대신 PSAT 모의고사, 또는 LEET, 수능 등의 타 시험 지문을 활용하도록 하자. 한 가지 더, 독해력 훈련은 내가 전하는 훈련법 중 가장 지루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훈련이다. 지루하다고 포기하지 말고 하루에 10개 지문만, 딱 100일간 훈련해보자. 이제 독해력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 소개하겠다.

  

 1) 문단별 요약과 지문 전체 요약하기

   

  한글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같은 글을 읽어도 친구는 곧잘 이해하는데 나는 핵심을 간파하지 못하고 윗 문단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야 할까? 독해를 잘 못하는 원인은 까막눈이거나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난독증이거나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PSAT 시험장에서 우리가 독해를 못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①ㄹㅇ 독해력이 부족하거나, ②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저 눈물만 흘러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인은 지옥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데, 독해력이 부족할수록 긴장을 더 하게 되고 긴장을 더 할수록 지문이 더 안 읽히는 '긴장의 뫼비우스 띠'(내 맘대로 이름 붙여봤다)에 갇힐 위험이 있다. 실제로 시험장에서 활자가 하나하나 분리되는 경험을 하면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한 수험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건 우황청심원을 먹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오히려 나른~~ 해지는 부작용 탓에 시험을 망쳤다는 수험생들이 많더라)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한 번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오만 생각이 들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다행히 근본적 원인은 하나다. 그냥 독해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 변명이다. 원래 글 읽으면 쏙쏙 이해되는데 멘탈이 약해서 시험장만 가면 글이 안 읽힌다고? 글쎄.. 내가 보기엔 독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독해 실력을 높이면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버릴 수 있다.

  그럼 우리가 높여야 한다는 그 '독해력'이란 과연 뭘까? 독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독해 : 글을 읽어서 뜻을 이해함
2. 독해력 : 글을 읽어서 뜻을 이해하는 능력

  글을 읽어서 뜻을 이해하는 것이 독해고,  능력을 독해력이라 한다. 결국 독해란 글의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훈련 또한 '글의 핵심을 간파하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이건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마냥 많은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훈련이 될까? 그건 리스닝 실력을 높이겠다고 TV CNN 틀어놓고 정신 승리하는 (내가 즐겨하는) 행동이다. 단기간에 독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어 듣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딕테이션(받아쓰기) 했던 학창 시절처럼, 특별한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은 매우 단순하다. 제목에도 적어두었지만 글을 문단별로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지문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때, 무조건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 아무리 긴 문단이라도, (최근 언어논리는 점점 한 문단의 분량이 길어지는 추세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훈련을 하자. 한 문장으로 줄여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우리로 하여금 문단의 키워드와 문단의 핵심 정보를 찾는 노력을 하게 만든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 한 가지, '요약'과 '제목 붙이기'를 혼동해선 안 된다. '글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요약문 만으로도 핵심을 전달할 수 있어야' 잘 된 요약이다. 반면 제목은 '글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기능을 할 뿐이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의 제목은 말 그대로 라이언킹이지만, 이 영화를 요약한다면 '아기사자 심바가 아빠 무파사의 죽음에 몰아넣은 삼촌 스카를 물리치고 밀림의 평화를 되찾는 내용' 정도가 될 것인데, 우리는 후자와 같이 문단을 요약해야 한다. (혹시 안 본 사람 있다면 스포 ㅈㅅ)    

  문단마다 제목을 붙이는 순간 훈련의 효과는 제로가 된다. 몇몇 수험생들에게 시켜본 결과, 귀찮음으로 인해 요약하지 않고 제목을 붙여버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펜으로 요약문 하나하나 써 내려가는 것이 무척 귀찮겠지만 투자하는 시간 대비 효과가 클 것이니 쉬는 기분으로(미쳤나 휴먼?) 훈련하자.


  이제 예시를 통해 요약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바람직한 요약 예시와 잘못된 예시(제목 붙이기)를 알아보자. 발췌독을 소개할 때 활용했던 2021년 5급 PSAT 언어논리(가형) 9번 문제를 다시 활용했다.

(좌) 요약, (우) 제목 붙이기 // 우리는 요약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하는 훈련은 좌측의 요약이지 우측의 제목 붙이기가 아님을 명심하자. 하루에 단 10개 지문만이라도 좌측과 같이 각 문단과 지문 전체를 요약하자. (10문제가 적게 느껴진다면 더 많이 훈련해도 좋다. 다만 다른 공부도 해야 하니 적당히.. 너무 많이 하면 지쳐서 오래 못할 수 있다. 하루에 많이 하는 것보다 리스닝 공부처럼 꾸준히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요약의 목표는 지문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지문을 읽지 않고도 지문 전체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결국 공무원의 보고서 작업도 요약이 핵심이다. 일 년간 수행했던 간담회, 연구 용역, 지원 사업의 결과를 한 페이지로 잘 요약해야 상급자가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더라도 '마치 직접 했던 것처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장님이 한 페이지만 읽고도 '마치 다 아는 것처럼' 국장님께 보고드릴 수 있어야, 국장님도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장관님께 보고할 수 있고, 그래야 직장 내 평화가.. 읍읍..) 줄이는 것이다. 요약할 때 지문 속 키워드는 되도록 살리자.  


 2) 역접 (그러나, 하지만, 한편, 다만 등) 체크하기


  키워드 외에도, 지문을 읽을 때 체크해두면 문제를 풀 때 도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그러나, 하지만, 한편,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의 역접 접속사다.

역접(逆接) : 문장 또는 구의 접속 방법으로, 앞의 글에서 서술한 사실과 서로 반대되는 사태이거나 그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사태가 뒤의 글에서 성립함을 나타내는 일. ‘그는 대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소년처럼 행동한다.’의 ‘그러나’ 따위로 이어지는 접속 방법이다.

지문을 읽을 때 역접이 등장하면 표시(나는 세모 표시를 했다) 해두자. 글의 어느 부분에서 반전이 일어나는지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선지를 판단할 때 도움이 된다. (바다 위에 또 하나의 부표를 띄우는 셈이다)       


 3) 지문 읽는 시간 체크하기 : 급할수록 돌아가자


  PSAT은 속도가 생명이다. 그러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은 빠른 풀이는 핸들을 잡지 않고 액셀을 밟는 차와 같아서, 더 큰 위험해질 뿐이다. '지문을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이들은 지문을 너무 급하게 읽어 정확성을 잃는 경향이 있다. (밥을 급히 먹다가 체하는 것과 비슷하다) 언어논리는 자료해석/상황판단과 달리 지문만 온전히 이해하면 선지 파악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지문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

  부지런히 읽는 것과 허둥지둥 읽는 건 다르다. 전자는 지문을 소화하면서 읽는 것이나 후자는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 선지에 내려왔다가 다시 지문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되새김질식 읽기'이다. 물론 개인마다 글을 읽는 속도가 다르고, 지문 길이도 문제마다 천차만별이라 정확히 몇 초를 할애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보통 지문을 60초~80초 사이에 읽었다) 다만 한 문제를 평균 2분 내에 해결해야 함을 고려하면, 지문을 읽는 데 90초를 넘겨서는 곤란할 것이다. 

  지문을 급하게 읽고 있는지 여부는 시간을 체크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한 문제를 풀 때 걸리는 시간과 지문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체크해보자. 문제를 푸는 시간 중 지문에 할애하는 시간이 50% 미만이라면 지문을 다소 급하게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문을 급히 읽는 건 악습관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기분으로 시간을 조금 더 사용해보자. 생각 외로 문제를 푸는 시간이 늘지 않고, 정확도는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구절절 말이 많았는데, 문제를 풀 때 지문을 급하게 읽고 선지에서 오래 고민을 하는 것보다는 지문을 읽는 데 시간을 충분히 쓰고 선지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3. 독해력 훈련 종합 : 요약 훈련, 역접 표시, 시간 체크


  위 안내한 세 가지 포인트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① 문단/지문에 대한 요약 훈련을 하자. (꼭!)

 ② 역접에 표시하여, 전후로 중요한 정보(혹은 앞 문장의 내용과 반대되는)가 있음을 체크하자.

   - 아참, 중요 문장 / 키워드는 밑줄을 긋든 동그라미를 치든 당연히 표시해야 한다

 ③ 지문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록하자.  

  - 아래 예시에서는 지문을 절반 읽었을 때의 시간도 기록해두었다

독해력 훈련을 하고 나면, 문단마다 요약이 되어 있어야 하고, 역접/키워드/핵심 문장이 체크되어 있어야 하며, 시간도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①의 경우 문제를 풀지 않아도 가능한 훈련이나, ②~③은 문제를 풀 때 할 수 있는 훈련이니, 사실상 문제를 풀면서 ②~③의 훈련을 하고, ①번은 문제를 다 푼 이후에 오답 정리하는 기분으로 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앞서 모의고사 등 기출문제 외의 문제들은 풀지 말 것을 권해놓고, 왜 독해력 훈련에서는 그런 문제들을 풀라고 말하냐고? 문제를 풀라는 게 아니다. 지문을 요약함으로써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지. 지문만 읽고 문제는 안 풀어도(선지 판단은 안 해도) 된다.

    




  독해력은 '막연하게 나아지겠거니' 하고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 또한 확실히 훈련해야 나아질 수 있고, 언젠가 되겠지 하다가는 합격의 골든타임 (개인적으로는 행정고시 기준, 3년 내에 붙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오래 공부해봐야 내 청춘과 돈이 아까울 뿐이다. 물론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합격 1년 늦었더라도 2년 더 살면 이기는 거라고 말씀하시긴 했다. 올해로 구순이시니 직접 실천하고 계시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한 통독/발췌독 등 풀이 방식은 모든 수험생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임에 비해, 독해력 훈련은 언어논리가 자신의 PSAT 평균점수를 깎아먹는 사람들에게만 권하는 방식이다.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가 꽤나 지루하겠지만, 부디 꾸준히 훈련해서 소기의 성과를 얻길 바란다.   

 

  다음 글에서 언어논리 각론의 (진짜) 마지막 이야기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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