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일기
주위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왼쪽 가슴이 자주 간헐적으로 아픈데, 혹시 심근 경색의 증상인지, 아니면 자신이 심장이 좋지 않은 것인지. 처음에는 이와 같은 질문에 매우 당황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나이와 식습관을 고려했을 때 역류성 식도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을 해 준다. 흉통의 원인 중 심혈관질환보다 빈도가 높은 질환은 역류성 식도염, 근막통증증후군 두 가지나 있으니까. 그리고 20대가 심혈관질환을 앓기는 힘드니까.
꽤나 어릴 적부터 역류성 식도염을 앓았다.
중학교 때부터 학원 때문에 불규칙한 식사 습관을 가졌고, 주말에도 먹고 싶을 때 먹는 습관 때문에 식사 시간은 늘 그때그때 달랐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저녁을 오후 9시에 먹었으니까. 그러다가 중학교 고학년 무렵, 왼쪽 배나 가슴이 아픈 소화 불량 증상이 나타났다. 먹기만 하면 왼쪽 윗배가 가슴이 아파요.라고 말했다. 그 당시 내과 의사 선생님은 거긴 밥통, 위가 있는 곳인데 왜 아픈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아랫배가 아니라 윗배면 해결해 줄 수 없다고 하셨다. 아마 역류성 식도염이 그 당시 흔한 질병이 아니었고, 중학생한테서 나타날 증상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듯하다. 고등학생 때는 커피를 적당히 마시기 시작했고, 야식을 먹는 등 역류성 식도염에 안 좋은 습관들을 서서히 굳혀나가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예과 때 역류성 식도염이 나아질 기회가 있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따지고 생각하면 당연했다. 그때는 진짜 내 마음대로 식사 시간을 갖고, 학교의 식당은 언제나 열려 있었고, 내가 언제 어떻게 먹든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예과 2학년 때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진 느낌이 들었으나 잠깐 건강한 식사를 하고 멈추었다. 그렇게 본과로 올라가고, 새벽까지 공부한 뒤 다음 날 점심때까지 공복, 잦은 커피, 더 늦어진 식사 시간, 야식으로 이제는 그냥 친구처럼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 개인적인 증상은 이렇다.
왼쪽 가슴이 아프다. 역류성 식도염 덕분에 위가 어디 있는지는 평생 헷갈리지 않게 되었다. 신트림이 자주 나온다. 식사를 하지 않은 기간, 혹은 물을 마시지 않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액이 올라오기 때문에 목이 말라간다. 특히 아침에 목이 아픈 날이 많다. 특별한 경험으로는 5시간 30분 정도의 긴 외래를 들어간 적이 있었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나오더니 목에서 타는 듯한, 피가 나오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시험문제를 풀 때의 진리 중 하나인데, 양성 질환이고 크게 불편함이 없으면(증상과 수치 모두 다) 경과 관찰한다. H.pylori 같이 암을 일으키는 것과 많이 연관된 질환들은 치료한다.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는 데에는 PPI를 쓰지만, 단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고(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 더 맞고), 단기간 치료한 뒤 커피를 계속 마신다면 재발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내가 불편할 때 치료하는 게 더 옳은 선택이 아닐까. 예전에는 왼쪽 흉통이 거슬렸지만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고,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만성 기침이 나오는 등 증상이 심해졌을 때 약물치료를 할 생각이다.
본과 3학년이 되면, 실습한 내용을 주위의 사람에게 접목할 기회가 생긴다. 역류성 식도염이란 병을 나만 가지고 사는 게 아니다고 배우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본과 1학년과 2학년에서 많이 발병하기 시작하고, 그 이유는 특유의 식사 방법이라고 추측된다.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다가 그래도 이 병으로 입원하는 사람이 적은 병동 상황을 보면서 입원할 병은 아니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실습을 하면서 먼 미래까지 이 병을 갖고 다니기에는 힘들다고 느꼈다. 외래에서 교수님들은 한 컵이나 두 컵 정도의 물을 마시면서 끊임없이 대화를 하시고, 병원에 있는 많은 의사, 특히 수련의는 자신의 식사 시간이 언제일지 알지 못한다. 그때의 나는 부작용을 조금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인 사용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나 자신만의 위와 식도를 보호하는 식사를 하면서 통제하고 있을까. 뭔가 보일 것 같은 미래를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