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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Jan 18. 2022

행정고시, 직렬은 현명하게 선택하자

중앙직? 지역직? 일행? 재경?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

  

2022년 5급 공채(행정고시) 일정, 예전보다는 총 시험기간이 단축됐다


  행시 원서 접수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쯤되면 초시생들은 어느 직렬에 응시할 지 결정해야 한다. 공부한지 N년차에 접어든 수험생들이야 이미 직렬을 정해서 달리고 있겠지만, 초시생이거나 지역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접수하는 순간까지도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나는 2013~2016년에는 재경직에 응시했고 2017년에는 일반행정직에 응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재경직에 응시하겠다는 괜한 고집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1년이라도 빨리 합격하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나의 경험을 토대로 행정고시 직렬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하나씩 이야기해보겠다.

  

1. 남들따라 직렬 선택하는 바보가 되지 말자


  거의 모든 고시생이 한 번쯤 고민한다. 어떤 직렬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단이 뚜렷해 단적으로 어느 직렬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나씩 짚어보고 나에게 맞는 직렬을 택하자.


1) 1차 시험 (PSAT 합격선)


  일반적으로 재경직에서의 PSAT 합격이 가장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최근 5개년 PSAT 합격선과 선발인원을 살펴보자. (공무원 스타일로 표를 만들어보았다 ^^ 사실 다른 스타일로 만들 줄 모름)



  서울직에 PSAT고수가 몰렸던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재경직 ≥ 타 직렬'의 공식이 성립했다. 따라서 PSAT에 정 자신이 없다면 재경직보다는 일반행정직을 비롯한 타 직렬을 택하는 게 좋겠다. 그러나 재경직과 타 직렬의 합격선이 같은 해도 많았고 근래 PSAT 합격선 자체가 70점대로 내려오면서 차이가 많이 줄었다. PSAT 때문에 연거푸 고배를 마신 것이 아니라면 2차 시험과목과 나의 궁합(?)도 반드시 고민해보아야 한다.


2) 2차 시험

  

  나는 재경직과 일행직 두 직렬을 경험해보았고, 타 직렬은 잘 모른다. 재경직과 일행직의 차이를 쉽게 말하면, 재경직은 경제(수학) 과목 비중이 높고 일행직은 논문 과목 비중이 높다. 나는 논문 과목을 좋아했고 적성에도 잘 맞았는데 (취미이자 특기) 초시생 때는 그 사실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수학에 특출난 인재는 아니었다는 점(고등학교 때 수학 모의고사는 90점대에 머물 뿐 100점은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과 전공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그건 일행직도 마찬가지지만) 굳이 재경직을 택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이 PSAT에 큰 어려움이 없고, 경제/통계학 전공인데 학점이 잘 나온다거나, 이공계 학생이라거나, 혹은 타 전공이라도 경제학 과목에 흥미가 있다면 재경직을 선택하면 잘 맞을 것이다. 혹자는 대학교 전공에 따라 유불리가 나뉜다고 하는데, 내 주변 사례를 보면 결국 전공보다는 적성이 합격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더라도 경제학이 내 성향에 맞지 않으면 재경직보다 일행직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나는 공부를 2년 정도 했을 때 논문 과목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던 수준이라 재미는 커녕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면서 책을 읽는 데 급급했다) 그런데 당시 나는 재경직을 준비하고 있었고 2차 과목은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재정학, 선택과목(통계학)] 이었다.

  그렇다보니 논문 과목은 행정학 하나에 불과했고, (※주의 : 행정법은 논문과목이라기보단 거대한 암기 과목에 가깝다) 경제학/재정학/통계학 세 과목이 수리적 센스가 필요한 과목이었다. (특히 통계학은 그냥 수학이다) 나의 적성과 흥미에 잘 맞지 않았음에도 재경에서 일행으로 직렬을 변경하는 것은 무언가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재경직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정말 유치(?)했다. 군복무 당시 행시에 관심을 갖게 된 나는, 이왕 하는 거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하도록 (닉값 제대로..;) 나 자신을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합격선이 제일 높다는 재경직에 응시하기로 결정했다. 옆에서 군대 동기들이 던진 "얌마, 이왕 할거면 제일 빡센거 해야지"라는 도발에 덜컥 넘어간 것도 있었다. (남자 유언 1위가 "야, 안 죽어"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실 직렬을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었음에도 한참을 재경직으로 응시했다. 2017년, 일행직으로 바꾼 계기도 역시 유치하긴 마찬가지다. 2016년 불합격한 뒤 친한 일행직 동생과 대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일행직은 재경보다 쉽잖아"라고 말했는데, 그 말에 발끈한 동생이 "그렇게 쉬우면 일행직으로 바꿔서 붙으면 되겠네" 라고 답했다. (싸운거 아님 화기애애했음)

  웃기지만 그 말에 고민을 시작했다. 한참을 생각해보니, 남들 모두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찾아 효율적으로 시험을 준비할 때 나 혼자만 아무도 시키지 않은 핸디캡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자존심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저 어리석은 아집에 불과했다. 

  일행직 2차 과목은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정치학, 선택과목(정보체계론)]이었고 이중 세 과목(행정학/정치학/정보체계론)이 논문 과목에 해당했다. 논문 과목은 답안을 쓰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에 행정학 공부를 통해 답안을 수없이 썼던 나는 정치학, 정보체계론을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직렬을 2017년 1월에 바꾸었음에도 같은 해 정치학 73점, 정보체계론 31점을 받았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나처럼 너무 단순하게 직렬을 선택하지말고 자신의 적성과 전공과 PSAT성적 등을 두루 고려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를 바란다. 3차 시험(면접)은 직렬 선택 시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 바로 부처선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3) 직렬별 지망 가능한 부처


  고시생 때는 미처 고려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사실은 제-일 중요한 영역이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재경직렬에서 어느 부처나 갈 수 있는 성적(소위 프리패스)으로 합격했는데, 자신이 희망하는 부처에 재경직은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좌절하기도 했다.

  부처선택은 언제 할까? 행시 합격 후, 연수원에 입소(통상 매년 5월)하여 17주간의 연수를 마친 후 직렬별 공지되는 '부처별 선발 정원'을 참고하여, 자신의 성적 + 눈치싸움을 통해 1~3지망을 결정한다. 대학입시 때 가, 나, 다군 원서를 제출하는 것과 똑같다. (간혹 1, 2, 3지망 모두 같은 부처를 쓰거나, 1지망만 쓰고 2~3지망은 비워두는 멋진 친구들이 있는데,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니 따라하지는 말자) 

  대부분의 부처는 [2차시험 성적 + 연수원 성적 + 부처별 면접성적]을 통해 원하는 인재를 뽑고, 한 번 결정된 부처는 특수한 경우(일대일 트레이드, 일방전입, 조직개편 등)를 제외하고는 바꾸기 어렵기에 사실상 부처 선택은 내 평생 직장을 결정하는 어마어마한 결정다.

  특정 직렬에 응시했을 때 어느 부처에 갈 수 있는지는 사실 매우 중요한 정보임에도 합격하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인사혁신처에서도 외부 공지없이 연수원생만을 대상으로 자료를 뿌리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알려질 일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교육행정(교육부), 사회복지(복지부), 교정직(법무부) 등 이미 갈 곳이 정해진 직렬이나 2~3개 부처밖에 선택하지 못하는 국제통상직 등은 제외하고 일반행정직과 재경직만 비교해보자.


① 일반행정직 지망 가능 부처


 일반행정직렬의 경우 가장 많은 종류의 부처가 열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처 대부분이 열린다고 보면 되는데, 안 열리는 부처가 있으니 유의하자. 일행직에서는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에 갈 수 없다. (T.O.가 없다)  

 통계청도 재경직에서만 열렸으나 최근 재경직 대신 일반행정직에서 2자리가 열리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연수원생 사이에서만 ㅋㅋ) 그렇지만 여태 관행을 벗어나는 일이었기에 통계청을 희망한다면 재경직 응시가 안전하다. 국세청은 일반행정직에서 일년에 2자리 정도 열리지만,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에 일행직에서는 한 자릿수 성적을 거두지 않으면 지원하기 어렵다.

  대신 일행직에만 열리는 부처(기술직 제외, 행정직 기준)도 많은데, 국방부, 국토부, 중기부, 문체부, 인혁처, 여가부, 통일부, 행안부 등 대부분의 중앙부처를 비롯하여 감사원(재경직에서도 조금 열린다), 선거관리위원회(아예 안 뽑는 해도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은 일반행정 직렬에서만 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열리는 부처는 많다. 여기 없다고 안 열리는 게 아니다)  

  일반행정직에서만 열리는 부처에 관심이 있거나, 일반행정직에서 열리지 않는 부처에 관심이 있는지부터 우선 잘 파악하자. 괜히 합격하고 땅을 쳐봐야 직렬은 바꿀 수가 없다.


② 재경직 지망 가능 부처


  반면 재경직은 국세청, 공정위, 금융위(광화문), 관세청, 통계청 등 많은 인원이 좋은 부처로 배치받는다. 이중 금융위는 서울에 있다는 이점으로 굉장히 높은 성적을 거두어야 갈 수 있고, 공정위는 부처 특성상 인기가 많아 항상 고득점자가 간다. 우리 기수에서도 수석이 공정위를 선택했다.

  재경직의 숨은 단점(누군가에게는 장점일수도) 한 가지는 전체 정원의 약 30%가 기재부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75명 기준 25명 정도는 기재부에 배치받는데, 120명 중 기재부에 2~3명밖에 안 가는 일반행정직에 비하면 상당히 비중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기재부는 과다한 업무와 승진 적체로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그리고 문체부, 국방부 등 일반행정직의 인기 부처가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재경직은 행시 직렬 중 가장 어려운 직렬인 데다, 대부분의 인원이 좋은 부처에 간다는 특징 덕에 여전히 인기가 좋다.

  국세청, 금융위, 공정위, 기재부 등 경제부처에 관심이 있다면 재경직을 택하자.


2. 중앙직과 지역직 중 고민이라면, 합리적으로 판단하자


  2차 시험에 빠르게 붙고 싶고, 지역에 연고가 있는 경우라면 지역직을 고민해보아도 좋다. 특히 서울직은 평생 서울에서 일한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지역직으로 가게 되면, 지자체에서 팀장급으로 일하게 되는데 팀장은 중앙부처로 따지면 과장급과 비슷하다. 시작부터 관리자 직급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신 동기 숫자가 적고, 연고가 없으면 외로울 수 있다. 그래도 중앙부처보다 훨씬 현장에 가까운 행정업무를 하다보니 일의 결과가 눈에 보여서 보람이 크다고 한다. 또한 중앙부처보다 업무량이 적은 편이고, 대체로 승진도 빠른 편이다.

  지역직의 선발인원이 너무 적어 지레 겁먹는 수험생이 많은데 실제 경쟁률은 중앙직과  차이가 없다. (어차피 2차시험 경쟁률은 어느 직렬이나 7:1 수준으로 비슷하다) 그리고 애초에 중요한  경쟁률이 아니라 합격선이다. 지역직의 2차시험 합격선이 낮은 편에 속하므로 (차이가 제법  경우도 많다. 작년 부산직의 경우 전원 2 과락으로 합격자가 없었다. 무주공산이었던 ) 운이 좋으면 정말 빠르게 합격할  있다. 물론 1~2명을 선발하는 지역직의 특성상 극단값(은둔고수)으로 인해 합격선이 역전되는 경우도 있다. 아래 표를 보고 자신이 응시하려는 지역의 합격선이 어땠는지  비교해보자 


일행직보다 지역직 컷이 더 높은 경우에 빨간색 표시를 했다. 대체 2020년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런 저런 업무를 두루 맡게 되는 지자체 공무원의 특성상 (복지업무하다가 교통업무하다가 문화업무하는 그런 느낌..) 중앙부처 대비 전문성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일견 타당한 주장이지만 중앙부처에서 일한다고 반드시 전문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잘 생각하자. (특정 부처를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일례로 통일부에서 일한다고 통일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지역직이라도 행안부 등 중앙부처로 전입할 기회는 꽤 있다.

  특정 지역에 연고가 있거나 지방행정에 선호가 있다면 혹은 조금 더 빠른 합격이 목적이라면 지역직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지역직 응시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1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등 필요한 요건이 있으니 미리 잘 알아보자.   






  직렬을 선택하기 위한 기준은 더 많을텐데 이 정도로만 정리하고자 한다. 내가 고시공부할 때에는 이런 얘기를 아무도 안해줘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초시생 때 이런 정보를 들었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였을 것 같은데 말이다. 여러분은 부디 이 글을 토대로 조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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