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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Mar 17. 2022

요즘 공무원들은 무슨 옷 입고 다녀요?



  고시생 여러분은 2차 시험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인데, 세상은 눈치 없게 여러 사건사고로 어지럽다. 이럴 때일수록 버티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니 남들이 흔들릴 때 '버티기만 하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이겨내기를 바란다.

  나도 요즘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바쁜 일도 한 차례 지나갔고, PSAT 글도 본론을 완성하고 나니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오늘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여러분들이 한 번쯤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요즘 공무원은 무슨 옷을 입고 다닐까?


  TV에서, 또는 우리 머릿속에서 그리는 공무원의 모습은 한결같다. 칙칙한 정장에 흰 와이셔츠와 넥타이. 놀랍게도 실제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무원의 패션은 한마디로 ㄹㅇ노잼이다. 나는 비교적 선진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부처에 들어왔음에도 보수적인 복장 문화에 놀랄 때가 적지 않다. 조직에 절대 동화되지 않겠다는 반항심(?)으로 맨투맨, 청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조직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별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에 유치하게 목매는 것은 아닌지, 그 사이에서 고뇌에 빠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과연 편한 복장을 입게 해주는 것이 옳은가? 자고로 T.P.O.(Time, Place, Occasion)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극단적으로 생각했을 때 잠옷을 입고 외출할 수는 없는 법이고, 결혼식/장례식장에 갈 때도 복장 규정을 지켜야 하니 맞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공적인 업무를 보는 회사에서 너무 편한 복장은 지양해야 하는 것도 맞다. 다만 어느 선부터 '너무 편한 복장'으로 볼 지가 중요한 것인데, 공무원 조직은 확실히 사기업에 비해 그 선이 엄격하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애초에 모두가 정장을 입었다면 이 글을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별로 할 말이 없었을 테니까) 예전에 비해 복장이 많이 캐주얼해진 편이고 부처마다 조직문화도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모두가 정장을 입고 다니지는 않는다. 몇 가지 기준으로 2020년대 공무원 사회의 복장 문화를 살펴보자.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내가 여러 부처에서 일해본 것이 아니다 보니 풍문으로 듣거나 지인의 복장을 통해 유추하게 된 정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실제 분위기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진천연수원에서 친한 동기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실제로도 비슷한 복장으로 출퇴근한다.

 

1. 남녀 차이

 

  성별을 기준으로 얘기를 꺼내는 것이 참으로 조심스러운 시기지만, 그래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려 한다. 확실히 공무원 조직에서는 여성분들이 훨씬 폭넓은 스타일로 옷을 입을 수 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회사 분들을 보면 원피스, 맨투맨, 청바지(가끔 찢청을 입는 분도 계시다. 국장님께서 그 옷은 뭐냐 물으시면 출근하다가 넘어졌다고 대답해야 한다는 소문이..) 등을 자유롭게 입으신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변 사람이 불편할 정도로 노출이 심한 옷이나, 너무 힙한 옷(스트릿웨어)만 아니라면 다 허용되는 느낌이다. 요즘 보면 슬랙스든 데님이든 와이드 팬츠를 많이들 입으시고, 편하게 블라우스나 맨투맨을 입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여름에는 티셔츠, 반바지에 샌들을 신는 분도 많이 계셨다.


  반면 남자들의 경우 복장 문화가 여성에 비해서는 타이트하다. 대체로 현실과 타협하고 정장과 맨투맨 사이 느낌의 비즈니스 캐주얼룩으로 출근하는 분들이 많다. 남자의 경우 옷 종류가 여자보다 다양하지 않아서, 회사에서 입기에 적절한 '최소한의 포멀함'을 갖춘 옷을 찾다가 한 곳으로 귀결되기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상급자 중에 남자분들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동성인 남자 직원들에게 조금 더 엄격한 부분도 있다. 여름에 반바지, 샌들을 착용하는 남자 직원은 아직 보지 못했고 대체로 셔츠에 슬랙스를 매치하거나, 편하게 입는다 해도 단색 맨투맨에 치노 팬츠, 혹은 워싱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생지 데님 정도를 입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도 신발은 스니커즈를 신는 분들이 많다. 몇 번 정도 반항심에 튀는 옷을 입고 출근해본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직원분들의 눈이 동그래지는 느낌이 들었다.   


2. 부처별 차이


  사실 복장에 있어 남녀 차이야 당연한 이야기라 다들 지루했을 수도 있겠다. 사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부처별 차이다. 사기업에 다니거나 아직 공직에 입문하지 않은 사람들은 공무원이 다 같은 공무원인 줄 아는데, 생각보다 부처별 조직문화는 큰 차이가 있다. (대기업도 계열사마다 조직문화가 천지차이인 것과 마찬가지다)  

  부처끼리는 인사교류가 거의 없어서 (일대일 트레이드가 간혹 있고, 일방 전입은 정말 드물다) 신입 공무원 때 한번 부처를 선택하면 퇴직 전까지 같은 곳에 머무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높은 성적으로 붙어서 부처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 혹자는 꼴찌로 붙을 거면 1년 뒤에 붙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부처마다 업무의 성격과 내용이 너무 다르다 보니 (누구는 규제하고, 누구는 진흥하고) 조직문화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나도 연수원 동기들끼리 만나면 (저 위 그림 속 여섯 명은 서로 짠 것처럼 각기 다른 부처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로의 회사 분위기를 비교하면서 (비)웃고 떠들기 바쁘다. 그만큼 서로 다르다.


  부처 중 복장 문화가 가장 보수적인 곳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세청 등 조직문화가 다소 경직적인 부처들이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업무시간은 길고 (일상화된 야근..) 대민업무는 적기 때문에 편한 복장을 입는 편이 나을 텐데도, 정장에 더해 넥타이까지 매는 직원이 적지 않다. 간혹 이제 노타이로 다녀도 된다며 행복해하는 동기들을 보면 대체 저 녀석들은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갸우뚱하게 될 때도 있다.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타이까지 없어지면 정말.. 교복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민방위복을 입어보자..)


  조직문화가 유연한 곳일수록 복장 문화도 선진적(?)인 편이다. 아무래도 여성비율이 높은 부처(문체부, 교육부, 의외로 국방부도 해당한다)일수록 복장 문화도 캐주얼한 편이다. 이런 부처에서는 남자 직원들도 맨투맨과 같은 편한 옷을 입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대학생(?)처럼 편히 다니는 분위기인 것 같다. 이런 곳에서는 풀정장을 입고 출근하면 어디 행사 있냐, 소개팅하러 가냐는 등의 질문을 받기도 한단다. 물론 아무리 복장 문화가 캐주얼한 부처라도 장관님 행사가 있거나 외부 회의 등이 있으면 정장 같은 포멀한 복장을 착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T.P.O.를 지키긴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요약하자면 대체로 '부'가 보수적이고, '처/청'이 진보적인 편이다. (국세청/관세청 등 기재부 산하 외청 제외. 국세청 동기들은 아직도 5공 시대에 살고 있다)


3. 연령대별 차이


  국장님들은 연배도 있으시고, 직급도 높다 보니 정장을 즐겨 입는다. 국장(고위공무원)이 되면 대외 행사도 많고, 얼굴을 비춰야 하거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가 많기 때문에 당연해 보인다. 물론 사무실에서는 플리스나 등산복 잠바를 입고 편히 계시는 분들이 많다. 40대 직원분들(과장님이나 사무관님)께서는 상대적으로  편한 복장을 입으시는 경우가 많다. 등산복이나 골프 복장도 간간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젊은 직원들은 어떻게 입고 다닐까? 요즘 20~30대 직원들은 정말 편하게 입는다. 그래도 행시 출신들은 조직 내 역할이 있고, 간담회나 회의 등 대외 행사도 많기 때문에 복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특히 고시 사무관들은 나이가 젊어서, 복장까지 캐주얼하게 입으면 자칫 대학생으로 착각할 우려가 있다. (학부생은 아니고 박사과정처럼 보일 듯 ㅎ)

  한편 조직에서는 '연차가 낮은 경우' (아직 배우는 입장에서) 격식을 갖춰야 하지 않냐는 시각이 있다. 꼰대 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복장에서 태도가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견 타당한 면도 있기 때문에 너무 뻣뻣하게 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도 조직에 동화되어버렸나 ^^;) 싶다.

  



  어떤 옷을 입는지는 개인의 자유고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영역은 아니다. 그래도 남자 공무원분들에게 한 가지만 요청하고 싶다. 와이셔츠를 입을 때 민소매티(란닝구라고 표현해야 그 특유의 느낌이 살지만 언어를 순화해본다..)말고 다른 걸 받쳐 입어보자. 흰 반팔티로 바꿔 입으면 진짜 10배는 괜찮아 보일 수 있다.


  날이 급격히 따뜻해지고 있다. 조만간 더워질 분위기인데 날씨와 관계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달려서, 내년 이맘때는 연수원에 들어갈 준비를 하며 정장을 고르러 다니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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