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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un 30. 2021

9. PSAT 문제 풀이는 양보다 질

양치기로부터의 해방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양치기 그만하시라는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속 시원히 말하고 나니 혼자서 신이 났다. 얼른 대안을 알려주고 싶어 퇴근 후 (운동도 하고 밥도 먹고) 급히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번 글에선 PSAT을 대하는 기본자세, 모의고사로는 왜 훈련하면 안 되는지, 순간집중력 훈련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등을 언급할 예정이므로 집중하자. 이 글만 잘 읽어도 PSAT 공부에 쏟아붓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들고, 과장을 좀 보태자면 합격이 1년 빨라질 수도 있다. (한 문제 차이로 수험기간이 1년 연장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거짓말 같은 현실이다)

 

  했던 얘기지만 한 번만 더 반복해보자. PSAT 문제는 풀어야 할 문제와 풀지 말아야 할 문제로 나뉜다. 풀 문제는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도출해 내는 것'이 유일의 목표고, 풀지 말아야 할 문제는 '빠르게 넘기고 잘 찍는 것'이 목표이다. 우리가 오늘 배울 집중력 훈련은 풀 문제와 풀지 말아야 할 문제를 구분하는 '선구안'과 문제를 정확하게 푸는 '순간집중력' 모두를 기르는 훈련법이다.  

  본격적인 훈련법 설명에 앞서, 선구안이라는 용어(야구 용어다. 야구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던데)를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아 부연하고 넘어가려 한다. 선구안이란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 가운데 볼과 스트라이크를 가려내는 타자의 능력'을 뜻한다. (가릴 선, 공 구, 눈 안)

  야구에서는 투수가 던진 공 중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은 Strike, 그 밖으로 벗어난 모든 공은 Ball이라고 부른다. 배트를 휘두르지 않은 채 Strike가 3개 쌓이면 타자는 삼진 아웃을 당하게 되고, Ball이 4개 쌓이면(볼넷, Four Ball) 타자는 1루로 출루하게 된다.

  즉 야구란, 투수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공을 던져 타자를 아웃시키려 노력하고, 타자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들거나 존을 벗어나는 나쁜 공(Ball)을 치지 않음으로써 출루하고자 노력하는 스포츠다.   

  타자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출루율'이 자주 활용되는데, 타자가 타석에서 얼마나 살아 나갔는지에 대한 비율로(실제 산식은 훨씬 복잡하지만), 편의상 (안타 + 볼넷 출루) / 전체 타석 수로 이해하면 된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는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데(미국 메이저리거들은 연봉이 300억을 넘는 경우도 있다. 조선 건국 때부터 지금까지 약 600년간 사무관으로 일하면 벌 수 있는 액수), 설명하자면 안타를 쳐서 나가든 나쁜 공을 골라내 볼넷으로 나가든 상관없이 출루에 성공하는 비율이 높으면 훌륭한 타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출처: 중앙일보(https://news.joins.com/article/14913126)

  내가 선구안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풀어야 할 문제 = Strike, 넘겨야 할 문제 = Ball, 문제를 풀고자 시간을 쓰는 것 = 배트를 휘두르는 것으로 빗대었을 때 설명이 쉽기 때문이다. (야구 설명을 얼마나 길게 한 거야) 우리가 1차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타자가 1루로 출루하는 것과 같다. 야구에서는 1루 → 2루 → 3루를 차례로 밟은 뒤 홈에 돌아와야 득점으로 인정되는데, 공무원 시험 역시 1차 시험 → 2차 시험 → 3차 면접을 통과해야 최종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야구가 주는 교훈은, 꼭 안타를 치는 것(푼 문제를 많이 맞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론 볼넷을 얻어 출루하는 것(풀지 말아야 할 문제를 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투수가 던진 나쁜 공(Ball)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을 수 있다면, 배트를 휘두를 체력도 아끼고 출루할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참고로 공을 맞추지 못하고 헛스윙하면 스트라이크가 하나 쌓인다) PSAT도 마찬가지다. 풀지 말아야 할 문제(어렵거나 더럽거나)를 풀지 않고 걸러내는 선구안을 기른다면 시간을 절약하면서 정답률은 높일 수 있다.


  PSAT 집중력 훈련은 반드시 PSAT 기출문제(5급 공채, 5/7급 민경채, 7급 공채)를 활용해야 한다. 학원 모의고사로 훈련하면 안 되는 이유는 위의 한미일 스트라이크존 비교 그림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3국의 스트라이크 존이 다 다르게 규정되어있는 것처럼, 학원 모의고사는 실제 PSAT 기출문제와 '스트라이크 존'(문제를 버릴지 말지 판가름하는 기준선)이 다르다. 학원 모의고사의 문제 난이도는 실제 기출문제와 차이가 있고, 문제 완성도도 떨어지며(어렵다기보단 지저분하다), 기출문제를 변형해서 출제한다는 사실로 인해 학원마다 여기저기 비슷한 문제가 난무한다. 때문에 풀면 풀수록 '풀 문제와 풀지 않을 문제'를 가르는 선구안이 잘못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인사혁신처에서 출제하는 PSAT 기출문제를 풀어야 한다. 기출문제를 집중해서 풀다 보면 풀지 말아야 할 문제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선구안이 길러지는 것이다. (만약 여태 안보였다면 선구안을 기르기 위한 의식적인 훈련이 아닌, 푸는 양에만 집중하는 소위 양치기를 해서 그렇다) 또한 기출문제가 어떤 느낌으로 출제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고, 나중에 정말 능숙해지면 학원 모의고사를 풀면서 출제 경향에 벗어나는 엉터리 문제들을 골라낼 수 있게 된다. (이 경지에 다다르면 그때부터는 학원 모의고사를 풀어도 선구안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기출문제는 옛날 것부터 풀든, 최근 것부터 풀든 관계없다. 몇 년도 기출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험생들은 과거 기출문제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2005년 PSAT 기출문제라도 2021년 학원 모의고사보다 완성도가 높고, PSAT은 지난 16년간 출제경향이 크게 변하지 않은 시험이다.


  집중력 훈련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몇 문제를 풀든 시간을 정해두고 '절대 실수하지 않고 푼 문제는 다 맞춘다'는 심경으로 집중하는 것이 전부다. 정말 극한으로 집중하면, 옆 사람이 다리를 떨든 재채기를 하든 펜을 딸깍거리든 그 모든 소리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이케다 요시히로의 <뇌에 맡기는 공부법>에서는 이를 '플로(Flow) 상태'라고 표현하는데,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것에만 집중해 높은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플로 상태는 사실 우리 모두가 이미 아는 개념이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방금 무슨 음악이 재생되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플로 상태에 다다르면 오직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특별히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한다.* 야구선수가 컨디션이 좋을 때 "공이 수박만 하게 보여요"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플로 상태를 설명하는 좋은 예시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나는 PSAT 시험을 볼 때마다 '플로 상태'에 도달했다. 주변에서 어떤 소음이 들려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심지어 한 해는 시험장 근처에서 굴착 공사를 해서 소음이 극심한 적이 있었는데 겉으론 불평했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나는 집중할 수 있지만, 다른 수험생들은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릴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집중력은 훈련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는 PSAT을 위한 가장 큰 무기다. 집중하려 노력하면서 PSAT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도 내가 가진 집중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높은 차원의 집중력, 즉 플로 상태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자꾸 실수가 생긴다면, 여전히 주변 소음이 신경 쓰인다면 아직 플로 상태에 다다르지 못한 것이다. (소음이 신경 쓰이는 건 성격차이가 아니다. 집중력 차이일 뿐. "난 예민한 성격이라 소음에 민감해"와 같은 나약한 소리는 하지 말자. 미안하지만 성격 탓도 아니거니와, 정말 그렇게 예민하면 공직과는 맞지 않는다. 수많은 민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복잡한 절차는 언제 거치나 공직자가 되고 싶다면 더는 성격 탓으로 돌리지 말자.) 더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안 될 것 같은 그 순간을 넘어 더욱 집중하고자 노력하면 비로소 플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집중력 훈련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집중력 훈련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적은 문제 수로 시작해서 차차 문제수를 늘려갈 것 ②인사혁신처 PSAT 기출문제로 훈련할 것 ③문제당 2분의 시간을 지킬 것 ④절대 실수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눈앞의 문제에 최대한 집중할 것

  집중력 훈련은 순간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므로, 처음에는 한 호흡에 푸는 문제 수를 적게 잡는 게 좋다. (무거운 덤벨을 처음부터 많이 들 수는 없다) 자신의 PSAT 점수에 따라 몇 문제씩 끊어 풀지 결정하자. PSAT에 자신이 없다면 (ex : 60점대 이하) 1문제씩 끊어 푸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1문제를 2분 동안 풀자. 대신 실수는 절대 하면 안 된다. 주변 소리도 신경 쓰면 안 된다. (어떤 소리가 거슬린다면, 미안하지만 그 소리에겐 죄가 없다. 그 소리를 거슬려하는 나의 문제다.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자.) 오로지 2분 내로 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문제에 뛰어들자.

  조금 더 익숙해지면 한 호흡에 푸는 문제 수를 늘려보자. PSAT이 70점대 정도 나오는 (5급 공채 기출문제 기준) 수험생이라면 시작을 5문제 정도로 해도 좋다. 5문제를 10분간 푼다. 한 호흡에 푸는 문제의 개수가 몇 개든지 푸는 방식은 동일하다. 풀 문제와 풀지 않을 문제를 구분하고, 푼 문제는 무조건 다 맞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하고, 걸러낸 문제는 최대한 찍어서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 5개 풀고, 채점하고, 풀고, 채점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1과목 40문제 기준 8번 나눠 풀 수 있다. 추후에 더 익숙해지면 한 호흡에 10개, 한 호흡에 20문제로 늘려도 된다. 나는 고시생 시절 한 호흡에 20문제를 풀었고 하루에 과목당 20문제씩 총 60문제를 푸는 훈련을 반복했다. (문제 수를 더 늘리지 않은 이유는 한계효용이 0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풀어봐야 훈련이 되는 수준은 비슷한데, 체력과 시간 소모는 너무 컸다)

 

  이 방식은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세 과목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과목에 관계없이 5문제, 10문제, 20문제 정도로 (적은 문제수로 시작하자) 훈련을 거듭하면 반드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쯤되니 어디선가 수험생들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미 기출문제를 다 외워버렸는데, 이제 어떤 문제로 훈련하죠?"

  애석하게도, 이미 달달 외워버린 기출문제를 다시 낯설게 만들 방법은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수밖에. 행정고시와 민경채 PSAT 기출문제를  외워버렸다면 결국 학원 모의고사로 훈련해야 한다. 학원 모의고사 문제의 질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개중에 수준 높은 모의고사를 푸는 게 좋다. 학원 모의고사에도 수준 차가 존재한다. ①응시생 수가 많은 학원(강사) 문제가 좋고, ②같은 강사의 모의고사라도  연도의  회차 모의고사일 수록 그나마 문제의 질이 좋다

  우선 응시생 수가 많으면 문제 당 출제 수당(아르바이트비)이 높거나, 보다 많은 인원을 출제 및 검수 과정에 투입할 확률이 높다. 또한 모든 모의고사는 앞 회차부터 완성되는데, 대부분의 PSAT 강사와 학원이 겪는 고충은 후반부로 갈수록 모의고사에 넣을 문제가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후반부로 가면 출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좋은 문제를 구상해내기 어렵다) 또한 많은 수험생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앞 회차 문제의 퀄리티가 높아야 한다. (별로면 환불하잖아) 

  매년 모의고사 초반 1~3회 차에는 아껴둔 좋은 문제들이 수록되지만 후반부 모의고사는 쥐어짜서 완성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단적으로 A강사의 2021년 7회 차 모의고사를 푸느니 2015년 1회 차 모의고사를 푸는 게 낫다.

  

  그럼 입법고시 기출문제는 훈련용으로 적합할까? 입법고시 PSAT은 고난도이자 계산이 지저분한 시험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실제로 입법고시 PSAT은 얘네는 검수를 안 하나 싶을 정도로 구체적 계산을 요하는 등 행정고시 PSAT과 그 경향이 매우 달라 훈련 도구로서 실용성이 낮다. (아마 인사혁신처에 비해 국회 사무처 조직의 크기가 작다 보니, PSAT 문제 제작에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이 적은 듯하다) 그래도 언어논리 과목은 그나마 쓸 만하다.

  그래도 기출문제라 학원 모의고사보다는 나으니, 어려워서 점수가 잘 안 나오더라도 집중력 훈련 용도로 활용해 볼 법하다. 이건 순전히 나의 경험에 기반한 사견인데, 문제의 질은 PSAT 기출(5급, 민경채 등)>학원 모의고사(앞 회차) > 입법고시 기출> 대부분의 학원 모의고사 순이다.  


  틈틈이 글을 다듬다 보니 어느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너무 졸리지만, 자러 가기 전에 한 마디만 더 하고 가겠다. PSAT은 집중력 싸움이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철저히 훈련하자. 3개월만 훈련해도 크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제발 양치기 하지 말고, 집중력 훈련을 하자

 

  다음 글에서는 PSAT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금, 7급 공채 수험생들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 이케다 요시히로의 <뇌에 맡기는 공부법> 및 플로 상태에 대한 설명은 <직장인 공부법>(이형재, 21세기북스, 2019, p.124-125)에서 재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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